"치료제 있는 '파브리병', 그래서 조기 진단이 중요"
고려대안암병원 박성미 교수 "장기 치료 환경 만들어져야"
"파브리병은 조기 진단과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삶의 질과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질환입니다."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는 기자에게 희귀난치질환으로 알려진 파브리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만, 유병률이 낮고 환자가 질환을 인지해 우선적으로 의심하지 않는다면 진단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1,000명 정도의 파브리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진단돼 관리 받고 있는 환자는 250명 정도에 불과하다.
효소가 결핍돼 발생하는 파브리병은 효소를 직접 몸에 넣어주는 효소대체치료(ERT) 등의 방법으로 치료한다.
대표적인 ERT 치료제는 다케다제약의 '레프라갈(성분명 아갈시다제 알파)'과 사노피의 '파브라자임(성분명 아갈시다제 베타)' 등이다. 전자는 사람에서 후자는 동물에서 각각 유래된 약제다.
세계 파브리병 인식의 달(Fabry Disease Awareness Day)인 4월을 맞아 박성미 교수에게 파브리병 진단 및 치료와 환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들었다.
-파브리병이라는 질환이 궁금하다.
파브리병은 당지질 대사 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대사질환의 일종이다. 구체적으로 알파갈락토시다아제 A(α-galactosidase A) 효소의 결핍으로 세포 내 인지질(GB-3)의 일종이 심장, 콩팥, 신경계, 혈관 등에 축적돼 점진적으로 신체 조직과 장기에 해를 가할 수 있는 리소좀 축적질환이다.
-진단이 까다롭다고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뭔가.
환자의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장, 콩팥, 뇌혈관 등 각 기관에 생기기 때문에 증상이 일관되지 않다. 예컨대 파브리병 환자임에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심장내과에서 부정맥이나 심부전, 판막 등의 치료를 받거나, 단백뇨로 신장내과에서 진료를 보고,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는 신경과를 간다. 때문에 의료진 입장에서도 파브리병이라는 하나의 질환에 의해 발생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매우 어렵다.
이렇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40~50대가 되면 증상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서야 다시 병원을 찾기도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 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럼 파브리병을 의심할 수 있는 특이적인 증상은 없나.
있다. 심장초음파 상에서 일반적이지 않게 심장벽이 두껍고 심전도에서도 이상이 감지되면 파브리병을 의심해야 한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온몸이 찌르듯이 아프거나 이유 없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이유 없이 콩팥 기능이 나빠져 신부전 소견이 나타나거나 투석을 받아야 하는 남성도 파브리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증상이 경미하고 설명이 되지 않는 단백뇨, 간혹 피부에 이유 없이 빨갛게 무언가가 돋아나는 혈관각화종 등이 발생하면 파브리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파브리병은 빠르면 10대 정도의 유소년기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남성의 경우 더 어린 나이에도 손발 통증, 소화기 증상 등으로 질병이 발현될 수 있다.
파브리병은 비특이적인 질환으로 증상이 일관되지는 않지만, 어린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러한 경우 증상만 보기 보다는 단백뇨 등의 추가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파브리병은 이미 당지질이 몸에 누적돼 증상이 발병한 이후에는 다시 원상태로 돌리기는 힘들다. 때문에 파브리병의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파브리병 진단을 받으면 효소 대체 요법을 시작할 수 있다. 결국 조기진단만이 추가적인 질병의 진행을 막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파브리병은 유전질환으로 알려졌다. 환자 가족 중 검사를 받고자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파브리병은 X염색체의 열성 유전질환이이기 때문에 진단을 받았다면 부모 중 한 명은 파브리병이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부모 두 명 다 검사를 해야 하고, 그 형제들도 검사가 필요하다.
또 환자의 형제들, 그리고 환자가 결혼해서 자녀가 있다면 자녀도 검사를 받는게 좋다. 아버지가 파브리병이면 그 자식들 중 딸은 100% 유전된다. 아들에게는 유전되지 않는다. 어머니가 파브리병이면 그 자식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50%의 확률로 파브리병이 유전된다. 이러한 유전형질에 따라 모든 가족이 검사를 통해서 파브리병 유무를 알 수 있다.
-파브리병 진단 이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파브리병 치료는 2주에 한 번씩 부족한 효소를 주사제를 통해 주입하는, 효소대체치료(ERT)가 기본이다. 치료제로는 아갈시다제 알파 치료제(제품명 레프라갈)와 같은 사람에서 유래된 제품과 아갈시다제 베타 등 동물에서 유래된 제품이 있다. 아갈시다제 알파 치료제의 경우 인간 세포주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하고 투여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국내 파브리병의 진단과 치료 환경에서 개선할 점이 있다면.
파브리병은 워낙 희귀한 질환이다 보니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있지만, 다른 희귀질환과 달리 치료제가 있어 희망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질환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진단을 위한 검사 역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진단 이후 추가적인 검사, 치료제 등의 지원이 충분해야 의료진과 환자 모두 장기간 치료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진단과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