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직역 업무 침탈? 간호법 아닌 의사 지시 때문"

간협 "간호사는 간호 업무만 하고 싶다" "간호법으로 의료체계 붕괴되지 않아"

2023-04-10     김주연 기자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이 아닌 의사 때문에 직역 간 업무 범위 침범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청년의사).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의 타 직역 업무 침탈은 의사 때문에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간협 김영경 회장은 10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타 직역 업무침탈 거짓주장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이 타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거나 침탈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과 동일한 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타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 이는 병원 경영자이자 병원장인 의사가 불법적으로 간호사에게 타 직역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간호사는 업무상 위계에 따라 의사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간호사도 타 직역의 업무는 하고 싶지 않고 오로지 간호만 하고 싶다. 대한의사협회가 그토록 입에 거품을 물고 주장하는 ‘간호법이 타 직역 업무를 침탈한다’는 것은 결국 의사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간호법이 타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거나 침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간호법에 의한 업무 영역 침해를 우려하는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응급구조사 등을 향해서는 의협의 이간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간호사의 구급·응급 업무는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행하는 것이며 간호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약소 의료직역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의협의 논리에 동조하며 같은 행보를 하는지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의협의 분열획책과 이간질의 실체를 깨닫고 의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평생을 ‘갑(甲)’으로, 강자로 살아온 의협이 마치 자신들이 약자인 양 ‘약자 코스프레’하는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 더 이상 속으면 안 된다”며 “하루빨리 의협이 짜놓은 거짓의 그물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의협은 약소 의료직역을 동료로 대하는 게 아니라 악용할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간호법은 부모돌봄법, 존엄돌봄법, 국민행복법을 지향하며 선진 의료시스템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법안임을 강조한다”며 “간호법에 파업으로 맞서온 의협의 밥그릇 챙기기에 동조함은 역사에 길이 남을 ‘허물’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김 회장은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간협을 방문해 간호법이 통과되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고 말했다.

집최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가요에 맞춰 카드를 흔들며 호응했다(ⓒ청년의사).

이어 국회 앞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 현장 간호사들과 간호대생은 국회와 정부를 향해 간호법 제정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20년 차 이 모 간호사는 “근무 중에 저혈당으로 쓰러지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는 건 걸리는 건 예삿일에 불규칙한 생활에 장염과 신장 질환에도 걸렸다. 하지만 병원은 간호 인력은 비용이라며 인력을 늘리는 것은 병원 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년 그만두는 간호사를 대신해 들어오는 신규 간호사들이 들어온다. 매번 같은 실수가 벌어지는 의료 현장을 보면 지친다”며 “떠나는 동료를 보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제대로 된 인력 기준이 세워져 제대로 된 간호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냐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 모 간호사는 “과거부터 간호사를 3D 직업이라고 했다.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이다. 간호사들이 좀 더 건강한 환경에서 일하려면 간호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며 “국민이 건강한 돌봄을 받을 수 있을지 없는지는 국회 통과를 결정하는 국회의원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간호대에 다니는 김 모 학생은 “일부 이익단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만의 이익을 반영해 의료체계를 붕괴시킨다고 한다"며 "만약 그렇다면 간호법이 있는 대다수 선진국의 의료체계는 진작 붕괴됐을 것이다. 70년이나 된 의료법은 2023년 간호 현실을 담아내기 너무 오래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