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르다티, '희귀질환' 대표하는 제약사 되고 싶다"

2월 28일 희귀질환의 날 맞아 레코르다티코리아 공식 출범 다발성 캐슬만병, 고암모니아혈증 등 희귀질환 영역에 집중

2023-03-31     정민준 기자

"절실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고, ‘희귀질환’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제약사가 되고 싶다."

레코르다티코리아 이연재 대표이사가 말한 국내 출범 목표다.

지난 2월 28일 희귀질환의 날을 맞아 레코르다티코리아가 레코르다티 한국 지사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로 새롭게 출범했다.

1926년 설립된 이탈리아계 제약사인 레코르다티는 지난 2022년 3월 영국 제약사 유사파마(EUSA Pharma)를 인수·합병해 희귀난치성 질환 포트폴리오 강화하며 희귀질환 치료제 제약사로 발돋움했다.

레코르다티코리아는 한국을 포함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국가를 총괄하며 국내에서 다발성 캐슬만병 치료제 ‘실반트(성분명: 실툭시맙)’, 고암모니아혈증 치료제 ‘카바글루(카르글루민산)’ 공급 지원 및 마케팅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고위험 신경모세포종 치료제, 쿠싱증후군 치료제 등 희귀질환에 대한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레코르다티코리아 이연재 대표를 만나 레코르다티의 한국 진출에 대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레코르다티코리아 이연재 대표

- 레코르다티 기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레코르다티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계 제약사로, 당뇨, 고혈압, 감염 등을 다루는 스페셜티&프라이머리 케어(Specialty&Primary Care) 영역부터 다발성 캐슬만병, 고암모니아혈증 등을 다루는 희귀질환(Rare Disease)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희귀질환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면, 과거 레코르다티는 제조 분야에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 합성, 위탁 제조 등을 많이 수행하던 회사였다. 이후 레코르다티가 2007년에 프랑스 파리에 거점을 두고 있던 ‘올펀 유럽(Orphan Europe)’이라는 제약사를 인수·합병하면서 레코르다티 그룹 내 레코르다티 희귀질환(Recordati Rare Disease)이 별도로 신설됐다.

이를 통해 레코르다티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두고 있었으나, 프랑스 파리에도 거점이 생겼다. 이후 노바티스의 시그니포(Signifor)라는 내분비대사 관련 포트폴리오 판권을 인수하면서 스위스 바젤에도 거점이 생겼고, 2022년 영국계 제약사 유사파마를 인수·합병하면서 영국에도 거점이 생겼다.

이를 통해 현재 레코르다티 희귀질환(Recordati Rare Disease)은 이탈리아를 포함해 프랑스, 스위스, 영국에 거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 레코르다티가 한국에 진출한 배경이 궁금하다.

2021년 유사파마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유사파마는 회사 규모 자체가 작다보니 초기에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후 해외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아시아 지사와 라틴 아메리카 지사 설립을 계획했고, 아시아 지사 설립을 목표로 합류한 것이다.

유사파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인지도 자체가 없었고, 한국, 호주 등 국가에 1~2명 정도의 인원을 고용해 운영 중이었다. 이후 2022년 3월 레코르다티가 유사파마를 인수·합병했으나, 레코르다티도 유사파마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국가에 인지도가 거의 없었고 스페셜티&프라이머리 케어(Specialty&Primary Care)의 경우 파트너사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는 상황은 같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코르다티의 유사파마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며 2022년 12월 유사파마코리아의 법인명이 레코르다티코리아로 변경됐다.

- 그렇다면 한국 지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로 꼽힌 이유는 무엇인가.

보통 글로벌 제약사들은 아시아 또는 아시아 태평양(APAC) 지사를 세울 때 싱가포르나 홍콩에 설립한다. 레코르다티의 경우 다발성 캐슬만병 치료제 ‘실반트’가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높다 보니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이 유의미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주변 아시아 국가에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 한국 거점을 유지하게 됐다.

-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다발성 캐슬만병 환자 수가 많은 이유가 있는가.

다발성 캐슬만병의 경우 인종 간 유병률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아시아 국가 대비 한국 환자 수가 많은 것은 한국에서 환자 발굴이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는 크다. 다발성 캐슬만병을 진단받은 환자의 경험을 살펴보면, ‘다발성 캐슬만병’이라는 정확한 질환명을 진단받기까지 4~5년가량을 내과, 가정의학과, 류마티스내과 등을 전전하며 진단 방랑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발성 캐슬만병의 특성상 1~2개의 증상으로 진단받기가 어렵다 보니, 진단 방랑을 겪고 이 과정에서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 ‘카바글루’가 사용되는 고암모니아혈증 치료 환경은 어떠한가.

카바글루의 경우 급여에 어려움이 있다.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응급’ 시에만 사용할 수 있게 급여가 돼 있다. 그러나 고암모니아혈증의 경우 혈액 내 암모니아 수치 변화가 심하고, 3~5일 투여한다고 해서 혈중 암모니아 수치가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환자의 컨디션에 많이 좌우됨에도 불구하고 응급 시에만 단기적으로 보험 급여가 적용되다 보니 환자들은 5일 투여 이후에는 비용을 모두 본인 부담해야 한다.

고암모니아혈증은 악화 시 뇌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뇌 손상은 영구적인 결과이다 보니,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려가 필요하다. 환자 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희귀질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 앞으로 출시 예정인 치료제도 궁금하다.

고위험성 신경모세포종 치료제와 쿠싱증후군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다. 두 약제는 이미 유럽에서는 허가받아 사용 중이다. 쿠싱증후군 치료제는 레코르다티가 본래 가지고 있던 포트폴리오지만, 신경모세포종 치료제의 경우 유사파마를 인수·합병하면서 확대한 포트폴리오이다 보니 인수·합병 등의 절차로 인해 한국 출시가 늦어진 상황이다. 한국에도 빠른 시일 내에 치료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서두를 예정이다.

- 한국의 약가협상이 쉽지 않다고 알고 있다. 향후 약제에 대한 급여 전략이 있는지.

각 치료제의 임상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잘 협상해 나갈 것이다. 정부도 재정을 지출하는 데에 의미가 있어야 하고, 제약사는 적절한 약가를 산정 받아야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다.

신경모세포종의 경우 12개월 미만 소아에게 발생하는 고형암 중 22%에 해당한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해당 환자 수가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신경모세포종 환자들의 생존율이 현저하게 개선된다면 치료제 자체의 의미가 크다고 본다. 환자 한 명당 약가를 판단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만을 중점으로 두기 보다는 보다 큰 의미에서 판단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레코르다티는 희귀질환 외 고혈압, 당뇨 등 프라이머리&스페셜티 케어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국내에 도입할 계획은 없는가.

레코르다티코리아는 희귀질환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레코르다티 희귀질환에서 공급하는 치료제 이외의 약제들은 파트너십을 통해 이미 국내에 공급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레코르다티코리아는 어떤 제약사가 되고자 하는가.

단기적으로는 절실한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고, 중장기적으로는 ‘희귀질환’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제약사가 되고 싶다. 레코르다티코리아는 ‘희귀질환’에 중점을 둔 제약사다. 레코르다티가 유사파마를 인수·합병한 이유 역시 유사파마의 포트폴리오 자체가 희귀질환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레코르다티는 앞으로도 치료 옵션이 없는 희귀질환 영역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또 발굴해 나갈 것이다.

특히 레코르다티는 향후 고위험성 신경모세포종 치료제와 쿠싱 증후군 치료제 영역에 주력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기적인 전략들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환경이 급변하고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 보니 신제품 출시 우선순위에 계속 포함되고 있으며, 이 부분을 더 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글로벌에서 한국 시장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국의 제약 산업이 우수한 수준으로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가를 비롯한 몇 가지 규제 때문에 한국 시장이 저평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해 글로벌에 목소리를 내고 이 부분을 가속하려면 국내 정책이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