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사 출신 경찰 탄생…이병철 경감 “의료사건, 전문성 발휘”

변호사에서 의사로, 또 경찰로…다양한 전문지식 갖춰 “균형 잡힌 시각으로 공정수사 해 나가겠다”

2023-03-22     김은영 기자
의사 출신 변호사가 이번에는 경찰이 됐다. 지난 16일 변호사 경력경쟁 채용으로 임용된 이병철 경감이 그 주인공이다. 의사 면허를 소지한 이는 경력경쟁 채용이 시작된 이래 이 경감이 처음이다(사진출처: 본인 제공).

의사 출신 변호사가 이번에는 경찰이 됐다. 지난 16일 변호사 경력경쟁 채용으로 임용된 이병철 경감이 그 주인공이다. 경찰은 지난 2014년 첫 경력경쟁 채용으로 변호사를 모집하기 시작해 올해 10기까지 총 213명이 배출했지만 의사 면허를 소지한 이는 이 경감이 처음이다.

이 경감은 서울대 응용생명화학과를 졸업한 뒤 충남대법학전문대학원, 경북대의학전문대학원에서 차례로 변호사 자격과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법무부 공익법무관으로 임관해 3년간 대체복무를 했고, 변호사사무실을 개업해 변호사로 사건을 맡기도 했다. 또 2년 동안 통증클리닉 개원의로 살았다.

변호사에서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은 배경에는 가족들이 있다. 이 경감의 누나 둘도 나란히 의사 출신 검사와 의사 출신 변호사다. 의사로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도록 의전원 입학을 조언해 준 것도 가족이었다.

변호사로, 또 의사로 종횡무진하던 그의 최종 선택은 경찰이었다. 로스쿨 졸업 후 공익법무관으로 대체복무하며 법률구조공단에서 소송대리와 형사변호 등 변호사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이 경감을 경찰의 길로 이끌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어 도움을 얻기 힘든 국민들을 도와준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열정을 갖고 재밌게 일했습니다. 사명감과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돼 경찰에 지원했고요."

당시 고의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피해자에게 고소당해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된 피고인을 변호해 무죄를 받게 한 이 사건은 법률구조공단에서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변호사 개업 당시 처음 맡았던 사건도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이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발목뼈가 부러졌는데, 과실 여부가 간호사의 행위로 발생한 것인지가 중점인 사건이었다. 이 경감은 증거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당시 의료행위를 재현하는 동영상을 촬영, 검증해 간호사의 행위와 골절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무죄를 이끌었다.

의사이면서 변호사의 장점을 살려 균형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해 나가겠다는 의지는 이같은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이기도 하다. 이 경감은 경찰에 입직한 후 12주간 경찰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후 현재 수사연수원 연수를 받고 있다. 연수를 마치면 경찰서 수사부서에 배치돼 근무할 예정이다.

“경찰로 근무하며 사회 전반의 다양한 종류의 사건들을 수사하게 되겠죠. 의료사건에서 의료 지식은 증거들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고 법학지식은 발견된 증거들에 법률을 적용해 당사자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두 업무를 모두 잘 알면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으니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돼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을 것이고요."

최근 의료 관련 사건들의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의료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의사들을 경찰로 선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지금은 의사 면허만 갖고는 경찰에 입직해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현재 각 지방청에 의료사고 전담팀이 신설되고 있어 수사에서도 의료 전문가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향후 의사들이 의료사건, 보험사기사건, 사망사건 등 수사업무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사 출신을 경찰로 선발하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경찰로서 앞으로 포부도 밝혔다.

“의사 출신 변호사로 전문지식을 갈고닦아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오직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근면하고 공정한 경찰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