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되는 9월 이후가 두려운 의료현장
수술실 ‘신체노출’ 녹화…“유출위험 자유로울 수 없어” 우려 범죄로 인한 정보 유출, 의료기관 처벌 될라…“제도보완 必”
성형외과 진료실 IP카메라 영상 유출 사건으로 의료계 내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는 오는 9월 이후를 더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신 수술 장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영상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폐쇄회로 장치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유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영상이 유출되면 책임은 의료기관이 져야 하는 상황이다.
해킹 등 범죄로 인해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 충격 강도를 ‘인격 살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박동권 공보이사는 8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9월부터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면 거의 모든 의료기관의 수술 장면이 녹화된다고 볼 수 있다”며 “전신마취 수술도 촬영될 텐데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신체 노출이 되는 전신 지방흡입이나 가슴 수술 등도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공보이사는 “원내 폐쇄회로 저장장치가 있어 (유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해킹이나 저장장치를 가져가는 경우도 생각해보면 ‘100% 보안’은 있을 수 없다”며 “외부 침입이나 범죄로 인한 (정보유출로) 의료기관이 처벌 받게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박 공보이사는 “유출 등으로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은 벌금이나 사법적 처리를 받겠지만 이로 인해 인격적으로 큰 피해를 받게 되는 환자나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인권 침해 위험이 너무 크다”며 “인격적인 살인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영상 유출 사건으로 관련 없는 의사가 처벌 받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남의 성형외과의원 A원장은 “수술실에 CCTV를 단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폐쇄회로는 해킹 위험은 적겠지만 유출을 100% 막을 수는 없다. 의료기관에서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관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건 의사를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원장은 “차라리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을 형법으로 처벌했다면 나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의료법으로 처벌하려다 보니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이 나온 것 같다”며 “너무 무리한 입법이다. 영상을 유출하거나 배포한 범죄자가 처벌 받는 것은 온당하지만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동시에 적용 범위를 최소화하고 보안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방안이 하위 법령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수술실 CCTV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폐쇄형이라서 유출 위험이 적다고 하는데 누군가 의도를 갖고 영상을 가져가는 것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며 "영상을 저장하는 순간 유출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한번 유출된 영상은 빠르게 퍼진다. 이번 사건도 그랬다. 보안 전문가들도 폐쇄형이라고 해서 유출 위험이 없는 게 아니라고 지적하지 않나"라며 "영상 유출을 위해 보안을 강화할수록 비용도 많이 든다. 관련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