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상교수가 교육보다 '진료'하길 바라는 지역 공공병원들

국립대-공공병원 ‘전공의 공동수련’ 엇박자 조짐? 박민수 차관 "내년 전공의 배정, 지방 중심" 대전협 "값싼 노동력 확보가 목적이냐" 비판

2023-03-03     곽성순/고정민 기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국립대-공공병원 전공의 공동수련’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공공병원들은 못마땅한 모습이다. 파견된 공공임상교수가 전공의 수련교육까지 맡게 되면 진료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보건복지부가 2일 오후 개최한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 참여기관 협약식 및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공공병원장들은 공공임상교수와 연계된 전공의 공동수련에 이같은 불만을 터뜨렸다.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은 전공의에게 체계적인 지역 의료환경 수련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립대병원과 지역거점공공병원 수련을 연계해 공동수련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국립대병원 5개소와 지역거점 공공병원 7개소다. 국립대병원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파견된 공공임상교수와 협의해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특화된 교육내용을 개발하고 지역거점 공공병원에서는 공공임상교수가 공동수련 전공의 교육‧평가‧면담 등 교육과정 운영을 전담해 수련의 질을 관리한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범사업 참여 국립대병원 소속 전공의 1년차와 인턴이 지역거범 공공병원에서 1~2개월로 구성된 공동수련 과정을 경험하게 할 계획이다.

제공: 보건복지부

지역 공공병원 "공공임상교수는 의사 인력 수급이 목적"

하지만 지역 공공병원들은 공공임상교수제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까지 맡기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공공임상교수는 말그대로 '임상진료'가 목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적십자병원 박태환 원장은 “(공동수련 시범사업)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공공임상교수제도가 왜 도입됐는지 취지와 목적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며 “공공임상교수제도 도입은 지방 공공병원에 의사 인력 수급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 전공의 수련이 중요하다는 문제에 동의하지만 공공임상교수제는 (임상교수) 병원 파견이 주 목적이 돼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이 잘 안된다고 해서 공공임상교수 파견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우리 병원의 경우 공공임상교수가 파견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진료실적이 아직 미미하다”며 “(공공임상교수를 통한) 전공의 수련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임상교수) 진료실적이 충분히 이뤄진 상황에서 (전공의) 파견이 돼야 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속초의료원 용왕식 원장은 “(공동수련 시범사업을) 이제부터 체계화해 나가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협의해 결정하게 돼 있다”며 “현재 지역의료 환경이 너무 열악한 상황에서 (공공임상교수) 진료실적 등이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나 인턴이 와서 수련받을 때 효과가 제대로 날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용 원장은 “교육 내용과 관련해 공동프로그램과 표준안 논의해 개발하라고 하지만 지역의료 환경에 맞도록 잘 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지원도 충분해야 한다. 우리는 강원대병원에서 인턴 2명을 받는데 숙소비용만 500만~600만원 정도 들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용 원장은 “전공의는 (현장) 활용도가 높지만 인턴은 현장 활용에 한계가 있다. (공동수련을) 꼭 전공의 한명 인턴 한명으로 해야 하는지 봐야 한다”며 “도와주겠다는 것은 좋은데 비용을 어떻게 충당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삼척의료원 신동일 원장은 “(지역의료를 위해서라도) 전공의 보다는 전문의 수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외과를 예로 들면 수련이 3년으로 줄었는데 (수술은) 세부분과에서 배우라는 것이다. 국공립 대학병원에서 서브전문의를 수련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서는) 언제까지 전공의들 투정을 받아줘야 하냐는 생각이 든다”며 “(대학병원에서 수련받기 어려운) 중증도 수련을 받으려면 전공의가 (공동수련이 아니더라도) 지역으로 와야 한다. 지역으로 가라고 선배들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의료원 김영규 원장은 “공동수련은 굉장히 좋은 취지인데 공공임상교수 시작한지 꽤 됐지만 채용비율이 워낙 낮다”며 “청주의료원은 청주시내임에도 불구하고 신경정신과 1명이다. 왜 지원이 없는지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공공임상교수가 없는데 공동수련을 어떻게 진행하나. (공동수련 시범사업) 협약 대학병원에 필수의료과목 전공의 정원을 넉넉하게 배정해 공공임상교수 없어도 파견해주면 지방의료원에 도움이 된다”며 “(지방의료원) 수련환경 질이 낮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의료원 수준에 맞도록 배우는 것이 수련”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오후 '전공의 공동수련 시범사업 참여기관 협약식 및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대학병원 "공동수련, 공공병원 신뢰도 상승 부를 것"

지방의료원과 달리 대학병원에서는 공동수련 시범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강원대병원 남우동 원장은 “(공공임상교수제와 공동수련을) 연계할 수밖에 없다. 공공임상교수는 앞으로 (기존 지방의료원 인력의 신분 전환이 아닌) 인력 순유입이 기대된다”며 “공동수련을 하게 되면 공공임상교수 역량도 강화되고 사명감과 자부심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은 “(지방의료원의 전공의 수련은) 지역민에게 기관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인터과 전공의들의 현장 활용도가 높지 않아 (지방의료원들이) 주저스러운 것도 이해하지만 공동수련기관 타이틀을 다는 순간 신뢰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고 수익과도 연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설명회에서 ‘지역‧필수과목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한 서울대병원 홍윤철 공공부원장 역시 공동수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부원장은 “서울대병원등 대형병원들의 미션은 희귀난치, 중증질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병원) 전공의들은 경증질환자를 진료하는 경험을 할 수 없다”며 “이렇게 배출된 전공의 중 소수만 대형병원에서 중증질환을 진료하고 나머지는 개원이나 중소병원에 취직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 부원장은 “대형병원에서 수련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상식적으로 희귀난치와 중증질환은 잘되지만 중증도 이하 경증 수련은 잘될 수가 없는 구조”라며 “경증환자를 경험하지 못한 전공의들이 수련 후에도 지방으로 못가는 이유는 경험해보지 못한 두려움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 부원장은 “지난 정부는 지방의료원 강화를 위해 신설, 이전을 추진했지만 대부분 잘 안됐다”며 “지방의료원 강화를 위해서는 이보다는 내용을 잘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며 전공의 수련이 실제로 될 수 있도록 인력자원을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부원장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은 인적자원 연계와 협력이 중요하고 그게 공동수련의 목표”라며 “결국 지역에서 일할 인력을 양성하지 않고 중앙에서 양성해 지방으로 내려가게 할 수 없다. (지역에서의 인력 양성을) 공공기관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수 차관 "공동수련은 인력 공동 활용…지방 중심 전공의 배정"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공공임상교수제와 공동수련이 잘 연계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공공임상교수제와 공동수련은 결국 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정신으로 보고 있다. 잘 확대되고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권역 중심 의료기관과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공공임상교수제와 공동수련을 함께 하는 것은 좋은데 (현장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수련 때문에 (공공임상교수제) 본질이 훼손되는 것을 걱정하는데, 1~2년 내 완벽하게 하긴 어렵지만 임상교수제가 지속 확대되면 (공동수련과) 병행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수련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부분이고 공감도 간다. (공동수련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관리 비용 등과 지방의 전공의 숙소 등고 포괄되는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수련비용이 지원되고 지역 필수의료인력 양성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체계화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지방 중심 전공의 배정에 대해서는 “(지방 중심 전공의 배정은) 이미 관련 내용을 발표했으며 (의대 정원 논의는) 공개적으로 여러차례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며 “전공의 배정은 내년에 눈에 띄게 지방 중심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 "값싼 노동력 확보 목적인 듯" 비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시범사업이 지방의료원 인력 확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이날 긴급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지방의료원 공동수련 시 전공의 총 근무시간과 연속근무도 제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주 52시간제 적용과 24시간 연속근무 제한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대전협은 "이번 시범사업 목적이 수련 질 향상보다는 최근 구인난을 겪는 지방의료원이 저가에 젊은 의사 인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방의료원이 지도전문의 등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전공의는 교육수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반의 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전협은 "이번 사업이 저가 인력을 착취하는 형태가 되지 않으려면 전공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시범사업도 함께 도입돼야 한다. 공공임상교수제도로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수련병원을 통폐합하고 국립대병원과 민간 2차 병원 연계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