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에게 비대면으로 한약·약수 처방? “그 자체로 위험”

조윈 ‘한의사 원격진료 플랫폼’에 의학계 우려 1개월 비용 200만원, 조윈 “통합의학으로 접근” ‘견운모’ 한약, 전임상만…“효과 근거 아니다” “비대면 진료 시 증상 악화 파악 늦어 위험”

2023-02-01     송수연 기자
헬스케어기업 (주)조윈은 4기와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해 한약, 약수 등을 패키지로 처방하는 ‘글로벌 원격진료 플랫폼’을 구축해 상반기 중 론칭한다고 밝혔다(ⓒ청년의사).

말기 암 환자에게 한약 등을 패키지로 처방하는 한의사 원격진료 플랫폼이 등장하자 의료계는 위험성이 크다며 우려했다. 비대면으로는 말기 암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이후 한의사가 처방하는 한약도 임상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헬스케어기업 ㈜조윈은 4기와 말기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의사가 비대면 진료를 하는 ‘글로벌 원격진료 플랫폼’을 구축해 상반기 중 론칭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관련 기사: 말기암 환자에 한약·영양제·약수 처방하는 원격진료 플랫폼 등장).

美FDA가 ‘승인’한 약용수? 승인 아닌 ‘등록’

조윈은 한의사 33명을 모집해 4기와 말기 암 환자를 비대면 진료한 후 ‘맞춤형 처방’을 할 계획이다. 이 처방을 통해 조윈이 천연 광물질 ‘견운모’를 이용해 개발한 생약인 ‘운비제’(상품명)와 영양제, ‘체온상승 약용수’를 패키지로 제공한다.

특히 체온상승 약용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홍보했다. 홈페이지에는 체온 상승 효과가 있는 ‘약수(미네랄 워터)’라고 표현돼 있는 이 제품을 “일반 의약품(OTC)으로 FDA 승인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조윈 측이 청년의사에 보내온 문서는 FDA 승인이 아닌 ‘등록’ 증명서(Registration certificate)였다. FDA 심사 기준을 통과해 약효를 인정받고 의약품으로 ‘승인’된 게 아닌 미국 수출을 위해 ‘등록(Registration)’한 것이다. 별도 시험이나 검사 없이도 등록은 가능하다.

조윈이 체온 상승 효과가 있는 ‘약수(미네랄 워터)’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OTC drug으로 등록한 후 받은 증명서(제공: 조윈).

전임상시험으로 항암 효과 확인? “그 자체가 위험”

의학계는 무엇보다 4기와 말기 암 환자를 진료하는 방식과 그들에게 처방하는 한약에 우려를 표했다.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조윈은 천연항암제(한방항암제)인 운비제에 대해 “수년간 임상에 적용할 만큼 우수한 효능을 보이고 있다”며 그 근거로 지난해 10월 대체의학 분야 SCI급 저널 ‘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을 제시했다. 청년의사가 확인한 논문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연구결과로 식염수와 견운모(운비제)의 효능을 비교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이 논문으로 견운모의 항암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 결과일 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진행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양내과학회 이상철 홍보위원장(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일반적인 항암제는 실험실에서 유방암 세포주에서 효과를 보인 경우 거의 의미를 두지 못한다”며 “사람에게 사용할만한 적정용량과 부작용을 모르고, 실제 세포주(cell line) 연구에서는 많은 용량을 세포주에 직접 뿌리기 때문에 인체에서 그 정도 용량까지 사용가능한지 혈관을 통해 암세포에 전달되는 과정이 적정한지를 알 수가 없는 실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같은 전임상시험(preclinical trial) 결과가 담긴 논문을 “효과의 근거(evidence)라고 표현할 수 없다”며 “삼중음성 유방암세포주에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임상시험을 근거로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하려 한다는 것도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기 암 환자 진료를 비대면으로? “증상 악화 파악 늦어 위험”

4기나 말기 암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하는 방식도 위험하다고 했다. 증상 파악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비대면의 경우 일반적으로 다른 동반질환이 많은 고령의 암 환자, 특히 말기 암 환자의 증상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처방할 때 다른 원인에 의한 증상 악화 요인 파악이 지연돼 발생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기 암 환자에서 약제의 안정성, 즉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약제를 비대면 플랫폼에서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도 말기 암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해 ‘임상적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한약을 처방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말기 암 환자들은 간이나 심장 기능이 정상인의 반도 안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연하장애도 많아서 경구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 자체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비대면으로는 말기 암 환자의 이런 상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견운모라는 한약을 처방하겠다면서 예전부터 써 왔기에 임상시험을 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과학이 아니다”라며 “근거중심 의학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 근거를 통해 어느 정도 표준화된 문법을 따라야 재현성도 생긴다. 하지만 한의학은 한의사마다 진단이 다르고 처방도 달라 재현성이 없다”고 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위중한 암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이 불확실한 ‘한방 사업’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 철저한 검증과 비판을 통해 바로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달 이용 비용 200만원…조윈 “통합의학으로 접근”

조윈 측도 이같은 의학계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4기나 말기 암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계획대로 원격진료 플랫폼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국과 방글라데시에 이 시스템을 먼저 출시한 후 미국과 중국, 유럽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4기나 말기 암 환자가 한달 동안 조윈의 원격진료 플랫폼을 이용해 한의사에게 패키지 처방을 받고 전문 상담가인 ‘캔설턴트(Cansultant)’에게 심리상담을 받는 비용은 200만원이다. 이 비용은 한국 암 환자나 해외 암 환자 모두 동일하다.

조윈 김수현 CSO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원격진료 플랫폼에 대해 “통합의학으로 접근했다”며 “국내에서 1,2,3기 암 환자는 기존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고 보지만 4기와 말기 암 환자는 현대의학에서도 더 이상 손을 못 쓰고 있다. 이 분들이 아프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CSO는 “우리 원격진료 플랫폼에서 가장 비중 있는 부분이 심리 상담이다. 삶을 포기할 수 있는 암 환자들이 더 아플 수 있다,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쪽에 맞춰져 있다”며 “한약 같은 경우 대한약전에 올라가 있어서 따로 임상시험이나 전임상시험을 할 필요 없이 한의사가 처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CSO는 기존에도 견운모로 만든 ‘운비제’를 제휴 한의원을 통해 암 환자들에게 처방해 왔고 그 효과를 확인했다며 “광물인 견운모를 분말로 1차 가공한 후 800도로 끓였다가 소금물로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독성을 제거한 후 원외탕전에서 운비제로 만들어 한의원을 통해 환자에게 배송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조윈은 운비제에 대한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CSO는 “현대의학에서 어렵다는 부분을 통합적인 치료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논문과 임상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IRB도 추진 중”이라며 “통합의학적인 측면에서 암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하는 길을 새로 열어간다는 측면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