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 '돌파구' 마련 쉽지 않은 의협

법조계, 헌소 제기해도 각하 가능성 높아 역풍 우려 "서울중앙지법 파기환송심 결과 뒤집히기 어렵다"

2022-12-30     고정민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고려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대한의사협회가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의협은 헌법소원까지 거론했지만 법조계는 실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직역 간 업무 범위를 구체화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는 작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법무법인 소속 A변호사는 29일 "의협이 헌소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청구하더라도 각하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이 소송요건에 부합하는 적격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적격 당사자가 되려면 본인의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기관련성'을 갖춰야 한다.

지난 2020년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의료법 위반을 적용한 것이 적법하다고 본 헌법재판소 판결은 당시 기소됐던 한의사들이 헌소를 청구해 이뤄졌다. 이들은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하나 기소하지 않는다는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A변호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 헌소를 제기하려면 피해를 입은 환자 본인이 나서야 한다"면서 "국가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법을 제정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이용하면서 환자에게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했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환자가 국가의 국민 건강 보호 의무에서 소외된 사각지대에 빠졌다는 논리를 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변호사는 "반면 의협은 재판부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허가했다고 해서 의협의 어떤 권리가 침해된 것은 아니므로 당사자적격을 갖추지 못한다"며 "만약 현재 상황만 두고 헌소를 제기했다가 자기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해 각하되면 여론에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헌소를 제기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법무법인 B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헌소는 '대법원 재판이 잘못됐으니까 취소하라'는 취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의협이 이번 사안에 헌소를 언급했다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B변호사는 "일반적인 헌소는 공권력의 행사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 제기한다. 지난 2020년 헌재 판결은 한의사들이 '기소유예 처분'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청구해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같은 법원의 재판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과 달리 공권력의 행사에서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법원 재판까지 대상에 포함하면 3심제가 아닌 4심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B변호사는 "헌재는 대법원 상위기관이 아니다. 별도 영역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고 특정 사건에 대한 최종적인 법률 해석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헌법 해석이 아닌 의료법에 대한 해석 문제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의협이 헌소를 제기할 수 있는 헌소 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의협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히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뒤집기? "가능성 매우 낮아"

한의사에게 유죄를 판결한 원심(2심)을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의협을 비롯해 의료계는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급심과 다른 정의롭고 현명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원심 때처럼 다시 한번 유죄 판결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대법원 판결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법원조직법에도 규정하고 있는 파기판결에 대한 기속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법무법인 C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 파기판결에 대한 기속력이 생긴다. 환송받은 하급심은 상소심(항소심, 상고심)이 내린 판단을 따라야 한다"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사실관계가 생기는 등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대법원과 동일한 결론이 날 거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