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지켜보기'만 했던 방광암 치료를 바꾼 '바벤시오'

앤리크 그란데 교수,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서 효과 등 인정받아" 김인호 교수, "환자들 기다리고 있어, 신속한 급여 적용 필요"

2022-12-15     정민준 기자

5년 생존율이 6% 에 불과한 전이성 방광암은 지난 30여년 간 백금기반 화학요법(Platinum Based Chemotherapy : Gemcitabine+Cisplatin/Carboplatin)을 활용한 1차 항암화학요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통용돼왔다.

하지만 1차 항암화학요법은 반응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약 9개월 내에 질병이 진행되고 전체 생존기간은 9~14개월에 불과하다. 또 1차 치료 이후 2차 치료를 받는 환자는 15~20%에 그쳐,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의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머크의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가 JAVELIN Bladder 100 임상시험을 통해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전체생존기간 연장을 확인하며 전이성 방광암 치료에서의 유지요법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와 MD 엔더슨 암센터에서 종양학 분야 총괄(Head of Oncology)을 맡고 있는 앤리크 그란데(Enrique Grande) 교수를 만나 전이성 방광암 치료의 최신 지견과 유지요법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들었다.

(왼쪽부터)김인호 교수, 앤리크 그란데 교수

-최근 방광암 치료 분야에 전신요법제로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등 여러 선택지가 등장하고 있는데, 글로벌에서 절제불가 방광암 1차 치료에 공고히 인정받은 표준요법은 무엇인가.

앤리크 그란데 교수(이하 그란데): 지난 40년간, 전이성 방광암 치료에서는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제외하면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치료법들이 등장을 하고 있고, 이러한 치료법들이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으로 1차로 시스플라틴 혹은 카보플라틴을 이용한 항암화학요법을 최대 6사이클까지 진행을 하고,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아벨루맙을 유지요법으로 활용하는 것이 포함된다.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 진행이 없었던 환자를 대상으로 아벨루맙으로 유지요법을 진행한 결과 삶의 질 하락 없이도 전체 생존기간이 연장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아벨루맙을 활용한 유지요법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는 항암화학요법 이후에는 종양이 커질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보기'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치료받는다는 느낌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한국에서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인호 교수(이하 김): 한국도 1차 요법에 있어서 백금기반 항암요법이 표준치료이고, 6사이클 이후 질병 진행이 있으면 '기다리고 지켜보기' 밖에 방법이 없었는데, 아벨루맙이 도입된 이후 유지요법을 진행하고 있다.

또 환자 입장에서는 항암화학요법을 하면서 효과가 있다고 느꼈는데, 독성 때문에 쉬어야 한다는 사실이 효과 여부를 떠나 심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때문에 아벨루맙을 통해 다른 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임상에서 바벤시오를 많이 사용하는가.

김: 아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제한적인 편이다. 가능하면 빠른 급여를 통해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고 있다.

-올해 초 JAVELIN Bladder 100 연구의 장기추적관찰 데이터가 발표됐다. 

그란데: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약제의 효과성(Activity), 안전성 프로파일과 삶의 질 측면에서 기존의 연구와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또한 2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환자군도 대조군에 포함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벨루맙군의 전체 생존기간이 더 개선됐다. 대조군에 포함된 환자의 70% 이상이 후속치료를 받았고, 이 중 50%가 면역항암제 투여를 받았다. 

장기적인 후속치료와 크로스오버에도 불구하고, 아벨루맙을 이용한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이 더 연장됐다. 이것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미하는 바는 면역항암제를 더 빨리 사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다는 것이다. 더 좋다는 것은 전체 생존기간의 연장뿐 아니라, 표적치료와 같이 그 다음의 전략을 고려할 수 있는 환자가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데이터에선 PD-L1 양성 환자에서 OS(전체 생존기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국내에서 바벤시오 급여 시 혹여 급여기준이 PD-L1 양성 환자로 제한되는 게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김: PD-L1 양성군에서 효과가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PD-L1 음성이라고 해서 약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PFS에서도 괄목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연장을 보였고, OS도 연장된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꼭 방광암에서 PD-L1만이 유일한 바이오마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JAVELIN Bladder 100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에서도 여러가지 바이오마커를 고려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한국 임상 현장에서 모든 바이오마커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PD-L1 음성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에서도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JAVELIN Bladder 100의 연구는 모든 환자(all-comer)와 PD-L1 양성군의 전체생존기간을 1차 평가변수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급여를 평가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다.

그란데: 첨언하면, PD-L1 발현 자체와 관련한 이슈가 있다. 어떤 것을 PD-L1 양성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어떤 항체를 사용해서 검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검사 결과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검사 항체에 따라 PD-L1의 발현이 23~60%까지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것을 PD-L1 양성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 적어도 전이성 방광암에서는 PD-L1이 환자를 선별하는 유일한 바이오마커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SMO ASIA에서 JAVELIN Bladder 100 연구의 장기추적관찰 하위 분석으로 한국인이 포함된 아시아인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그란데: 기다린 질문이다.(웃음) JAVELIN Bladder 100 연구에는 700명의 환자가 참여했으며, 147명의 아시아인이 포함됐다. 이 정도 비율의 아시아인은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인 하위 분석 결과,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기존의 임상과 상당히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기존의 아벨루맙이 증명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다른 인종뿐아니라 아시아인에게서도 일관되게 확인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 분석 결과가 바벤시오 급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지.

김: 당연히 아시안 인구에서의 결과가 기존 임상과 일관되기 때문에, 급여 적용 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 KSMO(대한종양내과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삼성서울병원 박세훈 교수가 한국인 대상 EAP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인에서도 전체 인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아벨루맙은 인종에 상관없이 효과를 보이고 있고 이런 점이 당연히 급여 적용 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신속히 급여 적용이 이뤄지길 바란다.

-전 세계에서 MD 앤더슨 암센터가 가장 선제적으로 신약을 사용하고 있다. 향후 방광암 치료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하면.

그란데: 완전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EV-302라는 임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EV-302는 엔포투맙 베토딘과 펨브롤리주맙 병용 투여군과 항암화학요법 투여군을 비교한 3상 연구로, 40년 만에 처음으로 1차 항암화학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엔포투맙 베토딘과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의 효과성은 확인됐다고 볼 수 있으나, 독성과 적용 가능 여부가 관건이다. 환자군 선별을 위한 바이오마커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신약들의 등장에도 여젼히 현재 절제불가 방광암 치료의 기본은 백금기반 화학요법이다. 백금기반 화학요법을 배제할 수 있는 치료법은 정말 요원한가.

김: 새로운 데이터와 약제를 기다려보는 게 방법일 것 같다. EV-302 데이터나 백금기반 외 치료(Platinum-free combination) 데이터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는 점은 현재의 임상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설령 백금기반을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 나오더라도 한국에서는 이를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냐다. (면역항암제 등이 고가인 만큼) 한국에서는 재정적 문제가 급여 적용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아벨루맙이 출시된 이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4사이클 정도로 짧게 쓰면서 독성을 어느정도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으로 봤을 때, 아벨루맙에 급여가 적용된다면,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활용하는 것이 당분간은 한국에서 표준치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