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보험(health insurance) 가입하기

2002-04-22     청년의사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미국은 잘못된 의료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일반인들에게 그 잘못된 현실을 이용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해 주기 위해 ‘의료 보험’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다 보니 적은 보험료를 지불하고 의료비를 할인(?)받는데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료 보험 회사를 놓고 한 회사를 선택하는 일이 또 한 번 골치 아픈 일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의 의료보험 문제 많다 미국 의료에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예방의학의 의료관리 시간에 배운 것 중 단 하나만 끄집어내자면 우리가 미국 방식을 흉내낼 수는 있어도 채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미국식을 그대로 따라 했다가는 시민단체나 노동자 또는 일반인들의 대표임을 내세우는 사람들, 그리고 정책 입안에 불만을 가지신 분들의 융단 폭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의료(보험)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를 텔레비전 속에 모셔다 놓고, 두 시간 정도 할애하여 토론을 시키지만 그래도 미국의 의료 현실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그 토론은 4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부시와 고어의 대결 때도 CNN에서 두 시간에 걸친 토론을 했고, 우리 나라에서도 생중계로 볼 수 있었지만 워낙 배울 게 없어서 그런지 한국의 의료 현실 이야기만 나오면 핏대를 올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 그 방송을 보았다는 사람을 필자는 단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국의 의료 현실을 이야기할 때 보건행정가, 의사, 의대생, 일반인들을 막론하고 미국 예를 드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으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모두들 대통령 후보의 정책 대신 책이나 신문으로 공부를 했나?)

1995년 이후 매년 1trillion 달러가 넘는 돈(1인당 4,500달러이며 2001년 통계는 못 보았지만 증가추세를 볼 때 6,000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통계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여기에 제시한 액수는 가장 많은 것을 예로 든 것이다)을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는 나라에서 보건지표는 세계 20위 권이 될까 말까 하니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필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미국에서 잠시 머물다 갈 연수자의 가족들이 어떤 의료 보험을 선택할 것인지는 물론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나 야후에서 health insurance를 검색해 보면 전의를 상실할 정도로 많은 사이트가 “나를 찾아 오라”고 외치며 우리를 반겨 줄 테니 보험회사를 검색해서 약관을 읽어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은 일치감치 포기하시라.

필자 나름대로 터득한 의료 보험 가입 원칙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의료보험, 이렇게 선택해라 첫째, 보스 될 사람에게 의료 보험을 가입해 달라고 조른다.

둘째, 위의 방법으로 해결이 안 되면 한국에서 여행자 보험을 가입한다.

셋째, 한국의 여행자 보험 약관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어서 가입할 수 없을 때는 미국의 의료 보험회사를 찾아서 약관을 읽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한다.

넷째,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을 때는 가장 비싼 보험(당연히 혜택이 가장 많다)에 가입하거나 보험 에이전트를 만나서 상담을 한 후 결정한다.

보스 될 사람이 보험 가입 외에 연봉을 얼마 주겠다고 제의한다면 그 보험은 일반적으로 가장 혜택이 많은 HMO Blue나 PPO의 보험을 가리키므로 의료 보험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그러나 연봉 얼마 외에 보험료로 얼마를 더 주겠다고 하면 그 때부터는 무슨 보험에 가입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위의 두 보험은 이유 불문하고 병원 또는 의원을 방문할 때마다 15달러만 내거나 또는 공짜이므로 가입 후에 고민할 일은 완전히 사라진다.

자비로 보험료를 내거나 보스가 보험료로 얼마를 주겠다고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에서 여행자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다. 여행자 보험은 가격이 싼 대신 제한사항이 많으므로 약관을 꼼꼼하게 읽어 본 후 자신과 가족에게 충분하다고 생각될 때 가입해야 한다. 참고로 한국에서 해외 연수를 가는 사람들을 위한 여행자 보험을 취급하는 회사로는 미국에 본사를 둔 AIG(American Home Assurance Company, www.aigkorea.org) 등이 있으며, 똑같은 조건으로 미국 회사에 가입을 하는 것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싼 한국지사에서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럴 경우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사후 처리를 해야 하므로 약간의 불편을 감안해야 한다.

가장 골치 아픈 일은 미국의 여러 보험회사 약관을 읽어 가면서 한 회사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보상 기준이 회사에 따라 다르고, 그에 따른 보험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장 혜택이 많고 보험료가 비싼 곳은 위에 제시한 HMO blue와 PPO이며 최대관심사인 보험료는 4인 가족 기준 한 달에 약 700달러 정도이다. 한 달에 가족을 위해 100만원씩 쓰는데 아무 거부감이 없으신 분은 이 두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하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보험료와 정책은 거의 매년 바뀌므로 항상 가입시점의 보험료가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위의 회사 대신 조금 더 싼 회사를 원한다면 연수기관의 International Office에 가서 보험회사를 소개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사무실의 직원들이 보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연락처를 받아서 직접 담당자와 의논을 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보아야 한다.

가장 싼 보험으로는 1인당 매월 50$인 것이 있지만 이것은 J-1 비자를 가진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어느 보험회사이건 J-1 비자 소지자는 보험료가 싸고 J-2 비자를 소지한 가족들은 비싼 편인데 특정 사고 시 얼마까지 보상을 받을 것인지, 병원에 한 번 갈 때마다 가입자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 산부인과, 피부과, 성형외과에 가는 것 등이 보험에 포함되는지 등의 여부에 따라 보험료는 크게 차이가 난다.

HTH Worldwide Insurance Services (htsstudents.com), Professional Service, Inc (www.pseiservice.com) 등은 인터넷으로 검색 가능한 보험 회사이다.

이 외에 미국의 의료보험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치과 의료보험을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는 것, 의료비는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므로 한국에서 충분한 검진을 받았으므로 아예 의료 보험 없이 버티겠다고 배짱을 부리시는 분에게는 ‘J-1 비자 소지자가 의료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언제든 추방 가능하다’는 미국 법을 알려드리고 싶다. (그런데 의료 보험 가입 여부를 검사하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다음에는 ‘집 구하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예병일(연세 원주의과대학 생화학교실, Southwestern Medical center 연수 중, biyeh6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