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2] '리보세라닙' 3상 결과에 대한 국내 전문가 평가는?
삼성서울병원 임호영 교수, "면역항암제와 병용 성공한 최초의 TKI" '"리보세라닙, 베바시주맙 치료 어려운 출혈고위험군에 대안될 것"
[파리=김윤미 기자] 간암 1차 치료에서 효과를 입증한 VEGFR2 티깃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 '리보세라닙'과 항 PD-1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국내 전문가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리보세라닙'은 국내 제약사인 에이치엘비가, '캄렐리주맙'은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Medicine)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는 '리보세라닙'이 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으로 성공을 거둔 최초의 TKI로, 출혈 위험이 높아 현행 1차 치료제인 '베바시주맙'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 10일(현지시각) 파리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2)에는 간세포암 1차 치료에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을 '소라페닙' 단독요법과 비교 평가한 오픈라벨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최초 공개됐다.
해당 연구에서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2.1개월로 대조군의 15.2개월과 비교해 사망 위험을 38%까지 낮췄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역시 5.6개월 대 3.7개월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8% 낮췄다.
또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25.4%로 대조군의 5.9% 대비 개선을 보여줬다.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군에서 보고된 3~4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은 80.5%였으며, 스테로이드 사용 비율은 16.2%였다.
ESMO 2022 현장에서 발표를 들은 임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세포암 1차 치료에 또다른 병용요법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특히 면역요법(IO) 약제와 TKI 조합으로 성공을 거둔 최초의 연구"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 보여준 캄렐리주맙과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전체생존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특히 해당 조합은 베바시주맙을 사용하기 어려운 출혈 고위험군에 치료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간세포암 1차 치료에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베바시주맙'의 출혈 부작용으로 인해 출혈 고위험군에서는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 등 TKI 단독요법만 사용 가능한 상황이다.
임 교수는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의 이같은 유용성을 인정해 허가를 한다면,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허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3상 임상시험이 보편적인 글로벌 연구로 보기엔 어렵다"고 했다. 대상 환자 대부분이 아시아인인데다, 그나마도 중국계(중국, 대만, 홍콩)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연구는 대다수 아시아인(83%)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17.3%만이 비 아시아인이었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의 병인적 특징이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조합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임 교수는 "해당 연구에 포함된 환자의 75%가 B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이었다"며 "대조약인 소라페닙이 HBV 양성 환자에서보다 HCV 양성 환자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그간의 통설을 감안하면,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군의 효과가 극대화 된 것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투여군에서 보고된 3~4등급의 이상반응 발생률이 대조군과 비교해 좀 많아 보인다"며 "리보세라닙과 관련된 고혈압, 간기능 저하 등은 다른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조합의 국내 허가와 급여 전망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임 교수는 "현재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이미 급여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병용요법이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가격이나 부작용 측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줘야만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캄렐리주맙+리보세라닙 병용이 이 부분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