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 받다 병원 돌아오는 중증환자들, 왜?
서울대병원 재택의료 서비스 이용자 분석 결과 3개월 이상 장기 재택치료자 66.5% 병원 재입원 "중증질환자 재택의료 종합 계획 수립해야"
국내 재택의료 인프라가 중증질환자 케어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원 이후에도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종합적인 재택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와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퇴원 후 재택의료 환자 655명의 의료 이용 경향을 분석해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JAMD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에 게재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재택의료(가정간호)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특성과 의료서비스 필요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대병원 재택의료 이용 환자 약 70%가 중증질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가 약 50%, 루게릭·파킨슨병 등 신경계질환자가 20%였다.
암 환자 재택의료 수요는 중심정맥관 관리가 43.5%로 가장 높았다. 욕창·장루 등 상처 관리(36.7%), 배액관 관리(22.1%)가 뒤를 이었다. 신경계질환자의 경우 식이 보조가 필요한 경우가 80.5%에 이르렀다. 인공호흡기나 기관절개관 등을 이용한 호흡 보조 수요도 43.4%에 달했다.
식이와 호흡 보조가 필요한 환자는 그만큼 재택의료 이용 기간도 길었다. 전체 재택의료 환자 30%가 3개월 이상 집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았지만 식이 보조를 받은 환자는 48.7%로 더 높았다. 호흡 보조 환자는 그 비율이 59.4%까지 늘었다. 반면 배액관 관리(15.6%), 상처 관리(23.2%)를 받은 환자는 재택의료 이용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환자들은 재택의료를 이용하면서 병원 진료도 병행했다. 3개월 이상 재택의료 장기 이용 환자는 전원(100%) 1년에 최소 1번 이상 재택의료팀(통합케어클리닉)을 방문했다. 이들 중 66.5%가 최소 1번 이상 입원 치료를 받았고 17.9%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다.
전체 재택의료 이용자를 대상으로 봤을 때, 암 환자 85.2%가 1년 중 1번 이상 외래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77%는 응급의학과를 찾았다. 신경계질환자는 53.6%가 입원 경험이 있었고 응급의학과를 거쳐 간 환자 비율은 63.8%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현재 재택의료 인프라가 중증질환자를 케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재택의료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고 퇴원한 중증질환자 상당수는 집에서도 지속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면서 "재택의료를 희망하는 중증질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잇도록 포괄적인 재택의료 서비스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