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제도 시범사업보다 퇴보"…유연성·지속성 회복해야
KHC 2021, 본사업 전환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운영 현황 평가 24시간 병동 축소되고 전문의도 줄어…"예상과 반대로 가고 있어" "경직된 근무 규정과 수가체계에 의료진과 병원 부담 늘어나" 근무 규정 완화하고 입원전담의 도입해야…수가 개선 뒷받침 필요
본사업에 들어간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시범사업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수가체계를 개선하고 야간전담의(nocturnalist)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 유연성과 지속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지난 27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1(KHC2021)'에서 '입원전담전문의와 야간전담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시범사업 기간을 거쳐 지난 1월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운영 형태를 8가지에서 ▲주간 5일 운영 1형 ▲주간 7일 운영 2형 ▲주간 7일 24시간 운영 3형으로 간소화하고 운영 기준도 축약했다.
문제는 '24시간 입원환자 진료'라는 제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24시간 운영 형태인 3형은 전체 운영 병동 가운데 3% 남짓인 반면 1형이 80% 이상을 차지하는데다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수도 시범사업 당시 56명에서 출발해 본사업 전환 후 지난 6월 276명까지 늘었다가 지난달 270명으로 줄면서 상승세가 주춤했다. 야간·주말 교대근무 부담과 경직된 수가체계가 원인으로 꼽힌다.
발제를 맡은 서울아산병원 통합내과 김준환 진료교수는 "본사업에 들어가면 입원전담전문의 규모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에서 개입하지 않으면 제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연세의대 외과 정은주 진료교수도 "1형에서 시작해 2형, 3형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제는 거꾸로 3형에서 2형, 1형으로 유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유연성과 지속성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예비안에서는 유형별로 전담 환자 수 세부 비율을 따로 규정하고 수가를 차등화했다. 중증환자의 경우 전담 환자 수를 줄이는 대신 수가를 좀 더 보존해주고 경증 환자는 진료 환자 수를 늘리고 수가를 조금 낮췄다"며 "기관의 상황에 따라 수가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어서 환자 수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유연한 운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종 과정에서 행정적인 불편을 이유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2, 3형을 운영하는 병원 대부분이 최소 인력으로 어렵게 이어가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한 명이라도 빠지면 3형은 2형으로, 2형은 1형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한 명의 부재가 전체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한내과학회 입원의학연구회 신동호 회장 역시 "본사업 전환으로 나아진 점은 '시범'이라는 글자가 빠지면서 생긴 심리적 안정감과 입원전담전문의 1명만 근무해도 수가를 받을 수 있다는 확장성 밖에 없다"며 "그 외는 전반적인 규정이 악화됐고 근무하면서 피부로 느끼기에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전문가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포럼 좌장을 맡은 순천향대부천병원 신응진 병원장은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본사업에 오면서 퇴보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왜곡된 운영 형태를 바로잡고 3형 확대와 제도 지속을 위해서 전문의 근무 조건 완화와 야간전담의 도입, 수가체계 개선 등으로 제도의 유연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김준환 교수는 "지속가능한 교대근무를 위해 야간전담의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수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추가 인력 확보 없이)기존 근무자만으로는 역부족일 뿐만 아니라 번아웃으로 인한 의료진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 최영환 교수도 야간전담의 도입을 통해 근무 유형을 다양화하고 의료진의 선택지를 넓히길 권했다.
최 교수는 "규칙적인 근무를 원하는 그룹은 1형과 2형 모델 근무가 적합하다. 육아나 의료 외 주중 활동을 원하는 그룹은 3형처럼 야간전담의가 적합하고 실제로 이를 원하는 의료진도 꽤 많다"고 했다.
아울러 3형 모델 운영을 위한 최소 요건으로 입원전담전문의 6인 근무와 주말·야간 근무 수당을 제시하고 이를 고려한 수가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야간 및 주말 근무 수가를 평일보다 1.5배 정도 가산해 급여를 책정하면 근무 희망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병원 부담이 가중된다면 야간전담의에 한해 2개 병동을 동시에 담당하는 예외 규정을 둘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신동호 회장도 1개 병동으로 근무를 제한하는 규정을 완화하고 주 40시간 근무 규정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 인력 활용 방안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신 회장은 "전공의들도 3, 4개 병동을 맡는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는 1개 병동만 맡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말이 안 되는 부분"이라면서 "현재 1개 병동 당 5~6명의 입원전담전문의가 돌아가면서 야간 근무를 하는데 2개 병동을 하나의 근무지로 묶으면 10명~12명 인원이 교대 근무할 수 있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입원전담전문의가 주 40시간 근무해야 인정되는데 그럼 한 달에 160시간 일하면서 야간근무를 봐야 한다는 소리다. 야간전담의나 교대 근무자는 한 달에 2주 정도만 근무하고 쉬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제너럴 케어(general care)를 전담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자부심을 부여하는 분위기가 병원계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신 회장은 "전공의 인력 감소 문제가 본격적인 제도 도입 계기가 된 만큼 입원전담전문의가 처음에 대체인력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그러나 이제 단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니라 입원진료의 전문가로서 제너럴 케어를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