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 몰려 있는 광주시에 ‘한방 떴다방’ 성행?

광주시 한방병원 87개소, 경기도 이어 2위 인구 대비 한방병원 가장 많은 지역 박유환 광주시의사회장 “경쟁 심해지면서 불법도 늘어”

2021-07-14     송수연 기자
광주광역시에 개설된 한방병원은 총 87개소로 경기도 다음으로 많다. 지난 2019년까지는 광주시가 1위였다.

광주광역시는 유독 한방병원이 많이 개설된 지역으로 꼽힌다. 전국에서 인구 대비 한방병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일명 ‘한방 떴다방’까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광주 지역에 개설된 한방병원은 총 87개소로 전체 한방병원 430개소의 20.2%를 차지한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까지 한방병원이 가장 많은 시도였지만 2020년부터 경기 지역에 한방병원(95개소)이 급증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여전히 인구 대비 한방병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광주시다. 서울 지역에 개설된 한방병원은 63개소다.

박유환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광주시 인구 대비 한방병원이 너무 많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방 떴다방’이라고 했다. 불법·과잉 진료를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민간 보험사에 적발될 조짐이 보이면 갑자기 폐업하고 사라지는 한방병원을 ‘한방 떴다방’이라고 표현했다.

박 회장은 “최근 들어 성업하던 한방병원이 갑자기 폐업하고 사라지는 일명 ‘한방 떴다방’ 문제가 심각하다”며 “불법·과잉 진료를 하다 심평원이나 보험사의 추적을 받자 이를 피하고자 (갑자기 폐업)하는 행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한방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 수가 곧 수입이다 보니 자동차보험 관련 허위 환자를 과잉 유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도 했다.

한방병원이 자보 환자 유치에 주력하는 상황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심평원 ‘2020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시도별 자보 진료비는 경기가 5,797억원으로 가장 높지만 건당 진료비는 광주가 건당 19만6,398원으로 가장 높다.

특히 광주 지역 전체 자보 청구 건수의 52.5%를 한방병원이 차지했다. 광주 지역 전체 자보 진료비에서도 한방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광주 지역 전체 자보 진료비 1,066억원 중 46.3%인 494억원을 한방병원이 가져갔다.

박 회장은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되는 한방병원도 많으며 ‘양·한방 협진’을 내걸고 고령의 의사나 경험이 없는 젊은 의사를 고용해 허위·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박유환 광주광역시의사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광주 지역 한방병원 수가 너무 많아 과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 다른 시도에 비해 광주 지역에 한방병원이 많이 개설돼 있다. 이로 인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사무장병원 형태로 개설되는 한방병원이 많고 경쟁이 심해서 불법 환자 유치, 과잉진료, 실손보험과 자보 관련 불법 행태가 발생한다. 최근 들어 성업하던 한방병원이 갑자기 폐업하고 사라지는 일명 한방 떳다방 문제도 심각하다. 이는 불법·허위·과잉 진료를 하다 심평원이나 보험사의 추적을 받자 이를 피하고자 (갑자기 폐업)하는 행태로 보인다.

광주시 병의원개설위원회에서 병의원(주로 한방병원, 요양병원) 개설 심사를 하는데 이때 제출하는 한방병원 수입계획서를 보면 [외래환자 수(30명내외)×3만원×진료일수]+[입원환자 수 100명×200만원(월)]로 대동소이하다. 즉 입원환자 수가 수입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자보 관련 허위 환자를 과잉유치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자금력이 많은 한의사가 타인의 명의로 한방병원 여러 곳을 운영하는 폐해도 많다. 양·한방 협진이란 미명하에 경험 없는 젊은 의사나 은퇴한 고령 의사를 고용한 뒤 허위·과잉 진료를 유도해 의사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 수련 받던 젊은 의사가 그 직전 잠깐 근무했던 한방병원에서 허위진료를 했다며 실형을 선고 받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최근 경혈 두드리기로 부리는 ‘감정자유기법’이 건강보험에 등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광주시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비판했다. 정부의 한방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해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한의학을 신뢰하지 않고, 평생 한의원 한번 가지 않는 국민이 대다수 일 것이다. 그리고 의료일원화를 이뤄 국민건강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

최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통과되면서 연간 5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 하지만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없이 국민 의료비를 줄이고 소비자단체들이 찬성했다며 첩약 급여화를 추진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첩약 급여화가 국민의료비 부담을 완화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몇 백원짜리 소염진통제로 조절할 수 있는 월경통에 15만원 이상의 한약을 먹이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것이다.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월경통은 흔한 여성 질환이긴 하지만 난임과 난소암을 유발시킬 수 있기에 제때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전문적이고 과학적 지식이 없는 한의사의 무분별한 한약 처방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인 감정자유기법 등을 일부 권익단체의 로비로 건강보험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은 국민 혈세를 좀먹는 행위다. 의학과 근원이 다른 한의학을 건강보험에서 분리해서 건강보험재정의 낭비를 막고, 국민들이 자신의 건강을 수호할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 최근 광주 지역 척추전문병원에서 발생한 대리 수술 의혹 사건에 대해 광주시의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언론에 알려진 당일 오후 전문가평가단 회의를 개최하고 상황을 알아봤다. 그 결과 동업한 개원의들 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 제보자로부터 기록물 등을 받고 해당 병원의 소명 자료도 취합해 양측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다. 곧바로 형사고발사건으로 판단하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로 사건을 회부했다. 이후 의협에서 관련 병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 광주시의사회는 2019년부터 시작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점은 없나.

올해 전문가평가단에서 2건을 제보 받아 심의했다. 1건은 대리 수술에 대한 내부 고발 사건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긴급으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회부했다. 다른 1건은 허위·과잉 진료에 대한 제보로 광주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에서 두 차례 심의했지만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보건복지부 등 중앙기관에서 조사 중이어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의사들 사이에서도 전문가평가제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제보가 많지 않다. 또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경찰이나 행정적인 정보를 얻기에 어려움이 있다. 향후 의사면허관리원이 의협 내에 생긴다면 전문가평가제가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자정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연이어 터진 대리 수술 의혹 사건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CTV가 대리 수술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반면 영상 자료 유출과 소극적인 진료 등 부작용이 너무 크다. 여러 문제점이 많은 CCTV보다 다른 방법이 많이 있음을 알려야한다. 또한 수술실 안은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정적인 공간이 아닌 아주 동적인 공간이다. 인체가 그대로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실을 볼 수 있도록 유트브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 올해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은 원격의료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대응하라고 집행부에 위임했다. 원격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원격의료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는 법적 분쟁과 장기간의 원격 투약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진료를 꺼려하는 상황에서 기존 만성질환 관리 차원에서의 원격진료는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회원들과 항상 함께하는 의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언제 어디서든지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 특히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유관기관들과의 불편함을 없애고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더 나아가서 어려운 이웃도 챙기면서 광주 시민과 함께 하는 의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아울러 의료 현장에서의 고충이나 요구 사항에 대비해 회원고충처리위원회를 만들어 회원권익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코로나19로부터 광주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