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제가 '남성형 탈모' 유전변이를 타고 났다고요?

검체 채취부터 결과 상담까지…기자가 직접 겪어본 DTC 유전자검사 고정된 특성 탓 검사 결과에 예상치 않은 스트레스나 불안감 들기도 복지부 가이드라인 검사자 상담 권리 명시하고 있어…보장 필요해

2021-07-14     김찬혁 기자

최근 정밀의료 기업들이 다양한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DTC 유전자검사란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직접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영양상태, 운동 유형별 적합도, 피부·모발 상태 등 웰니스(Wellness) 분야에 국한됐던 DTC 유전자검사가 최근에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통해 당뇨병, 고혈압 등 질병 검사에까지 저변을 넓히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DTC 유전자검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는 테라젠바이오, 마크로젠, 캔서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녹십자지놈, 랩지노믹스 등 50여곳에 이르는 기업들이 DTC 검사기관 인증을 받아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검진과 달리 DTC 유전자검사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행위다. 접근성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는지 모르는 이가 많다. 유전자검사라는 단어가 주는 낯섦도 DTC 유전자검사 활성화를 가로막는 벽 중 하나다. 

무엇보다 DTC 유전자검사를 받았을 때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 정확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기자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서비스 선택 기준은 다양한 항목을 검사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고자 했으며, 그 결과 마크로젠의 ‘마이지놈스토리 더플러스’를 선정했다. 마크로젠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토어 등에는 ▲영양소(20종) ▲피부/모발(13종) ▲개인 특성(12종) 등 총 73종의 검사 결과를 제공한다는 설명이 나와 있었다. 

6월 중순 서비스를 신청한 뒤 2~3일 후 제품을 받았다. 택배를 뜯어보니 구성은 꽤나 단출했다. 제품 설명서와 검체 채취 방법이 담긴 안내서, 그리고 제품을 다시 연구소로 돌려보낼 택배 포장지가 동봉돼 있었다.

유전자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도 무척 간단했다. 일정량의 타액만 모으면 됐다. 설명서에는 타액을 뱉기 전 30분간 음식을 먹지 말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 또 침을 뱉을 대는 턱 아래 침샘을 마사지하는 것도 권장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깔때기를 통해 검체를 담고 보존액을 섞은 채로 제품을 밀봉하면 검사자가 검체 채취를 해야 하는 행위는 일단락된다. 일단 검체를 채취하고 나면 그 다움 해야 할 일은 많지 않다. 받은 구성품을 그대로 다시 종이상자에 담고, 반품을 위해 택배를 포장하면 된다. 기자도 설명서에 적힌 대로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 착불 택배를 보냈다.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신청하면 받게 되는 검체 채취 키트. 간단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언제쯤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 회사 측에 문의해보니 분석기관이 택배를 수령한 뒤로부터 약 2주 안에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드디어 지난 8일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검사 결과가 나왔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개인 인증 절차를 거치니 PDF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었다. 사전에 결과지 수령 방식을 이메일과 종이 책자 두 가지 종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의 유전자 검사 결과는 크게 ‘등급’과 ‘내점수’ 그리고 이를 결정짓는 ‘유전율(%)’로 제시됐다. 내 점수는 각 항목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변이 개수에 따라 책정되며, 한국인 평균과 비교해 주의, 낮음, 보통, 높음, 안심 등으로 등급이 분류된다고 나와있었다. 

효율적인 체력 증진 및 식단 관리에 도움

80페이지에 달하는 검사지를 받아 보고 든 생각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기자는 유전적으로 유산소 운동에는 ‘낮음’ 등급의 적합도를 지니고 있는 반면, 근력 운동과 지구력 운동에는 ‘보통’ 등급의 적합도를 지니고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근육 발달 능력에서는 ‘높음’ 등급과 함께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다. 타고난 유전 특성에 따른다면 기자는 장시간 지속되는 유산소 운동보다는 근육을 기르기 위한, 이른바 '쇠질'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 체력 증진과 체형 변화에서 더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가령, 발목 부상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변이가 다수 존재할 경우 높아지는 '발목 부상 위험도'와 같은 요소는 등산, 달리기, 구기 운동 등 발목을 자주 사용하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발목 부상에 좀 더 신경을 쓰라는 충고가 될 수 있다.  

이밖에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효과 ▲체중감량 후 체중회복가능성(요요 가능성) 등의 요소는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요긴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식욕이나 ▲포만감 ▲단맛 민감도와 같은 요소들도 식단 조절에 고려할 만한 내용이다.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한 기자의 첫 인상은 놀라움이었다. 간단한 검체(타액) 채취 통해  다양한 항목을 기대한 것보다 더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 

검사지를 받아들고 난 뒤 평소 어렴풋하게 인지하던 신체적 특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유전적으로 불면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거나 기미/주근깨에 취약할 수 있다거나 하는 등은 평소의 생활 습관을 되짚어보고 향후 고쳐나가야 할 점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개인적으로 유전적인 영양소 대사 특성상 비타민A 농도가 낮았는데 비타민 A의 과잉 섭취는 폐암을 유발할 수 있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급원 식품을 통해 섭취하기를 권장한다는 안내도 유용했다. 

이미 타고난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인 만큼 일생에 딱 한번만 해도 된다는 점도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요소였다. 

바꿀 수 없는 개인 특성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나 불안감 동반

반면, 개인의 특성·건강·혈통에 대해 알게 된 정보로 인해 예상치 않은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은 검사서비스를 구입하기 전 고려할 요소 중 하나다.

기자는 이번 검사를 통해 유전적으로 모발 성장이 원활하지 않아 남성형 탈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성형 탈모’ 수치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주의’ 등급은 받았을 때의 스트레스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 중 하나였다. 지난 날 무심결에 흘려버린 머리카락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보완돼야 할 점도 있었다. DTC 유전자검사의 경우, 의료 전문가가 개입하지 않아 의료적 필요성과 유효성이 명확하지 않은데, 그로 인해 검사 결과를 두 손에 받아들 게 된 다음부터는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온전히 검사자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DTC 유전자검사를 받은 소비자에게 본인이 추가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좀 더 알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3월 일반 소비자를 위해 발간한 ‘DTC 유전자검사 가이드라인(1차)’은 검사 결과를 수령한 소비자가 검사 결과에 대해 검사기관에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가이드라인은 검사자 본인의 판단 하에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활용하는 행위는 제한되지 않으나, 검사기관이 검사 결과를 제공하면서 상품의 구체적인 브랜드를 적시하며 판매를 직접 유도하는 행위는 권고되지 않는다고 알리고 있다.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점이다. 

"절대적인 결정력은 없으나 중요한 건강정보 중 하나"

DTC 유전자검사와 관련해 마크로젠 관계자는 “유전자검사 결과는 개인의 타고난 질병 및 개인특성에 관련된 유전적 정보를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 검사자 건강, 신체 상태, 질병 예후와 절대적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신체 상태, 질병(복합질환)이 여러 유전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은 물론 식생활, 운동여부, 생활환경 등 환경적 요소 간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르면, 유전자 검사 결과는 이미 유전자로 인해 질병이 발현되었을 수도 있고, 본인의 식습관 생활태도, 환경에 의해서 발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질병이 현재에 발현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발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각 질병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의 종류 및 영향 정도는 각기 다르며 절대적이지 않기에 유전자 검사가 실제 검사자의 건강, 신체상태, 질병 예후 등에 대해 절대적인 결정력을 가진다고 볼 수 는 없다”면서도 “본인의 타고난 유전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건강관리를 함에 있어 중요한 건강정보의 하나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Your unchanging story will change you.'

기자가 체험한 DTC 유전자검사 제품에 적혀있는 문구였다. 이 말처럼 DTC 유전자검사가 앞으로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질병 예방에 적잖은 변화와 영항을 미칠 것이라고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