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가능한 유전병 '리소좀 축적 질환', 조기진단 중요"

세종충남대병원 김유미 교수, "설명되지 않는 증상에서 LSD 의심해야" 분당서울대병원 송정한 교수, 신생아 선별검사 통한 조기진단 강조

2021-04-15     김윤미 기자

"대부분의 리소좀 축적 질환은 효소대체요법 등의 치료제가 개발돼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효소대체요법의 치료를 받더라도 이미 진행된 증상에 대해서는 비가역적이므로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유미 교수는 지난 14일 사노피젠자임이 진행한 '신생아 스크리닝 미디어 세션'에서 리소좀 축적 질환의 조기진단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노피젠자임이 '폼페병의 날(4월 15일)'을 맞아 지난 14일 온라인으로 '신생아 스크리닝 미디어 세션'을 진행했다.

'리소좀 축적 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 LSD)'이란 체내에서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에 이상이 생겨, 분해돼야 할 물질들이 세포 내에 축적되면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희귀유전질환이다.

결핍된 효소의 종류에 따라 약 50여종의 대사질환을 유발하며, 여러 리소좀 축적 질환을 합하면 5,000명에 1명 꼴로 발병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김유미 교수는 "국내에 진단받은 리소좀 축적 질환 환자는 약 400여명으로, 이 중 '뮤코다당증'과 '파브리병'이 각각 150여명, '고셔병'과 '폼페병'이 각각 40여명 정도"라며 "국내에는 해당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증상이 발현한 후 정확한 병명을 진단 받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리소좀 축적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병세가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고, 치료하지 않는 경우 조기사망 등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며 과거에는 진단을 받더라도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증요법만이 가능했지만, 최근 대부분의 리소좀 축적 질환에서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reatment, ERT) 등의 치료제가 개발돼 지속적인 치료 관리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리소좀 축적 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무리 효소대체요법이 개발돼 치료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이미 진행된 증상에 대해서는 비가역적이므로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리소좀 축적 질환의 조기진단을 위한 접근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임상 증상에서 치료 가능한 리소좀 축적 질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셔병'의 임상 증상으로는 성장 부전과 간과 비장이 비대해지며, 혈소판 감소, 뼈 통증이 나타난다. '파브리병'의 경우 초기 증상으로는 피로, 발한장애, 피부발적, 각막혼탁, 각화혈관종 등이 발생하며, 후기에는 심장과 신장 손상, 조기 뇌졸증이나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뮤코다당증'은 잦은 호흡기 감염과 탈장, 엑스레이 촬영 시 골격계 이상을 보인다. 

'폼페병'의 경우 심근비대와 근육 내 당원의 축적으로 근 위약 증세를 보이며, 호흡부전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1세 이전에 발생하는 영아형 폼페병 환자의 대부분은 효소대체요법으로 치료받지 못할 경우 2세 이전에 심비대와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리소좀 축적 질환은 과거 보존적 증상 치료만 가능했다면, 최근에는 여러 리소좀 축적 질환에서 효소대체요법이 가능해지면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리소좀 축적 질환은 많이 진행되고 나서 치료를 시작하면 성장 속도 회복이 어렵거나 장기의 변형을 되돌리기 어려워,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송정한 교수는 국내 리소좀 축적 질환 신생아 선별검사 현황 및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생아 선별검사(Newborn Screening, NBS)'란 무증상 신생아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검사법을 일컫는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송정한 교수

송정한 교수는 "신생아 선별검사는 리소좀 축적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변이된 유전인자를 가진 가족의 유전상담을 유도할 수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질환의 진단 지연 및 불확실성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줄이며, 환자에 질환적 특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지원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는 1985년 처음으로 도입돼, 1991년부터 정부의 모자보건사업에 의해 6개의 선천성대사이상질환에 대한 검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라며 "또한 1997년 및 2006년에는 지원항목을 확대해 6개의 선천성대사이상질환의 검사 비용 지원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50여종의 대사이상질환에 대한 선별검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범위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교수는 "2020년에는 리소좀 축적 질환을 포함한 총 15개의 유전성 대사 질환에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돼 '고셔병', '뮤코다당증'의 경우 종합병원 기준 3만원대로 검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다만 '폼페병', '파브리병'은 아직 비급여로 환자 부담금 약 10만원대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신생아 스크리닝은 리소좀 축적 질환의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진단 방법"이라며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증상을 알아차리고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치료가 가능한 리소좀 축적 질환 등은 신생아 스크리닝을 통해 조기에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