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 발생위험 낮추고 복약편의성 높여…노보노디스크·사노피·릴리 삼파전국내 전문가들 호평 속 "가격 경쟁력이 관건" 전망

[청년의사 신문 이정수] 당뇨병 치료에서 인슐린은 수십년 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질 만큼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한 약제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주사제라는 점과 저혈당 발생에 대한 우려, 마지막 치료방법이라는 부정적 인식 등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특히 저혈당은 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슐린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이에 혈당강하 효과는 유지하면서 저혈당 발생 위험은 낮춘 기저인슐린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저혈당에 대한 우려를 100% 종식시키지는 못했다. 이에 사노피, 노보노디스크, 릴리 등 인슐린을 보유한 주요 제약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지금까지의 기저인슐린 보다 한단계 더 진일보한 제제 개발에 성공했다. 새로운 기저인슐린은 긴 시간 동안 작용효과가 일정하게 유지돼 기존까지 매 24시간마다 정확하게 기저인슐린을 맞아야하는 환자의 불편함을 크게 개선시킴은 물론, 저혈당 우려도 크게 줄였다.


트레시바·U300·페그리스프로, ‘란투스’ 대비 저혈당 위험 낮춰

인슐린 세대교체 바람에서 앞서 있는 것은 사노피와 노보노디스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제약사는 노보노디스크로, 기저인슐린 ‘트레시바’(성분명 인슐린 디글루덱, Insulin degludec)를 지난해 3월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고 올해 5월에는 보험급여까지 승인받았다. 트레시바는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다.

트레시바는 인슐린 경험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030명을 대상으로 총 104주(52주+52주 연장)간 진행된 다국가, 평행그룹, 오픈라벨, 무작위, 평행 및 목표치료(Treat-to-target), 3상 방식으로 진행된 BEGIN 연구에서 대표적인 기저인슐린 ‘란투스’(성분명 인슐린 글라진, 제조사 사노피) 대비 혈당감소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다.

총 인년(patient-year) 당 저혈당 발생건수도 트레시바군 1.72, 글라진군 2.05으로 양 비교군에서 유사했다. 그러나 연구 종료시점에서 야간저혈당 발생건수는 트레시바군 0.27, 글라진군 0.46으로 트레시바군이 43% 유의하게 낮았다. 심각한 저혈당 발생건수 역시 트레시바군은 0.006건, 글라진군 0.021건으로 나타났는데, 전체 치료기간을 고려했을 때는 트레시바군에서 저혈당 발생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트레시바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잠재적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 요구와 함께 승인이 연기돼있는 상태다.

사노피는 란투스 업그레이드 버전인 ‘U300’(성분명 인슐린 글라진)을 올해 2월과 4월 각각 미 FDA와 유럽연합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데 이어 국내에서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승인은 3,500명 이상의 제 1형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U300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국가, 공개, 무작위, 활성 대조군, 평행 및 목표치료, 3상 방식으로 26주간 진행된 EDITION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에서 U300 1일 1회 투여용법은 1차 평가 변수인 혈당조절 효과를 만족했으며, 투여 후 24시간 이상 안정적이고 장기 지속적인 혈당조절 효과를 나타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낮과 밤 모든 시간대에 발생하는 저혈당 위험을 현저히 낮췄고, 란투스 대비 혈당변화 폭도 작았다.

혈당 조절에 실패한 제1형과 제2형의 일본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EDITION JP1, 2 연구의 연장 결과에서도 저혈당 기준을 54mg/dL로 엄격하게 적용했을 경우 저혈당 발생률은 U300군에서 란투스 대비 38%, 야간 저혈당 발생률은 21% 더 낮았다.

그러나 저혈당 기준을 혈당 70mg/dL(현행 기준)로 적용했을 경우에는 2형 당뇨병 환자에서만 U300군의 야간 저혈당 발생률과 12개월 간 1회 이상 저혈당을 경험한 환자 수가 더 감소했고, 1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두 비교군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U300과 경구제를 병용했을 경우 환자의 체중이 경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

릴리도 초속효성 인슐린인 ‘휴마로그’의 주성분인 ‘인슐린 리스프로’에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을 결합하는 페길레이션(PEGylation) 기술을 접목시켜 저혈당 발생위험을 낮춘 ‘기저인슐린 페그리스프로’(basal insuline Peglispro, BIL)를 개발하고 있다.

1일 1회 용법의 페그리스프로는 다양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임상시험인 IMAGINE 연구 프로그램에서 전반적으로 인슐린 글라진에 비해 당화혈색소를 더 감소시키고 야간 저혈당혈증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올해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됐다.

긴 작용시간으로 환자 불편함 개선

새로운 기저인슐린은 이처럼 저혈당 발생률을 낮추는 것 외에도 반감기가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기저인슐린인 란투스는 허가사항 중 용법용량에서 ‘이 약은 피크없이 24시간까지 지속적인 혈당강하 작용을 나타내는 인슐린 유사체다. 따라서 1일 1회 하루 중 어느 때라도 투여할 수 있으며, 환자에 따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투여하면 된다’고 돼 있다. 언제 투여할지 결정하는 것은 자유롭지만 한 번 결정하면 매일 그 시간마다 투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트레시바의 경우 최대 42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돼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예를 들어 전날 오전 중에 투여한 사람이 그 다음날 오전에 투여하는 것을 놓쳤다면 이전의 기저인슐린으로는 혈당관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트레시바의 경우 오후에 여유롭게 투여한다더라도 혈당관리에 문제가 없는 셈이다. 또 트레시바는 1일 1회 용법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작용지속시간 동안 작용효과도 일정하게 유지돼, 인슐린 글라진 대비 안전성도 입증됐다.

U300 역시 작용시간이 길다. ‘투제오’(Toujeo, U300의 미국판매명)에 대한 외신자료를 살펴보면, 투제오는 임상시험을 통해 용법에 있어 24시간 외에 추가적으로 총 6시간 정도의 유동성을 입증했다. 전신이면서도 같은 성분의 인슐린인 란투스가 24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투여해야 하는 것에 반해 투제오는 정해진 시간의 전후 3시간 동안 투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후 1시에 투여하는 것으로 정했다면, 투제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가 투여가능한 시간인 셈이다.

국내 의료진 “비용효과성 우선돼야 의미”

국내 의료진들은 이처럼 저혈당 발생위험을 낮추고 투여용법에 대해 편의성을 갖춘 새로운 기저인슐린에 대해서 기대감을 나타냈으나, 실제 임상에서 활발하게 쓰이기 위해선 가격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천의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인슐린 디글루덱의 경우 언제든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에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투여해야 하는 이전 (인슐린)보다 유용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보자면 진정한 롱액팅 인슐린이 나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혈당 발생위험 개선에 대해서는 “이전 기저인슐린인 란투스 자체가 공복저혈당이나 야간저혈당이 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인데, 새로운 기저인슐린들이 란투스에 비해 저혈당 발생위험을 혁신적으로 낮췄다거나 차이가 클 것인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발생빈도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혈당을 판단하는 기준 수치를 더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바는 없고, 저혈당은 환자의 증상을 보고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고려할 것은 가격적인 측면인데, 가격이 올라간다면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소량의 인슐린이 지속적으로 분비됨으로써 신체와 가장 유사하게 작용하는 치료제를 기대해왔기 때문에, 작용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저혈당 발생위험을 낮추는 새로운 기저인슐린에 대해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U300의 경우 농축돼있기 때문에 인슐린 투여용량이 많이 요구되는 환자에게 효과적인데, 최근에는 국내 당뇨병 환자에서도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져 인슐린 투여용량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혈당 발생위험에 대해서는 란투스 역시 저혈당이 많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는 절대적인 빈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기저인슐린들이 기존 인슐린 시장을 뒤엎을 정도로 아주 획기적인 치료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투여량이나 저혈당 발생위험 감소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새로운 기저인슐린들은 기존 인슐린에 비해 반감기나 저혈당 발생위험 등에서 좋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지만, 치료제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 경험, 삶의 질, 가격이고 이에 따라 환자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미 기존 인슐린으로 치료를 잘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대체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신환의 경우 가격이 중요한 장벽이 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더 좋다고는 하지만, 해당 환자에게 란투스도 충분히 효과적이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디글루덱의 경우 용량이 적게 들어가는 것을 감안할 경우 가격적 측면에서는 기존 인슐린과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신환에서 충분히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디글루덱이 U300보다 얼마나 먼저 출시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시간차가 크면 클수록 디글루덱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도 커질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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