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선 교수, 민간보험사에서 자체 심사기구 만드는 것보다 나아


▲ 정형선 교수(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민간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실손보험 심사기구를 만들기 전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적기구가 개입해 심사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계에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심평원이 실손보험에 대한 심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정 교수는 “민간보험에서 지불하는 비급여 의료비가 의료 현장의 본인부담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결국 민간보험료 인상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며 “불필요한 비급여 수요를 줄이고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손보험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심평원의 실손보험 심사에 대해 ‘새로운 심사체계 등장’이라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실손보험 심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민간보험사가 자체 심사기구를 만드는 것 보다는 공적기구인 심평원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교수는 “심평원의 실손보험 심사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이 의료계”라며 “반대 명분으로 심평원이 심사를 통해 민간보험사를 도울 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제3자가 컨트롤하는 체계 자체가 두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에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심사없이 진료비를 받을 수 있었으나 심평원이 심사를 하게되면 진료행위에 대해 일일이 간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부담스러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교수는 의료기관들의 이런 생각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간보험사가 자체 심사기구를 만들게 되면 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미 민간보험사들은 지금처럼 실손보험과 관련해 심사없이 진료비를 지급해주는 상태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심평원에 심사를 맡아달라는 요청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게 실현되지 않을 경우 자체 심사기구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이 경우 심평원 심사처럼 억울할 때 정부에 호소할 수도 없다. 이미 미국의 사보험을 통해 많이 확인된 사항”이라며 “심평원의 실손보험 심사가 당장은 괴롭겠지만 의료계도 멀리 봐야 한다. 민간보험사가 이대로 계속 돈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의 실손보험 심사가 결코 민간보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특히 심평원이 민간보험사로부터 심사비를 받는다고 해서 민간보험사에 유리한 심사를 할 것이라는 우려는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심평원이 실손보험 심사를 위해 돈을 받으면 공적 수입이 되고 실비로 활용하면 된다”며 “그 돈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에 반해 민간보험을 위한 심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민간보험이라는 것이 공보험의 보충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미 보충제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불필요한 진료 남발 등 일탈행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고 무분별한 상품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심사를 통한 공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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