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펴낸 최윤섭 박사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최근 의사들의 이목을 끄는 책 한권이 나왔다. IT와 의료가 만나 어떤 미래를 만들 수 있는지를 현재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는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이다.

저자인 최윤섭 박사는 컴퓨터공학과 생명공학을 복수전공한 IT전문가로, 의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자처하고 있다.


최근까지 KT 융합기술원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그는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암 환자 맞춤치료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오는 12월부터 서울대병원으로 적을 옮긴다.

지난 14일 청년의사라디오 ‘히포구라테스’에 출연한 최 박사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의사들이 좀 더 개방적인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Q.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전도사(에반젤리스트)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그렇다면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통해서는 무엇을 전하고자 하나.

- SF영화에 나올 것 같은 허무맹랑한 의료기기나 기술들이 이미 상용화됐거나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미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변화가 실생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1,000달러 게놈’ 시대가 도래 했으며 MD 앤더슨 암센터는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을 암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상용화됐거나 상용화 단계에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례들은 그의 저서를 통해 확인하라).

Q.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이 급증하는 의료비를 줄이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가.

- 그렇다.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기술 혁신이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급증하는 의료비 때문이다. 미국은 GDP의 20% 가량을 의료비로 쓰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모순과 문제가 생기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Q. 디지털 헬스케어가 발전하면서 의사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로 보고 있다. 환자와 의사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구글글래스나 슈퍼컴퓨터 등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발전한 기술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의사다.

Q.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의학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증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나.

- 환자든 의사든 상관없이 더 많은 의료시스템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용되려면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효과성 등이 모두 검증돼야 한다. 책 출간이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 중 하나가 새로운 정보들을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했기 때문인데 그 내용 대부분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증한 자료들이다. 장밋빛 미래만 보여주는 게 아니다. 땅에 발을 붙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는 시기다. 신기하기만 하다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만 좋아할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어플리케이션(앱)이나 새로운 디바이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환자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기존 의료기기와 동등한 수준으로 엄격하게 검증한다.

Q.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없나.

- 항상 규제가 기술을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과 규제 사이에 간격이 있다. 새로운 기술들은 기존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게 많아 회색지대에 있다. FDA도 2년 동안 고민한 끝에 지난 2013년에야 모바일 헬스 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느리게 대처하고 있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수준은 어떤가.

- 많이 뒤쳐져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변방이라고 할 수 있다.

Q.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많은 IT가 발전해 있다고 하는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왜 변방인가.

-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벤처기업의 혁신기술인데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벤처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많지 않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다는 것도 동기부여 주지 못한다. 의료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있다. 미국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격의료서비스도 하고 새로운 디바이스도 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집 밖 가까운 곳에 병원들이 있다.

Q.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발전을 더디게 하는 게 의료 환경뿐인가.

-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규제가 명확하고 불확실성이 적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 과감하게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집중하기 힘들다. 생태계도 문제다. 기술 혁신은 벤처 등 도전적인 업체에서 나오는데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벤처기업 수도 적고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엑셀레이터(accelerator, 경영노하우 등을 전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나 벤처 캐피탈도 적다. 어렵게 벤처기업이 성장한다고 해도 이들을 인수하든지 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는 대기업도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구글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련 벤처를 비싸게 인수하지만 우리나라는 싼 값에 사서 아예 고사시키는 게 관행이다. 전반적인 업계의 문제이긴 한데 이런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Q. 의사는 물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IT와 의료의 만남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 열린 태도, 개방적인 자세라고 말하고 싶다. 병원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강의를 할 때 이런 이야기하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IT와 의료의 만남,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또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 안테나를 잘 세우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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