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토론회 개최…각계 전문가들 “의사에 유독 과한 적용” 한 목소리


[청년의사 신문 김진구]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 대해 의료계는 물론 법조계와 시민단체, 국회까지 나서 의료인에게만 유독 과하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주최로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청법의 합리적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취지에는 공감하나 법 적용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일명 ‘도가니 사건’ 등을 계기로 제정, 올해 6월부터 시행된 아청법은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을 10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법 제정 과정에서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의료기관이 포함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진료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촉진 등의 진료행위가 자칫 성범죄로 오인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거라는 우려에서다.

또 직무와 관계없는 성범죄 혹은 아동·청소년이 아닌 성인대상 성범죄까지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는 등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임병석 법제이사는 “아청법의 목적은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지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목적과 관계없이 성인대상 성범죄자까지 포함해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또 “취업제한 장소 역시 유치원, 학교 등 아동·청소년 출입이 잦은 곳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의료인의 경우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병리과 등의 진료과까지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등 범위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촉진 등의 진료과정에서 성범죄자로 오인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성추행은 제한대상에서 제외하고, 직무와 관련된 성범죄에 한해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계에서도 일부 조항이 지나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아동간호학회 강경아 이사는 “법의 취지는 타당하지만 아동·청소년을 진료하지 않는 의료기관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건 정도가 지나치다”며 “제한범위를 아동·청소년 진료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과잉입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훈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과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성추행 자체와 의사로서의 직무 수행 능력은 별개”라며 “직무와 관련된 성추행이 있다면 10년을 박탈해도 무관하지만 그 외적인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대상 범죄와 아동대상 범죄도 구분해야 한다”며 “법 내용과도 맞지 않다. 이 둘을 하나로 묶는 건 과잉입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년을 획일적으로 정하는 것도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죄질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청파의 장성환 변호사 역시 체계정당성의 원리,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의 원측 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인에 대한 취업제한 조치는 아청법의 입법목적과 직접 관련성이 없고, 오히려 의료인의 자격 및 지위에 관한 사항이므로 의료법에서 규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한다”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경우에도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건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최소성 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진료실 내 성범죄와 진료실 밖 성범죄를 구분해 별도로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정책위원은 “진료실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의사의 직무특성상 아동·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진료실 밖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대가로 취업을 제한하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인으로서 의료인은 비의료인과 같이 형법과 성폭력법 등의 일반법을 적용받는데 여기에 취업제한 조치까지 가해지는 건 부적절하다”며 “또한 일괄적으로 10년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수준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서는 국회의원들이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의원은 “아청법이 좋은 취지에서 입법이 됐지만 막상 적용되는 데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의료인에 대한 직접적 제한을 가하는 부분이 강하게 돼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인숙 의원 역시 “아청법이 아동·청소년이 아닌 성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 죄질의 경중과 상관없이 취업을 제한하는 등 과잉입법, 이중처벌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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