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목 GF내과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수 년 전 천식 환자들 사이에서 수영바람이 불은 적이 있다. 한국 수영의 간판 스타인 박태환 선수가 어릴 때 천식을 앓았고, 천식을 고치기 위한 방법으로 수영을 시작했다는 얘기가 알려지고 나서부터다.

천식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스타는 박태환 선수 뿐만이 아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톰 돌런도 알고 보면 박태환과 같은 사정이었다. 농구 코트의 악동으로 불린 데니스 로드먼과 GOD 출신의 가수 손호영도 어릴 때 천식으로 고생한 스타다.

수영이 천식에 효과가 좋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천식 환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수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구립 수영장은 한겨울에도 붐볐다. 국민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좋은 일이었다.

일반인들은 물살을 가르는 격렬한 동작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수영이 천식에 좋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영의 경우 호흡이 규칙적이고, 수중에서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호흡조절이 쉬워 천식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꼽는다.

우리 국민 10명 중 2명은 천식환자

GF내과의원(원장 이영목)은 2년 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천식과 알레르기 전문 내과의원으로 문을 열었다.

순천향대병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진료하던 이영목 원장이 대학교수의 길을 접고, 개원가 무림(武林)으로 이적한 순간이기도 했다.

“대학에선 진료하는 동안 환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요. 환자들 입장에선 진료 예약을 미리 해야 하고, 검사 결과를 오래 기다리기도 하면서 환자와 문턱이 있는 게 현실이죠.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환자들과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기 위해 진료실 문턱이 낮은 의원을 개원하게 됐습니다.”

의원 이름은 ‘GF내과의원’이다. GF는 ‘Good Friends’의 머릿글자로 환자들과의 물리적,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겠다는 이 원장의 의지가 담겼다.

“천식은 전 세계적으로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매우 흔한 질병이에요. 우리나라 사람 중 약 20%가 천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천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진단을 받지 못해 본인 또는 가족이 천식인지 모르고 지내는 분들이 많아요. 대학의 경우 일차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온다면 개원가는 원초적인 환자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이 원장의 하루 평균 내원 환자 수는 80~90명 정도. 이 가운데 알레르기 환자는 약 30~40% 정도다. 이들 중 기관지 천식과 만성기침 환자는 30% 가량에 이른다. 나머지는 알레르기 비염이 50%, 만성두드러기가 15%,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5% 정도라고.

기침 잘 고치는 의원

천식은 폐와 기관지에 발생하는 만성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유전적인 요인 뿐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환자들을 관찰하면 분명히 가족력을 발견할 수 있다. 천식인 아빠가 비염인 아들의 손을 잡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이유다. 그래서 천식환자 1명을 치료하기 시작하면 환자 가족 전체의 주치의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적절한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천식 증상이 좋아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무렵 좋아졌다가도 스무 살 무렵 다시 발병한다고 한다.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5%는 60세 넘어서 천식이 발견된다. 나이 들면 당연히 숨차다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것이 천식일 수 있다.

GF내과의원은 지역 인근에서 ‘기침 잘 고치는 의원’으로 통한다. 개원한 지 2년에 불과하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기침이 계속되면 GF내과의원으로 가라’고 입소문이 났을 정도다. GF내과의원에서는 만성기침 증상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은 ‘나는 감기와 기침을 달고 살아요’라고 호소해요. 또 대부분 내과의사들은 감기 환자를 보면 감기 치료만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환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천식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요. 땅속 고구마 줄기를 캐듯 줄줄이 알아낼 때면 희열을 느끼게 되죠.”

지식은 기본, 상담 능력은 필수

환자가 비염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기관지 천식 또는 아토피 피부염 등과 같은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함께 갖고 있을 수 있다. 알레르기는 전신질환이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에서 비염으로 치료받던 환자에게 기침이나 천식이 발견되면 내과 진찰이 요구된다. 호흡기내과에서 천식으로 치료받던 환자에게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 만성두드러기가 별병한다면 다시 다른 과로 진료를 보러 가야한다. 하지만 알레르기 내과에선 이 모든 질환을 한꺼번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원스톱 진료가 가능하다.

GF내과의원의 경우 잦은 감기, 기침 증상과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의 증상으로 환자가 내원하면 기관지 유발검사와 피부반응검사 등의 알레르기 천식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환자는 검사 결과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동안 알 수 없던 증상의 원인을 알고, 근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것이다.

“천식인 줄 알고 계신 환자들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계속 불편한 생활을 하거나 잦은 악화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는 천식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라고 잘못 알고 치료를 포기하는 분들도 있죠. 아직까지 (천식은)100% 완치할 수 없지만 최근 치료제 개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근본 원인치료인 면역치료로도 증상을 느낄 수 없도록 호전될 수 있답니다.”

천식으로 특화, 승산 있다

전국적으로 알레르기에 대한 세부전공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2007년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의 세부전문의 자격을 딴 이 원장의 분과전문의 번호는 57번이다. 4년이 지난 현재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알레르기 분과 세부 전문의들은 대부분 2, 3차병원에 근무하고 있다. 개원한 천식알레르기 분과 전문의는 이 원장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명 가량에 불과하다. 세부 전문의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기대 요구를 감안하면 개원가 진출을 조심스럽게 타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는 것이다.

“2년 전 개원을 준비할 때 천식,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한 전문클리닉을 운영한다는 전략을 세웠어요. 지금 보면 그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오후 9시까지 야간진료에, 휴일도 문을 열기 때문에 환자들이 수시로 와서 편하게 진료 받는다고 좋아하곤 해요.”

이 원장은 환자교육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천식과 알레르기 질환은 당뇨와 고혈압처럼 가족력이 있는 만성질환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검증된 진단과 치료와 함께 지속적으로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필요하다.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간호사 교육은 정기적으로 하고, 학회나 각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연수강좌에도 꼭꼭 참가한다.

“약 처방보다 약물 사용요법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잘 쓰는지 수시로 모니터링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약 용기를 가져오라고 하기도 하죠. 잘 썼는지 검사하기 위해서요. 몸은 피곤해도 환자 진료하는 즐거움은 대학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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