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유지영] 대한한의사협회가 최근 뇌졸중의 한방용어인 중풍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표준을 발표하고 ‘중풍은 한방으로 치료하고 예방하자’라는 홍보책자를 발행, 홍보에 나섰다.

이에 한약 간독성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던 의료계와 한의계가 이번에는 뇌졸중 치료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는 17일 ‘한방은 뇌졸중에서 손 떼라’는 성명을 통해 “최근 한방에서 발표한 ‘중풍진단표준’과 한의협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중풍은 한방으로 치료하고 예방하자’라는 홍보에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뇌졸중은 시각을 다투는 중한 질병으로 과학적인 진단과 검증된 현대 의학적 치료만이 제대로 된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료일원화특위는 또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과학기술부 ‘뇌혈관질환 한의학기반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5개 변증 61개 지표에 이르는 ‘한의 중풍변증진단표준’을 확정함으로써 한방용어인 ‘중풍’을 진단함에 도움을 준다고 했으나 이는 객관적 검사와 검증보다는 설문과 합의에 의한 진단표준에 불과하다”며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 아울러 현대의학의 진단과 상충할 경우 그래도 한방진단표준을 따를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의학연구원 최 모 박사는 2004년 상당수 한의사들이 한방진단 기기를 못 믿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연구자”라며 “스스로의 진단기기도 못 믿는 한의사가 어떻게 정확한 진단을 하고 검증을 한다는 것인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뇌졸중의 한방용어인 중풍을 한방으로 치료하고 우월하다고 주장하려면 한방만으로 진단하고 독자적으로 치료가 가능해야 할 것”이라며 “과연 뇌졸중의 한방치료라고 자신 있게 세계 무대에 부끄러움 없이 내놓을 수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한방에서의 ‘중풍 치료’는 현대의학의 진단과 치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과연 의사들이 뒤에서 도와주지 않고 한의사만으로도 뇌졸중을 볼 수 있는지 반문하고 나선 것.

의료일원화특위는 “한의계가 ‘급성뇌졸중도 한방으로 가라’, ‘손끝에서 피를 내라’는 등의 현대의학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언급들도 버젓이 하고 있다”며 “한의사들은 한의사나 가족이 뇌졸중에 걸려도 과연 현대의학이 아닌 한방치료를 고집할지 자문해 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한의협 새 수장으로 선출된 김현수 회장은 의료계를 향해 "의학을 음해하고 저해하는 세력이 도를 넘고 있다"며 불법 한방의료행위는 물론 한의계 음해세력 척결에 앞장서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한의학을 부정하는 의료계와 김현수 회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한의계간 갈등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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