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질병관리본부, 유효기간 6개월 연장한 백신 보건소 공급

의료계, "예산 낭비했다는 비난 피하려는 것 아니냐" 의구심 제기

지난해 정부가 신종인플루엔자 백신을 과다 공급해 수백만명 분의 백신이 유효기간 경과로 폐기 처분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남아 있는 신종플루 백신을 소진하기 위해 유효기간을 연장해 일선 보건소에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유효기간이 연장된 신종플루 백신이 이미 각 보건소에 공급됐지만 백신을 접종하는 공중보건의사들조차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일선 보건현장에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각 보건소 및 보건지소 등에 ‘신종인플루엔자(1가) 백신 보관위임 및 공급계획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 6개월에서 1년으로 유효기간이 연장된 신종플루 백신 접종 시 주의 사항 등에 대해 설명했다.

공문에는 “라벨·설명서·별지 등 패키지 내부에는 수정표기가 되지 않았으므로 ‘백신 제조번호별 유효기간 변경표’를 참조해 변경된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보건소에서는 예방접종 전 피접종자에게 유효기간 연장에 따른 재포장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명시돼 있다.

일선 보건소에 공급된 신종플루 백신은 녹십자의 ‘그린플루-에스PF주’와 ‘그린플루-에스플러스주’로 지난 8월 23일부터 31일까지 0.5ml/PFS(면역강화제 미포함) 50만도즈가 배송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접종 추이에 따라 0.5ml/PFS 48만도즈와 1.5ml/vial 100만도즈(2차에 걸쳐 50만도즈씩)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질병관리본부가 공급하는 신종플루 백신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안전성 시험을 거쳐 유효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한 것으로 백신 상자에 6개월 연장된 유효기간이 스티커로 붙은 채 배포됐다.

보건지소에 근무하고 있는 한 공보의는 “백신을 접종하려다 상자에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이상해 떼어보니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었다”며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접종자나 피접종자 모두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각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 공문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된 최근까지도 이러한 내용의 공문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이런 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나마 달라고 해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보건소에 공급되는 신종플루 백신들의 기존 유효기간은 3~5월로 식약청이 유효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면 모두 폐기처분됐을 것이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연장된 신종플루 백신은 지난 1일부터 만 19세 이상 49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 중 접종 희망자에게 무료 접종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남아있는 신종플루 백신을 소진하기 위해 ‘백신 떨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종플루 백신 과다 공급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남아 있는 백신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백신 떨이를 하고 있다”면서 “환자들에게 변경된 유효기간 연장에 대해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지만 정작 질병관리본부는 공문 하나 날린 것 외에 한 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 내에서 신종플루 백신 과다 공급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신종플루 발생 경과보고 및 백신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종플루 백신 254만751도즈가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신종플루 재유행을 대비해 비축·접종 중인 백신(1가)은 약 700만도즈로 9월 중순 3,000도즈를 시작으로 2011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유효기간이 만료된다”며 “9월 현재까지 유효기간이 초과해 폐기된 백신은 없다”고 설명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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