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임상솔루션’ 논란…한의사-환자 ‘맞고소’ 사태까지‘임상시험 가장한 사기’ vs ‘부당한 한방 죽이기’ 법정공방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B형간염보유자인 곽 모씨(남·38)는 지난해 2월경 B형간염 치료에 용한 곳이 있다는 처형의 말에 한 한의원을 알게 됐다. 처형의 말대로 여러 언론에 B형간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한의원의 기사와 광고가 여러 건 실려 있었다. 망설이던 곽씨는 “그래도 치료하면 조금이라도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처형의 권유에 그해 3월 편강세한의원을 찾았고 치료를 시작했다.

지방에 사는 곽씨는 한의원 진료를 받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서울로 올라왔으며, 그때마다 혈액검사 등을 받았다. 식이요법이 중요하다는 원장의 말에 먹지 말라는 돼지고기, 소고기, 상추, 배추, 딸기, 포도 등은 입에도 대지 않았으며 도시락까지 싸갖고 다녔다. 탕약도 빼놓지 않고 복용했다.

그렇게 8개월여가 지났지만 혈액검사 등 어디에서도 상태가 호전됐다는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B형간염보유자라는 ‘딱지’를 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그동안 700만원 정도를 치료비로 썼던 곽씨는 실망감만 안은 채 한의원에 발길을 끊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B형간염에 대한 정보를 얻던 ‘간사랑동우회’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편강세한의원’이었다. 자신이 8개월 동안 B형간염 치료를 위해 열심히 다녔던 한의원이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며, 동우회 차원에서 B형간염 환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었다. 인터넷을 뒤져 편강세한의원의 B형간염 치료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내과의사, 대한간학회 등의 글을 읽어 본 곽씨의 실망감은 배가됐고, 속았다는 생각에 결국 이 한의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편강세한의원, 그곳에선 무슨 일이?

편강세한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진료를 받던 환자가 ‘사기를 당했다’며 법에 호소하게 된 것일까?

서울 강남에 있는 ‘편강세한의원’은 언제부터인가 B형간염치료로 ‘입소문’을 타면서 곽씨처럼 지방에 있는 환자들도 찾아오는 유명 한의원이 됐다. 편강세한의원이 간염치료를 자신하는 다른 한의원들과 다른 점은 임상시험 형태의 ‘임상솔루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두 번의 임상솔루션을 실시했으며 2차 임상솔루션은 현재 진행형이다. 편강세한의원은 일부 환자에게 간염 항체가 형성되는 등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며 한의원 홈페이지와 보도자료, 기고문 등에 그 내용을 공개하고 “간염보균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3월 발표한 ‘1차 간염보균 임상솔루션 중간보고’에서는 총 9명 중 1명은 간염 항체가 형성됐으며 나머지 8명은 간염 항체 형성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 달 간격으로 임상솔루션 경과가 발표됐고, 이는 곧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한방으로 치료하는 간염보균, 항체와 수치로 증명한다’(보도자료), ‘간염보균은 천형이 아니다, 한방으로 치료될 수 있다!’(이데일리 2008년 4월 22일자 기사) 등으로 퍼져나갔다.

B형간염보유자를 대상으로 임상솔루션을 진행한다는 한의원의 공고가 나간 후로 꾸준히 이어지던 온라인 상담이 중간보고 발표 이후 5배 이상 급증한 것만 봐도 그 파급효과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편강세한의원은 1차 임상솔루션 진행상황을 총 7차(최종 보고란 말은 없음)에 걸쳐 공개했으며, 2008년 12월 2차 임상솔루션을 진행, 2009년 4월 중간보고를 발표하는 등 꾸준히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순탄하게 진행되던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터넷을 통해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 내용을 접한 의사(박기호내과의원 박기호 원장)와 환우회(간사랑동우회)가 ‘개인 블로그’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그 글은 블로그 기반의 의학 미디어 ‘코리아헬스로그(이하 헬스로그)’를 통해 발행된 이후 삽시간에 퍼졌다.

이에 편강세한의원은 문제의 글이 실린 헬스로그와 포털사이트에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판단한 헬스로그가 이를 거부하자 명예훼손으로 이들(박기호 원장,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 헬스로그 양광모 대표)을 고소했다.

그러자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 문제를 제기하던 의사들과 환우회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상의 임상시험인 임상솔루션 결과가 한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간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면서 의료법 위반 등으로 편강세한의원을 고발한 것이다.

편강세한의원에서 B형간염치료를 받았던 곽씨는 이같은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는 의사와 환우회에서 지적한 임상솔루션의 문제점을 살펴보게 됐고 ‘속았다’는 생각이 들자 편강세한의원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곽씨는 “남들 눈치 보면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닐 정도로 거기(편강세한의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도 나아진 게 없어 많이 실망했었다”며 “나중에 편강세한의원과 관련된 글들을 다 읽어보니 실망감이 더 커지기도 하고 왜 나아진 게 없는지 이해도 되더라”고 말했다.

‘임상솔루션’은 무엇?


이처럼 ‘편강세한의원 vs. 의사·환자·언론매체’가 고소·고발로 뒤엉키게 된 원인은 ‘임상솔루션’에 있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고 사용되지도 않는 용어인 ‘임상솔루션’에 대해 편강세한의원 김종철 원장은 “한의학의 임상시험”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양방에서 B형간염에 대한 치료 성적이 시원치 않고 지지부진하기에 질환의 성격부터 치료까지 한의학적 마인드로 접근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2007년 12월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임상솔루션에 참여할 간염보유자를 공개 모집했고, 같은 해 12월 20일부터 총 9명을 대상으로 임상솔루션을 시작했다(이들 중 2명은 중도 포기해 4월 2차 보고에서는 빠졌다). 김 원장에 따르면 임상솔루션에 참석한 B형간염보유자들은 철저한 식이요법과 함께 각자의 체질에 맞는 탕약을 복용했다.

임상솔루션의 경과는 2008년 3월부터 매달 한 번씩, 총 7번 보고됐으며, 편강세한의원은 서울의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임상솔루션 참여자들의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효과를 설명했다.

편강세 측의 설명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임상솔루션이 진행된 지 1개월 만(2008년 1월말)에 9명 중 1명은 간염 항체가 형성(표면항체 0→13.6)됐으며, 40세 남성 환자는 4개월 만에 항체가 형성(표면항체 0→34.4)된 후 지속적인 항원 감소와 항체 상승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판단, 시험을 종료했다. 편강세한의원은 나머지 환자들에 대해서도 “표면항원이 최대치로 증가했다가 감소했다.

조만간 항체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으며, 그중 2명의 표면항체가 각각 2.0→8.0, 2.0→6.0으로 변했다며 “항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간보고 틈틈이 임상솔루션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B형간염환자 중 항체가 형성(표면항체 10이상)된 사례가 있다며 3명의 검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편강세한의원은 1차 임상솔루션에 대한 최종 결론 도출 없이 2008년 12월 17일 2차 임상솔루션에 참여할 간염보유자 14명을 공개모집했다. 모든 진료비와 검사비, 약제비를 무료로 제공하던 1차 때와는 달리 2차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실시하는 혈액검사 비용 5만원은 참가자 부담으로 돌렸다.

편강세한의원은 지난 2009년 4월 발표한 ‘2차 임상솔루션 중간보고’를 통해 참여한 14명 중 4명에게서 항체가 소폭 상승하는 변화가 있었고 1명은 치료 전 활동성이었던 바이러스가 치료 후 비활동성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표1 참조>

간학회 “항원 소실 없는 항체 생성 무의미”

그러나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 내용을 살펴본 의사는 물론 B형간염보균자 모임인 ‘간사랑동우회’도 “허위 광고”라며 발끈했다. 특히 B형간염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내과 의사들은 “황당한 자료와 근거 없는 치료법”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간학회는 HBsAb(항체) 역가가 0에서 2.0으로 변한 것을 항체 형성 중이라고 한 편강세한의원의 주장에 대해 “병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HBsAb 역가가 10 IU/L 이상인 경우를 양성으로 판정한다”고 반박했다. 간학회는 “HBsAb 양성은 감염 후 자연적으로 형성되기도 하고 예방접종 후 형성되기도 한다.

HBsAg(항원)과 HBsAb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B형간염바이러스 감염 상태”라며 “HBsAg 소실 없이 HBsAb가 생성된 것은 면역력이 획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간학회에 따르면 만성B형간염환자에게 치료 없이 자연적으로 항원(HBsAg)이 소실되는 경우는 연간 0.1~0.8%(동양권)이며, 항원 소실 환자 중 약 50%에서 항체가 형성된다. 또 e항원(HBeAg)의 자연 음전은 연간 8~15% 발생한다. 따라서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 결과가 B형간염환자 치료에 효과를 보였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임상시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은 참여자 수도 문제가 됐다. 통상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험 약제의 경험적 효과와 오차 한계 등을 설정해 참여 인원수를 정한다. 간학회는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 참여자 수에 대해 “시험 약제의 효과(항원 소실, 항체 형성)가 25%일 것으로 가정하고 α-에러 0.05, 오차 10%로 설정하면, 최소 73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검사 항목이 s항원/항체 뿐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만성B형간염 치료에 대한 약물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AST/ALT(간 염증 및 파괴 정도) ▲Albumin, bilirubin, prothrombin time(간기능 호전 여부 파악) ▲HBV DNA(B형 간염바이러스 증식정도) ▲HBeAg/Ab ▲HBsAg/Ab 등을 검사해야 한다는 게 간학회의 의견이다.

편강세한의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e항원/항체에 대한 검사도 하고 있으며 음전이 일어나는 환자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11월과 2009년 12월 두 차례 블로그(‘늑대별의 이글루’)를 통해 임상솔루션의 문제점을 지적해 편강세한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박기호내과의원 박기호 원장은 “B형간염 치료제가 없던 1980년대가 생각난다”며 “(치료 결과가) 좋다고 해 놨는데 이건 누가 봐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간염보유자의 바이러스 농도가 낮을수록 간암도 적게 생긴다는 게 요즘 학설인데 임상솔루션에서는 그 바이러스 농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도 항체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항체는 임상경과와 관계가 없다. 항원과 바이러스 농도와 관계가 있다는 게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N수(임상시험 표본 수)가 너무 적다.

임상시험을 통해 한약의 효과를 보려고 했다면 충분한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 9~14명으로 뭘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편강세한의원 “한방과 양방의 완치개념 다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편강세한의원 측은 한의학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편강세한의원 김종철 원장은 “한의학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을 기준으로 간염에 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한의학”이라며 “임상시험 표본 수가 적다고 하는데 한의학은 숫자가 아닌, 10명이면 10명, 5명이면 5명 그 사람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표본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B형간염 치료를 위한) 탕약도 개개인 별로 다 다르다. 물론 공통된 면역은 다 있겠지만 각자의 상황, 체질에 따라 그 처방이 조금씩 달라진다”며 “어떤 성분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바이러스 중심의 의학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의학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동양의학에서의 완치 개념과 서양의학에서의 완치 개념이 다르다”고도 했다.

임상솔루션 결과가 B형간염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의학계의 비판은 의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봤기 때문이고, 환자마다 생긴 미묘한 변화도 한의학적으로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게 김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임상솔루션 결과를 한의학으로 발표하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공통된 언어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한의학의 시각에서 바라본 간염보균에 대한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청 지정 기관만 임상시험 가능

김 원장은 이 모든 사태가 한의학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의학계의 시각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의사도 의사와 같이 의료법 및 약사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점에서 위법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약사법 제34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32조에 따르면 임상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지정하는 임상시험실시기관(이하 임상시험기관)에서 실시해야 한다.

임상시험의 특성상 임상시험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식약청장이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임상시험기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임상시험기관 내에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두도록 하고 있기에 IRB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식약청은 이같은 법에 따라 ‘의약품 등 임상시험실시기관 지정에 관한 규정’을 통해 2009년 12월 현재 135개 기관을 임상시험기관으로 지정했다.

편강세한의원은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기관 지정을 받지도 않았고 임상시험기관의 관리·감독 하에 임상시험(임상솔루션)을 진행한 것도 아니기에 위법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한의학자로서의 연구열을 고려해 이 부분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명확하고 상세히 기술된 임상시험계획서의 미제출(식약청 승인 필수), 2차 임상솔루션의 혈액검사비 환자 부담, 사용된 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 등의 기본적인 기준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식약청 임상제도과 김영옥 과장은 “식약청은 약사법을 기준으로 임상시험이 불법이냐 아니냐를 판단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은 임상시험기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하게 돼 있으며 IRB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임상시험 기준은 의사나 한의사나 똑같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식약청은 헬스로그 측 김연희 변호사(의성법률사무소)가 식약청에 제기한 민원에 대한 회신(지난 12일)을 통해 "간염보균자를 모집하고 치료하고, 효과를 확인해 그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환자를 현혹시킬 우려가 있는 바, 관련 법령을 준수하도록 편강세한의원에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약청은 현재 소송이 제기된 사안인 만큼 더 자세한 언급을 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와 청주성모병원 한정호 소화기내과장, 헬스로그 양광모 대표는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이 임상시험 관련 규정을 어겼다며 식약청 등에 고발한 상태이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연희 변호사는 “임상솔루션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그 형식은 정확히 임상시험”이라며 “임상시험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고 임상시험을 한 것에 대해 고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강세한의원 김종철 원장은 “양방과 한방은 학문의 접근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식약청의 임상시험 기준도 한방 쪽은 달리 적용돼야 한다”며 “한방은 기준 설정부터 다르다. 그래서 한의학 독립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의학에 대한 핍박? 한의학계도 심각성 지적

이처럼 편강세한의원은 이번 논란이 ‘의학vs한의학’간 해묵은 대립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지만, 한의학계 내에서도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한의학에 대한 이해부족이라고만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모 대학 부속 한방병원의 IRB 위원인 한 교수(한의사)는 “일단 국가에서 지정한 기관 외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한약 자체를 다르게 해석하지만 정부의 법 테두리 안에서는 한약과 양약에 대한 적용기준이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 한의원이다 보니 IRB도 없을 것이고 환자 모집 과정에 다른 기관이나 제3자의 동의도 없었을 것”이라며 “임상시험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불법 임상시험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솔루션의 표본 집단 수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과학에서 나온 것이고 양방에서 나온 것이기에 양·한방을 구분 짓지 않는다. 통계학적으로 봤을 때 한의학도 일반적으로 40명 정도는 넘어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서 대조군이 없는 부분은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을 통해 그 유효성을 객관적으로 밝히든지 해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시험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대조군이 없다는 건 문제”라며 “밀가루약을 먹고도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조군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없다면 전임상 동물실험 등 다른 우회적인 방법으로 증명해야 신뢰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방법만 의학적인 면을 빌려왔다는 편강세한의원의 주장에 대해 “그런 식으로 하면 끝도 없다. 출발을 한방으로 했으면 평가도 한방으로 해야 한다”며 “(검사) 방법도 양방, 평가도 양방으로 했는데 해석은 한의학적으로 한다는 건 아전인수”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특히 B형간염환자는 간수치, 항원 검사도 의미 없다. 신뢰할 수 있는 건 조직검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의원에서 후향적 치료 결과를 모아 발표했다면 문제가 덜하지만 환자를 대놓고 모아서 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학술적 정보나 개인적인 연구라면 모르겠지만 한의원의 홍보나 특정제품 홍보로 이용되면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그런 내용이 공개되면 ‘한의사들은 임상시험 기본도 모르고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면서 결과만 갖고 이야기한다, 수준 이하다’ 등의 말이 나올 수 있다”며 “망신만 당할 수 있으니 조용히 덮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명예훼손이냐, 사기냐 법정에서 결판

편강세한의원의 임상솔루션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편강세한의원이 임상솔루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의사와 헬스로그, 환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불씨가 튄 ‘전쟁’은 고소당한 쪽에서 사기죄로 맞고소하는 것으로 불이 제대로 붙었다.

편강세한의원 측은 “헬스로그라는 매체에서 양의학적인 잣대로 개인 블로그에나 어울릴 글을 뉴스로 내보낸 것은 편강세한의원을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철 원장은 “공정한 언론이라면 반대 기사도 실어야 하는 것 아니냐. 기사 내리고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했더니 법대로 하라고 하더라”며 “결국 난 사기꾼에 불과하니까 밟아주겠다는 것밖에 더 되느냐”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헬스로그 양광모 대표는 “해당 글을 발행한 이유는 편강세한의원에서 주장하고 있는 치료법과 그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일부 내용이 B형간염환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으므로 공익을 위해 알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반박문으로 싣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보내달라고도 했었다”고 반박했다.

명예훼손과는 별개로 편강세한의원에서 치료받았던 B형간염 환자 곽모씨가 제기한 고소 건과 의료법 위반 고발 건도 있다. 곽씨와 양광모 대표, 청주성모병원 한정호 소화기내과장은 의성법률사무소 김연희 변호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임상솔루션 결과를 통해 B형간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환자를 모았다며 ‘사기죄’로 편강세한의원을 고소했으며 임상시험 기준 위반, 의료법 위반 등으로 고발도 했다.

김 변호사는 “잘못된 해석을 토대로 자신의 치료법이 B형간염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게 문제”라며 “환자들을 현혹시키는 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 한의사라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이런 짓을 했다면 의사면허증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형간염환자들에게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던 편강세한의원의 ‘획기적인 방법’은 그 방법으로 치료를 받던 환자로부터 사기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편강세한의원의 주장대로 명예훼손이며 한의학에 대한 핍박인지, 반대 측의 주장대로 사기이자 허위광고인지는 법원에서 판가름 나겠지만, 이번 일은 한의학 분야에서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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