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편강세한의원과 블로그 기반의 의학 미디어 코리아헬스로그가 맞고소 공방 중이다. 한의원은 의사/환자/미디어를 한꺼번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고소를 당한 쪽에서는 한의원을 사기 및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했다.

논란의 핵심은 편강세한의원이 시행한 임상솔루션(임상시험)의 정당성이다. 본지가 식약청 관계자와 한방병원 IRB위원(한의사) 등을 인터뷰하고, 의학적, 법률적으로 검토한 결과를 토대로 판단하건대, 편강세한의원이 진행한 것은 제대로 된 임상시험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임상시험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여러 가지다.

첫째, 한의사가 현대의학 장비를 활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편강세한의원은 B형간염 치료 후 그 효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 현대의학적인 검사인 혈액검사를 활용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자의적인 해석을 했다. 이 사건을 볼 때 한의사들에게 현대의학 장비 활용을 허용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며,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환자가 의료공급자의 치료 자체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다. 의료사고의 경우를 제외하면, 환자가 의료인의 치료행위에 타당성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환자들이 현명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의료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 커다란 정보 불균형이 존재해왔다. 그렇기에 환자가 의료공급자의 문제를 지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확산되고 환우회 등 소셜 네트워크의 형성으로 인한 정보의 공유 메커니즘이 확대되면서 그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한 축에 있는 간사랑동우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움직이며 3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B형간염 치료의 최신 연구와 보험 기준 등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늘어나자, 의료소비자들도 ‘근거중심치료’를 점점 더 원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소셜미디어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기업들의 홍보 방법으로, 편강세한의원도 자신들의 임상시험 결과를 언론을 통해 수차례 대중에게 배포했다. 사회적으로 우월적인 지위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중들은 그 정보를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혹 문제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공론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환우회 대표가 블로그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전문가가 좀 더 과학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블로그 기반 소셜미디어가 뉴스로 발행한 후에는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코리아헬스로그가 소송 진행 사실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적극적 대응을 공표하며 후원금을 모금한다는 기사를 발행하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천원에서 백만원까지 돈을 보내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그 중 다수는 의료인이 아니라고 한다.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문제를 전문가들이 먼저 다뤘다는 측면의 가치와는 별개로, 기성 언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평범한 개인들이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모든 측면들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의해 더욱 그 의미가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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