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IV 카테터가 부족해지는 시절 … 초턴들이 판치는 ‘동물농장’

첫 월급으로 산 것은 청진기, 내복, 분유, 술 등등

1월이 1년의 시작이긴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3월 1일이 진정한 1년의 시작이다. 인턴의 시작도, 레지던트나 교수의 시작도 3월 1일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3월의 대학병원에서 어떻게 살았으며, 살고 있을까? 또 3월에 받았을 의사로서의 첫 월급에 얽힌 추억은 무엇일까? 이번 주 의심만만에서는 의사들에게 3월의 대학병원하면 떠오르는 것과 첫 월급에 얽힌 기억을 들어보았다.

우선 의사들은 ‘3월의 대학병원’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서툴다’는 가장 많이 떠올렸다. 다양한 대답 중 ‘서툴다’로 내용을 분류할 수 있었던 응답이 31개로 가장 많았으며, ‘정신없다’로 분류되는 응답은 13개였다.

‘서툰 신입인턴들이 가장 많이 타는(?) 달’이었고, 바로 그 점 때문에 ‘3월엔 대학병원에 절대 가지 않겠다’고 대답한 경우도 많았다.

의사들의 대답을 모아보면 초보 의사들을 수식하는 온갖 단어가 다 나온다. 3월의 대학병원은 ‘실수도 많고’, ‘심란하고’, ‘어리바리한’ ‘초턴과 초보던트들이 활보하고 다니는’ 곳이다. 또한 ‘응급실 가기가 무서운 계절’이며, ‘초턴들의 듣보잡 인술이 판치는 시절’이기도 하다.

사실과 비유가 절묘하게 겹치는 ‘3월의 대학병원,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라는 대답도 눈에 띄었다. 초보 인턴들이 ‘line 잡는 데 실패를 많이 해서 IV 카테터가 부족해지는’ 시기이기도 했으며, ‘ABGA 실패율도 높아지고’, ‘CPR 방송은 유난히 많이 들리는’ 시기이기도 했다.

‘다들 서툴러서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3월의 대학병원은 서툰 초보의사들에게는 ‘신병훈련소’와도 같은 곳이다. 자칫 잘못하면 ‘쏟아지는 새로운 인턴들과 레지던트들이 시한폭탄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곳이다. 서툰 인턴들은 ‘첫 환자를 마주하면 국시 칠 때 외웠던 수많은 내용이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지며 당황하기’ 일쑤다.

그래서 3월의 대학병원은 고참들에게는 ‘신참들의 실수에 대비하느라 전전긍긍하면서 인내를 키워가는’ 곳이다. 하지만 ‘첫 인턴, 첫 주치의, 첫 펠로우, 갓 교수가 된 주니어 스태프까지 모이는, 열정이 넘치는 광란의 도가니’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많았던 ‘정신없다’류의 응답 중에는 3월의 대학병원을 ‘도떼기시장’, ‘초등학교 1학년 교실’, ‘중환자실’, ‘전쟁터’ 등에 비유한 답변이 많았다.

3월의 대학병원은 잠 못 자서 충혈된 눈, 풀려가는 팔다리를 하고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신규 인턴과 레지던트들로 온 병원이 ‘중환자실화(化)’ 되는가 하면, 울고, 소리 지르고, 삽질 하고, 쫓고 쫓기는 ‘동물농장’으로 원초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계절상 봄이었지만 내 인생에서는 봄이 아니었던’ 그해 대학병원에서의 3월, ‘새로 받은 빳빳한 흰 가운’은 24시간 30일 내내 입고 있는 동안 ‘점점 후줄근해지고 거무스름해져간다.’

독특한 대답도 많았다. 돈 쓸 시간이 없어 주머니만 두둑해지는 100일 에당(에브리데이 당직), 2월 28일에서 3월 1일로 날짜가 바뀌는 순간에 감격했던 기억, (이유는 대략 짐작할 수 있지만) 일시적으로 퇴원하는 장기 환자들, 시작부터 파견근무여서 황당했던 일 등 파란만장한 기억을 털어놓았다. 그래도 의사들에게 3월 대학병원은 ‘하얀 가운을 입으며 이 첫 마음을 기억하게 해 달라는 희망’으로도 기억되고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은 ‘나는 의사가 되고 나서 받은 첫 월급으로 ( )했다’였다.

가장 많은 대답은 ‘부모님’이었다. 응답자 중 26명이 이렇게 대답했는데 용돈을 드리거나 봉투째 맡긴 경우도 있었으며 내복을 사드린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효심에서 그런 경우였지만 ‘경제관념이 없어서 부모님 지갑에 들어갔다’는 다소 억울함이 묻어나는 대답도 있었다.

두 번째로 많았던 것은 ‘한턱냈다’는 대답이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거나’, ‘식구들에게 갈비를 사거나’ ‘병동에서 통닭파티’를 하는 등 첫 월급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던 인사를 했던 경우였다. 그 다음이 빚을 갚거나, 적금을 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대답이었다. 각각 6명이 이같이 대답했다.

‘빚’으로 분류된 대답 중 특이한 것은 빚을 갚은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몽땅 빌려줬다’는 것이었는데, 쓸 시간도 없는 인턴시절이었던 터라 친구 전화 한 통에 빌려주었는데 아직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들어온 줄도 몰라서’, ‘구경도 못해서’ 아무 것도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응답자 중 4명은 술값으로 썼다고 대답했다. ‘한잔했다’ 는 단출한 술자리부터 ‘피곤을 잊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위해, 매일 밤을 새우는 스스로를 치킨과 술로 위로’하느라 ‘술집에 상납’했다는 거한 술판까지 규모도 다양했다.

기타 응답자 중에는 청진기를 샀다는 모범생부터 삼계탕을 사먹었다는 식도락가, 여행준비를 시작했다는 보헤미안, 내 돈으로 처음 아기 분유를 샀다는 가장까지 다양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패널은 60명으로 개원의 20%, 봉직의 30%, 대학교수·전임의 23%, 전공의(인턴 포함) 5%, 공보의·군의관 20%, 기타 2%였다. ■

김민아 기자 licomina@docdocdoc.co.kr

곧 3월입니다. 3월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달입니다. 그것은 의사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요, 의사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출근을 하고, 첫 월급을 받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의심만만에서는 3월과 대학병원, 첫 월급에 대한 의사들의 창의적인 답변을 알아봅니다.

Q1. 3월의 대학병원, □□□다.

파견근무부터 시작했다.

도떼기시장이다.

신병훈련소다.

어리바리.

신경외과 인턴으로 졸업식 바로 다음 시작한 그 때, 3월은 봄이되 봄이 아니었다(봄인지 뭔지 모르고 중환자실에 박혀 있었음).

새로운 인턴과 레지던트가 쏟아지는 시한폭탄의 시간.

나는 프로로서 처음 돈을 번다.

눈코 뜰 새 없이 억 소리 난다.

아수라장이다. 모두가 초보니까

나는 첫 환자를 보며 국시 칠 때 외웠던 오만가지 신드롬이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지며 당황만 되었다.

환자에게 미안했다.

흰가운 입고 출근하는 날 그 마음을 계속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나 같으면 절대 안 간다.

후덜덜이다.

후달린다.

심란하다.

파란 싹이 돋아나는 보리밭이다.

나는 돈을 모았다. 왜냐하면 백일 당직을 섰으므로.

첫날에도 병원에서 새벽에 일어났다.

인사할 사람이 많다.

에당이 제일 많다.

풋풋함과 인내의 기간이다.

장기 환자분들 퇴원하신다, 쩝.

듣보잡 인술이 판친다.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IV카테터가 부족해진다(line 잡는 거 실패해서 많이 쓰게 되니까).

CPR방송이 많이 들린다.

ABGA 실패률이 높다.

흰색 빳빳한 가운이 널린다. 학생도 새 가운, 인턴, 레지던트 1년차도 모두 새 옷.

Q2. 나는 의사가 되고 나서 받은 첫 월급으로 □□□했다.

부모님 선물을 샀다.

빚 갚았다.

아무것도 못했다. 은행에서 돈 찾을 시간이 없었다.

경제 관념이 없어서 부모님 지갑으로 들어갔다.

부모님 내복을 사드렸다.

빚 갚았다, 자장면 값, 회식 값 제하고 나니 마이너스.

어머니께 드렸다. 봉투 째.

적금 넣었다.

한잔 했다.

몽땅 친구에게 빌려줬다. 그땐 어차피 돈 쓸 일도 없던 인턴시절이라 급하다는 친구 전화에 그만…(아직 못 받았음).

통닭으로 병동에서 파티했다.

청진기 샀다.

구경도 못했다.

여행준비

술집에 상납했다.

부모님께 그대로 갖다드리고 아들 키우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했더니 감동하시면서 나중에 그 돈을 모두 돌려주셨다.

부모님 빨간 내복 콜~ 했다가 3월 하순이라 속옷으로 바꿨다.

처음으로 아기 분유를 내 돈 주고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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