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승우] 인권위 주최로 '신종플루 대책' 토론회 열려…정부·의협·시민단체 이견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확보를 위한 ‘강제실시권’ 발동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시민단체간 설전이 벌어졌다.

8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신종인플루엔자 대책, 인권적 관점에서의 진단과 대안’이란 토론회에서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신종플루 치료제 확보를 위해 정부가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및 의협 관계자들은 "강제실시권을 발동하기에 아직은 이르다"며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신상숙 질병관리본부 공중보건위기대응과장은 “신종플루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했던 것에 대해 후회가 된다”며 “강제실시권 발동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목적이 달성된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강제실시권 발동 시 ‘신속하게 치료제를 확보할 수 있는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치료제의 가격이 다국적 제약사에서의 구입가보다 보다 저렴한가’ 등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말단 공무원이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현 상황에서 강제실시권 발동은 이르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문정림 의협 의무이사는 “항바이러스제 확보를 위한 강제실시권 발동에 대한 주장은 기본적 인권보호 차원에서는 이해가 된다"며 "하지만 항바이러스제를 백신을 대체할 예방적 성격으로 확신하고, 특허를 무력화 시키면서까지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소 견해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문 이사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신종플루 대유행에 대비해 백신 및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신종플루 위험성의 과장에 따른 국가적 패닉상태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예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석균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타미플루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리고 시장주의 원칙을 중시하는 정부라면 강제실시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우 실장은 특히 “특허가 사실상 독점권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재산권 침해나 국제신인도 저하 등을 우려해 강제실시권을 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인 신종플루 부족사태의 원인은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이윤을넘어서는의약품공동행동'의 변진옥 정책위원은 “신종플루의 대유행에 대비해 국내에서 백신을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로슈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냐”고 반문하며 “국제법이 허락하고 있으며 국내법으로도 가능한 강제실시권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방역시스템 대대적 재편해야"

한편, 이번 신종플루 사태를 계기로 국가적 방역대책을 근본적으로 수립해 향후 전염병 대유행에 장기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정림 의협 의무이사는 “현재 유행중인 신종플루도 가을철 대유행이 예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초기 대응부터 예산 및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함으로써 국가 방역시스템의 체계적 가동에 대한 불신이나 국민의 불안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이사는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별도의 예비비를 확보해 전염병 대유행에 대비한 대폭적인 방역체계 재편 및 준비를 통해 향후 전염병 유행에 대해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앞으로 정부가 ▲신종플루 합동대책본부의 합리적 운영 및 중앙재난 안전대책본부로의 시기적절한 전환 필요성 ▲신종플루 지역치료집중센터 설치 ▲방역사업 및 예방중심으로 보건소 기능 재편 ▲동네의원에 타미플루 직접 공급 ▲공익광고 등을 통한 대국민 홍보 및 불안감 해소 ▲의료인 감염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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