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현재 의과대학 4학년들이 치게 되는 2010 의사국가고시에서부터 실기시험이 시행된다. 실기시험은 크게 CPX(clinical practice examination)와 OSCE(objected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두 가지로 나뉜다.

CPX는 표준화 환자(standardized patient, SP)를 대상으로 일차적인 진료를 평가하는 것이다. 시험을 치르게 되는 방의 문 앞에는 현재 방 안의 표준화 환자에 대한 상황 제시가 있다. 응시생들은 제시문을 1분간 읽은 후 방 안으로 들어가 실제와 같이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10분 내에 진단과 처방, 환자 교육까지 상황에 맞게 마친 후 방을 나와서 5분간 ‘사이시험’이라 불리는 별도의 필기시험도 치른다.

OSCE는 여러 임상 술기들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술기실습을 위해 제작된 마네킹과 실제 임상에서 쓰이는 도구들을 이용하여 제한된 시간 내에 시험에서 요구하는 항목들을 정확하게 시행하는지 보게 된다.

실기시험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2002년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에서 한 번의 시험으로 의사 면허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건의하였으며, 이후 실기 시험을 보는 것으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이 2006년 공지했다.

교육적인 면에서는 지식, 수기, 태도 세 가지를 평가해야 하는 의사국가시험에서 기존의 시험은 지식만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실기시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의학교육학회에서 임상술기와 의사소통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등 국제적인 의학 교육의 추세 변화 또한 의사실기시험 추진의 배경이 되었다.

이에 따라 의사국가고시를 관장하는 국시원에서는 전국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에 이미 공지를 보냈으며, 의견 수렴을 계속하고 있다.

실기시험은 2009년 9월 하순부터 12월 초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시행(공휴일 및 추석 연휴 전 하루, 후 이틀은 제외)한다. 시험을 치르는 장소는 국시원 내 실기시험센터(3층 A센터, 지하1층 B센터)이며 하루 72명이 치르게 된다.

시험문제 수는 총 12문제(CPX 6문제, OSCE 6문제)이며, 1~12 시험실 중 홀수 시험실에서는 CPX, 짝수 시험실에서는 OSCE를 시행하게 된다. 시험시간은 CPX는 1문제당 10분, CPX 문제와 연결된 사이시험이 별도로 5분 소요되며, OSCE는 1문제당 5분으로 응시자 1인당 시험시간은 총 2시간 37분이다. 시험문제는 시험일별, 오전과 오후별 무작위로 선정하여 치르게 된다.

국시원에서는 2008년 5월 19일 CPX 56개, OSCE 40개의 실기시험 항목을 공지하였고 2008년 10월 14일 OSCE 항목별 시험장비 또한 공지 완료했다.

응시자의 시험일 배정 절차 및 방법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안을 놓고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의 의견을 구하는 중이다. 대학별, 시험일별로 응시인원을 배정하여 하루 25개 정도의 대학에서 응시자가 섞이도록 배정하는데, 1안은 국시원에서 무작위로 배정하는 것이고, 2안은 각 학교가 배정받은 날짜에 학교별로 응시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각 학교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2010년 시행되는 의사 실기 시험을 앞두고 각 의과대학들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을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과대학들은 실기 시험 준비를 위해 시뮬레이션 센터를 이미 만들었거나 곧 만들 계획이다.

시뮬레이션 센터에는 보통 임상 술기를 연습할 수 있는 마네킹들이 구비되어 있고, 표준화 환자와의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진료실 등도 마련되어 있다. 학교별로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국시원에서 공지한 시험 문제에 맞게 기자재 및 장소를 활용하고 있다.

가톨릭의대의 경우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대형 시뮬레이션 센터를 올해 오픈해서 본격적으로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가톨릭의대의 경우 2006년 이후 자체적으로 임상술기지침서를 마련하여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계명대의 경우 임상 실습 시 표준화 환자와 실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북대의 경우는 표준화 환자들이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중점적으로 보는 점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전북의대 고성훈 교수는 “시뮬레이션 센터의 구비로 각 의과대학에서 부족했던 실기 교육의 내실화를 기대한다”며 시뮬레이션 센터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시뮬레이션 센터를 바탕으로 해서 각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의사소통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소그룹 별로 임상 술기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대학들이 CPX와 OSCE를 미리 의과대학 별로 자체적으로 시행을 했고, 일부 대학에서는 그 결과를 실제 성적에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많은 의과대학들은 각 지역별 실기시험에 관한 컨소시움에 참여를 하고 있다. 각 학교들은 지역에 따라 ▲서울·경기 컨소시움 ▲강원·충청 컨소시움 ▲부산·대구·경상 컨소시움 ▲전라 컨소시움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 컨소시움에서는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CPX와 OSCE 문항 개발 및 표준화 환자 교육 등 실기시험 교육 전반에 관해서 논의한다.

지방 컨소시엄에서 간혹 서울·경기 컨소시엄에 대해서 국시원에 문제 출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서울·경기 컨소시엄 위원장인 한양의대 박훈기 교수는 “그것은 분명히 오해”라며, “실기시험 출제 역시 KMLE 출제와 마찬가지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컨소시엄과는 관계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각 의과대학 별로 꼽는 실기 시험 준비 사항에서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이다.

첫 번째로 재정적인 어려움이다. 연세의대 유철주 교수는 “시뮬레이션 센터 준비는 물론 자체적으로 CPX 시험을 치는 데에도 많은 예산이 소모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임상 교수들의 협조다. 충남의대 윤석화 교수는 “사실 지금까지 의대 교수들의 교육은 항상 연구, 진료에 이어 뒷전에 있었다”고 말하며 “의대에서도 교육을 잘하는 교수에 대한 대우는 잘 없다”면서 학생 교육이 소홀하게 된 원인으로 지적했다.

실기시험의 실시로 사설학원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많은 교수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계명의대 금동윤 교수는 “실기 교육은 학교에서 100% 책임질 문제”라고 말했으며, 재수생들의 교육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구가톨릭의대 고석봉 교수는 “학교에서 재수생을 다시 불러 실습을 다시 돌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충남의대 윤석화 교수는 사설학원에 대해 “사설학원이 서울에서만 생기고 계속적으로 서울에서만 인프라가 늘어난다면 누가 지방으로 오겠냐” 며 지방 의대의 역할 축소에 대해 우려했다.

반면 사설학원의 등장이 현재 각 학교의 준비가 소홀하다는 반증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전북의대 고성훈 교수는 “수요가 있으니깐 생기는 거다.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학교에서 완벽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누가 가겠나.”라고 말했다.

문제점은 없나? 대책은?

국내 최초로 실시되는 의사실기시험에 대해 아직 논란이 많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실기시험에 대한 의견은 통일되지 않고 있다. 시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들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는 의견을 제시하는 교수들도 있다.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실기시험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많은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거의 대부분의 교수들이 지적했던 가장 큰 문제는 자원의 부족이다. 자원의 부족은 인적, 경제적 측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적 자원의 부족은 교수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 및 병원의 제도적 지원 부족에 기인한다. 현재 의과대학의 교수의 업무는 크게 진료, 연구, 교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의과대학과 병원 동시에 고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평가는 진료나 연구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 교육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모호하다는 점도 이러한 부분을 부추긴다.

전북대 고성훈 교수는 “진료와 연구가 교수의 주 업무이다 보니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이다. 열정을 갖고 소그룹 형태의 강의를 할 수 있는 교수인력을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밝혔다.

설령 교수가 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다가가려 해도 주어진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의사실기시험에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 기존보다 확대된 인적 자원이 필요하지만 지금 의과대학의 실정은 아직 그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울 모 사립대학의 실기시험 교육 담당이었던 한 교수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실기시험 교육에 대비하고 자체적으로 표준화 환자 교육을 해 왔으나, 연구 논문의 수가 부족해 최근 교수직 재계약에 실패하고 학교를 떠났다. 교육에 대한 평가가 연구, 진료에 비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수의 평가 항목에 교육에 해당하는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교육에 좋은 평가를 받은 교수라면 진료나 연구 부분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의과대학과 병원이 발전하려면 좋은 진료의사, 연구 의사뿐만이 아니라 좋은 교육자도 빼놓을 수 없다.

예산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의사실기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인 예산은 각 학교별로 편차가 있지만 기자재 구입비용만 2~4억원 규모이며 매년 표준화 환자의 고용, 시험과정의 비용 등으로 2~5천만원 정도가 추가된다. 여기에 실기시험교육센터 건물을 짓는 비용까지 더해지면 어마어마한 재원이 소요된다. 일부 지방 사립대의 경우 기본 인프라를 갖추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경제적 부담은 의과대학 내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도 경제적 부담은 크다. 시설 비용으로 인해 등록금의 상승이 불가피하며,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비용도 기존의 국가고시 비용에 50만원 정도가 더해진다. 지방 의과대학 응시생들이 서울에 있는 국시원에 올라와 시험을 봐야 하므로 교통비, 숙박비 등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양의대 박훈기 교수는 “사시 합격한 사람도 국비로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결국 이 실기시험은 좋은 의사를 양성해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수혜자는 의사가 아니라 국민이다. 이 점에 대해 국가가 인정하고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에서 1억원의 예산을 국시원에 지원한다면 학생의 시험응시료는 1인당 5만원 정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이와 더불어 박 교수는 “이런 시험으로 믿음직한 의사가 된다면 그 동안 팽배했던 의사에 대한 불신 또한 바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시에 통과한 학생들은 모두 대한의사협회의 회원이 된다. 그러므로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넓게 보아 협회 전체의 이미지 고양을 한다고 생각하고 시험에 대한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기시험은 3개월 동안 국시원에서 치러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긴 시험기간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 첫날에 시험을 본 학생은 낯선 시험의 형태에 당황하고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간의 정보 교류로 인해 먼저 시험 보는 학교에서 정보가 유출된다면 후에 시험 보는 학교의 학생들의 성적은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험의 공정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계명대 금동윤 교수는 “국시원에서 시험을 보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각 지역에 거점병원을 두어 국시원과 동일한 형태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점병원 시스템을 통해 시험기간을 줄일 수 있으며, 시설이 미비한 의과대학에서 이런 거점병원의 기자재나 시설을 활용함으로써 의과대학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올해 첫 시행되는 이 시험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시 재수생들이 될 전망이다. 다소 편차가 있겠지만 지금의 본과 4학년 학생들은 각 학교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 많은 학교들이 이미 모의시험도 한 번씩 시행했다. 하지만 재수생들은 이런 프로그램들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으며, 혼자 공부한다면 계속 기회는 없게 된다.

때문에 한양대와 대구가톨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는 본4 실습 일정 중 실기시험과 관련된 부분은 재수생도 참가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후배들과 같이 실습을 돌아야 한다는 점은 재수생에게 큰 벽으로 작용한다. 결국 재수생들은 사설학원에 의지하게 된다. 각 대학의 재수생을 배려한 특별 프로그램의 운영이 필요하며 국시원에서도 이들의 수요에 대해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룬 여러 문제점의 대안으로 시험 형태 자체를 바꾸는 것도 고려할 만한 사안이다. 충남대학교 윤석화 교수는 국가고시의 형태로 실기시험을 치르는 대신, 각 학교에 학생 교육을 모두 맡기고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는 공정성 논란을 일축하고 시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의과대학 자체에 대한 인증이 선행되어야 하고, 실기교육프로그램의 인증 절차도 까다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시험은 처음이니만큼 많은 논란과 충돌이 예상된다. 정규 교육을 받은 의과대학생 이라면 누구나 통과 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만큼 불안해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리고 수많은 논란 속에 여러 목소리가 한 데 뭉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시원은 이런 의견에 주목하여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시험의 형태는 교육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실기시험 도입으로 그 동안의 주입식, 암기 일변도의 의학 교육에서 탈피하여 환자 중심의, 실무적인 교육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지고 의과대학 교수의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더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앞으로의 의학 교육 변화에 더 기대가 된다. ■

“필요성은 인정, 시험엔 부담”

- 첫 실기시험 치를 학생들 반응

실제로 처음으로 의사 실기시험을 보게 될 응시생들은 어떻게 시험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단국의대 4학년 김유진 씨는 “학교에서 열성적으로 시험을 대비하여 수업을 개설하고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실기센터 또한 마련하여 직접 실습해볼 수 있는 여건 또한 충분하여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강원·충청 컨소시움을 통해 타 학교와 공유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지방 학생 입장에서 서울에서 일괄적으로 보는 것은 여건과 일정에 부담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필기시험처럼 권역별로 볼 수 있길 바란다”는 의견을 말했다.

지방의 모 의과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이번에 국가고시에서 실기시험을 본다고 해서 모의고사 신청을 했다. 2월에 학교 내 시험을 봤더니 아무것도 모르겠고 걱정이 되어 신청했다”며 처음 보게 될 의사실기시험에 대해 걱정을 나타냈다. “학교에서 실기시험에 대비하여 따로 배운 것은 없다. 하지만 사설학원에 다닐 생각은 아직 없다”면서 실기시험 대비 문제집으로 스스로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러 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임상술기나 태도에 대해 교육 받아야 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선배 의사들을 보니 의사-환자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는 의사가 많이 보이는 것 같더라는 면을 지적하면서, 자격이 안 되는 의사는 시험에서 걸러져야 한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반면 시험을 본다고 해도 실제 술기나 태도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어차피 인턴 생활을 하면서 다 배울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굳이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의사실기시험의 시행이 결정된 것은 3년 전이지만, 그 동안 일선 의과대학에서 홍보가 잘 되지 않아 학생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학생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부담감은 적지 않아 보였다.

시험 시행은 결론이 나고 날짜까지 정해지고 있지만, 정작 시험의 평가 기준도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교과서도 없다. 시험이 여러 번 시행되고 의과대학이나 국시원의 경험이 축적될 때까지는 학생들의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각 학교와 국시원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서영욱 인턴기자(연세의대 본4) ukizone@hanmail.net

의사 되는 데도 사교육 바람?

의사실기시험의 시행 여파는 각 의대 교육 외에 ‘사교육’에도 미치고 있다. 의학전문학원인 메디프리뷰에서는 지난달 21일 서울 청담동에서 실기시험 특별 설명회를 가졌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설명회의 첫 시간에는 권량 원장이 실기 시험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국가고시에 대비해 공부 계획 세우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내과 전문의인 강사가 CPX의 개요와 예시 문항들을 제시해 학습법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 OSCE 시간에는 외과 전문의인 강사가 실제 시험에 쓰이는 장비들과 앞으로의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30여 명 정도의 의사국가고시 응시예정자들이 참석했다. 지방 의과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인터넷 사이트와 책자 뒷면 등에 있는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 실기시험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고 학교에서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불안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아 참석했는데, 공부하는 방법의 가닥을 잡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의사고시에 불합격했다는 한 학생은 “친구로부터 얘기를 들어서 오게 됐다. 학교에서 어떻게 지원을 해 줄지 불확실하며, 한번 떨어지고 나니 크게 걱정이 되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메디프리뷰 대표인 권량 원장(성북성심의원)은 “주로 수도권 학교 학생과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학교를 다니면서 집은 수도권인 학생이 많다”며 “지난 국가고시에 불합격한 학생이 절반 정도 된다. 평소 의과대학 내에서 소극적인 활동을 보여 정보의 양이 부족한 학생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의과대학에 비해 재정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장비 확보나 실습 공간에 부족함이 생길 우려가 있어 한 의과대학 내의 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 한다.

서영욱 인턴기자(연세의대 본4) ukizone@hanmail.net

실기시험 모의고사 체험기

시험은 CPX와 OSCE 각 하루씩, 이틀 동안 실시됐다.

첫날 CPX 시험은 총 다섯 명의 표준화 환자 케이스를 가지고 평가했다. 한 표준화 환자와 면담을 하고 다음 표준화 환자와 면담하기 전 사이시험(interstational work)을 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평가 항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표준화 환자가 직접 학생을 평가하는 부분도 있었다. 의학 지식 뿐 아니라 환자-의사 관계 형성, 의사소통 기술까지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일단 표준화 환자가 있는 방 앞에 서면 환자의 나이와 이름, 주 호소와 방 안에서 수행해야 하는 내용들이 붙어 있으며, 이를 1분간 숙지한다. 내가 처음 면담하게 된 환자는 두통을 호소하는 28세 남자 환자였다. 이외에 환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내용은 없었으며 환자에게 필요한 병력 청취 및 이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추정 진단, 치료 목표까지 설명하는 것이 지침이었다.

표준화 환자에게 인사를 한 뒤 학생의사라고 소개를 했다. 그 동안 예진을 해 본 경험이나 외래를 참관했던 경험에 비추어 증상을 자세히 듣고 병력 청취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듯이 갑자기 두통이 왔다는 환자는 표정이나 증상을 호소하는 모습이 실제 환자와 정말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환자에게 신경학적 검사를 포함한 이학적 검사까지 하고 보니 10분의 면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사를 하고 나와 5분 동안 확정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검사, 치료 계획 등을 쓰는 사이시험을 보고, 흉통을 주소로 내원한 다음 표준화 환자를 면담할 준비를 했다. 전체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으며 정신없이 하느라 중요한 질문을 놓친 경우도 많았다.

다음 날 치른 OSCE 시험도 다섯 항목이었다. ▲기관 삽관법 ▲봉합술 ▲소아 이물질 기도 폐색 응급 처치 ▲자궁 경부 펴바름 검사(pap smear)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로 한 항목 당 평가 시간은 5분이었다. 기관 삽관법 술기 시험 방에 들어가니 채점 교수가 있었다. 동영상을 여러 번 보고 들어갔지만 블레이드 끼우는 일부터 한 번에 안돼 당황스러웠다. 학점에는 반영되지 않는 시험이었지만 감독관의 존재와 실기 시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험 방식이라는 점에서 긴장이 많이 됐다. 많은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허규형 인턴기자(연세의대 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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