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지난 6일 서울대병원 암연구동 이건희 홀에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영리의료법인제도 도입과 관련된 쟁점’이라는 포럼이 개최됐다. 그러나 ‘영리의료법인’이라는 용어는 잘못 사용될 경우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용어사용에 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영리의료법인이라는 용어가 왜 부적절한지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영리법인 도입’ 논란은 의료법 제30조2항의 5종류의 개설주체에 들어있지 않은 상법상의 합명, 합자, 주식, 유한회사를 개설주체로 인정할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이는 우리 의료제도가 그동안,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민간자본에 의료의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그 대신 법적 형태를, 의료인에 의한 개인 병의원을 제외하고는 비영리에 국한시킴으로써 의료에서 일정 정도 요구되는 ‘공익성’ 내지 ‘영속성’을 담보해왔던 기본 사고방식을 일부 전환하게 됨을 의미한다. 즉 이러한 변화는 당장에 나타날 몇몇 영리법인 개설 병원의 탄생을 넘어서는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특히, 공공병원의 구성비율, 비영리병의원의 사회적 역할이 다른 국가들과 현저히 다른 우리의 의료 상황 하에서 영리법인 병원의 공식화는 의료에 있어서의 공공성의 포기라는 탄식과 의료의 산업적 측면에 대한 이해라는 찬사 사이에 다양한 반응스펙트럼을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법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6년인데, 이후 의료법인 개설병원은 계속 증가하여 2003년 현재 287개(종합병원89, 병원 198)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전체 병원의 27%를 차지한다. 이와 같이 30년 가까이 제도가 운영되어 오면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서의 ‘의료법인’의 의미는 법적으로 뿐 아니라 일반의 인식 면에서도 우리 사회에 상당 부분 각인되어 왔고 그 위에 여러 가지 법률행위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의료법인은 ‘영리’법인이 아니다. 하지만 ‘영리병원’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존재한다. 법적인 측면에서 ‘영리성’ 여부의 제1의 판단기준은 경영의 과실을 개인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런 점에서 세금만 법대로 낸다면 과실을 병원장 개인에게 귀속시키든 병원의 시설에 재투자하든 하등 관계없는 개인 병의원은 ‘영리’ 병의원으로 분류된다. 여기서의 ‘영리’병의원은 따라서 가치중립적(value-free)인 의미에서의 분류이다.

이번 포럼에서 굳이 용어상의 문제를 제기한 것도 ‘영리의료법인’이라는 용어가 아무 의식 없이 반복, 사용되게 되면 추후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 의료법상, 그리고 이미 굳어진 사회적 관념상 이미 의료법인은 확고한 비영리법인이다. 따라서 병의원을 개설할 주체로 영리법인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라고 해도 그것을 영리‘의료’법인이라고 지칭할 경우 혼선이 빚어지게 된다. 이는 ‘영리법인이 개설하는 병의원’과 같은 식으로 표현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에 형성된 ‘비영리’법인으로서의 ‘의료법인’의 개념은 건드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건행정학회지 등에 제안한 바 있는 ‘출자의료법인’은 출자에 따른 지분을 인정해서 장기적으로 자기 자본에 대한 애착을 유지할 수 있는 중간적인 형태의 법인이지만, 과실에 대한 ‘이익배당’은 인정되지 않는 ‘비영리’법인으로 제안된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될 수 있다. 이는 우리와 유사한 법제도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 대부분의 의료법인에게 적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존에 형성된 ‘의료법인’의 법적 성격을 유지하는 한, ‘영리의료법인’은 자체 모순적인 용어가 되어버린다.

앞으로는 이번 포럼제목과 같이 영리의료법인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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