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우리나라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 지적
"정밀의료 핵심인 빅데이터 없어…임상 데이터 플랫폼 必"
"NGS 해석 기반의 치료제의 경우 허가 범위 외 사용 허용해야"

임상 현실을 반영하는 정밀의료가 구현되려면 각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의료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임상 현실을 반영하는 정밀의료가 구현되려면 각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의료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사진출처: 게티이미지).

임상 현실을 반영한 정밀의료가 구현되려면 각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는 의료정보가 공유되는 플랫폼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8일 발간된 ‘정밀의료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과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환경, 생활양식 등을 고려하는 의학적 접근법으로, 현재는 주로 희귀유전질환과 암 질환 분야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여기서의 핵심은 개인의 유전체 정보와 의무기록 등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인구집단 코호트, 빅데이터 분석 등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국립보건연구원 등에 진료·투약 내역을 비롯한 건강검진 DB와 암 발생 통계, 93만명 분의 인체자원 정보가 분산돼 있다. 민간의료기관 또한 방대한 양의 의무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방대한 자료를 보건의료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 데이터·인공지능 혁신전략’에는 한국인의 호발암 데이터와 웨어러블 장치 등을 통해 수집한 개인생성건강데이터를 우선 표준화해 병원·기업이 활용하는 데이터와 결합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대형병원 40개소를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으로 지정해 임상 정보, 검진 자료 등을 연구자에게 개방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밀의료를 실현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의료기관 간 임상 데이터 교류가 단절돼 있어 각 기관에서 폐쇄적·독점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김 조사관은 “의료기관의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의 기관 간 교류가 단절돼 있다”며 “정밀의료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충분한 규모의 통합 빅데이터를 갖추지 못했다. 민간의료기관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종용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며, 거버넌스 체계도 구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NGS 검사를 실시해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더라도 이에 맞는 치료제를 즉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 폐암의 경우 조직학적 분류에 따라 이를 구분한 후 의약품 출시 당시의 적응증을 기준으로 치료제를 처방한다. 그런데 정밀의료에서는 NGS 분석 기술로 암종을 유전자 돌연변이의 분자적 특성으로 분류해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 방식은 종래의 ‘허가 범위’ 기준과 다르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조사관은 “간암 치료제로 시판 허가돼 통용되고 있는 약제가 암 돌연변이 유형을 기준으로 특정 폐암에 효과가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게재되더라도 간암 치료제 처방을 폐암 환자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임상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의 획일적 적용, 복잡한 절차, 급여 최종 승인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며 승인과 건강보험 급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조사관은 의료기관 간 NGS·임상 데이터를 연계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의료기관 간 공동 연구와 정보 교류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조사관은 “NGS·임상 데이터의 연계·통합 및 안전한 활용을 관장하는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고 각 의료기관의 데이터가 통합 데이터 플랫폼에 의해 집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간 임상 정보 교류와 공동 연구를 장려해 각 의료기관에서 설치한 분자종양위원회 운영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NGS 해석 등을 기반으로 결정한 치료제를 채택한 경우, 허가 범위 외 사용일지라도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검강보험에서 급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 조사관은 “정밀의료 전문의료기관에서 NGS 변이 해석을 위한 전문가로 구성된 분자종양위원회가 결정한 치료제를 다학제위원회가 심의해 채택한 경우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건강보험에서 급여할 필요가 있다”며 “NGS 검사의 유효성·안전성을 인정해 건강보험에서 급여하고 있으므로 이를 치료제 선택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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