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 결과에 미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력을 규명했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은 우리 몸의 B림프구에서 발생한 혈액암으로 림프종 중 가장 빈도가 높아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발생하는 림프종 환자 6,000여명 중 약 40%가 이 질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공격적으로 진행해 위험하지만 B림프구를 겨냥하는 단클론항체와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하는 치료를 하면 약 75~80% 이상에서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치료에 불응하거나 반응을 보인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40%를 차지해 많은 환자들을 낙담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욱이 항암화학요법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호중구 감소증으로 감염이나 패혈증이 발생하면 치명적 합병증이 생겨 치료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윤상은 교수 연구팀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전향적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이 항암 치료 후 호중구 감소성 발열과 같은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주고, 치료 후 재발을 포함한 불량한 예후와 관련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CJ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환자 189명을 모집해 이들의 대변을 채취하고 이들 중 158명의 샘플 유전자를 분석해 장내 미생물 상태와 현황 등을 파악, 나이와 성별을 고려해 맞춘 건강한 일반인 대조군과 비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전자 전장 검사(WGS)를 통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상관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결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의 경우 건강한 사람들과 달리 마이크로바이옴 장애 환경이 불균형을 이뤘다.

건강한 일반인 대조군과 달리 마이크로바이옴의 분포에서 종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낮았으며, 대신 유해균에 해당하는 엔테로박테리아와 수테렐라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의 치료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인 열성 호중구 감소증 역시 엔테로박테리아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연구팀이 추가로 환자 106명의 유전자를 전장 분석(WGS)한 뒤 엔테로박테리아가 확인된 추정치를 기준으로 환자를 양분했을 때, 낮은 환자들에서 무진행생존율이 11.9배 낮았다. 연구팀은 해당 마이크로바이옴이 많은 환자의 경우 그만큼 재발이나 병의 진행이 더 잦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림프종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림프종 치료성적 향상을 위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조절하는 추가 연구를 계획 중”이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병과 싸우는 환자들과 가족에게 연구를 통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혈액학 분야 학술지인 ‘블러드’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