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임상시험 그리고 DCT③] 화이자, 모더나 등 전세계 DCT 경험
2011년 DCT ,화이자 '톨터로딘' 4상 연구로 안전성 등 이미 입증
국내서도 DCT 파일럿 임상시험 진행…절차 등 문제 없음 확인

신약 개발에서 필수인 임상시험. 하지만 임상시험은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에선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른 게 분산형 임상시험(DTC)이다. DCT는 특히 이번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면서 그 효용성이 한층 부각됐다. 이에 해외에선 DCT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지만, 국내에선 그 적용이 요원하기만 하다. 이에 본지는 DCT의 특장점과 실제 사례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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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6개월 vs 1년.

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른 신약 개발 기간이다. 이에 따르면 개발후보물질 선정 5년, 전임상시험 1년 6개월, 임상시험 6년, 허가 검토 및 승인 2년 등 최소 14년 6개월이 필요하다.

후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간으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2020년 1월 13일 개발에 착수해 2020년 12월 19일 최초 사용허가(약 11.4개월)를 받았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은 2020년 1월 13일 개발에 착수해 2020년 12월 2일 최초 사용허가(10.8개월)됐다.

효과와 안전성 확인 중요한 신약의 개발기간이 이토록 극명하게 대비될 수 있던 이유는 팬데믹이란 특수한 상황에 따른 정부 차원의 제도적‧경제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 못잖게 기술의 발달도 한몫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감염 우려가 높이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임상시험을 가능하게 했던 DCT도 개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숨은 주역 ‘DCT’, 10여년 전 효과‧안전성 입증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mRNA-1273) 개발 시 임상연구의 효율화와 가속화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인 '메디데이터(Medidata)의 레이브(Rave) 플랫폼을 도입했다. 모더나는 레이브 플랫폼을 통해 ▲EDC(전자 자료 수집, Electronic Data Capture) ▲eCOA(전자 임상 결과 평가, Electronic Clinical Outcome Assessment) ▲CSA(위해성 기반 모니터링 솔루션, Central Statistical Analytics) 등 임상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임상시험 대상자 3만여명을 빠르게 모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 바이오엔택,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레이브 플랫폼과 같은 DCT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DCT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최초로 DCT를 활용한 사례는 이보다 한참 전인 2011년 화이자의 톨터로딘(Tolterodine) 4상 연구라고 말할 수 있다. 과민성 방광 치료를 위해 진행된 해당 연구는 임상시험 대상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웹 기반으로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및 데이터 수집을 수행했다.

이 연구가 주목되는 점은 연구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DCT와 같은 가상 임상시험이 향후 수행 가능한 방법인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접근 방식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기존 4상 임상시험과 비교하는 것을 평가에 포함시켰다.

톨터로딘 연구에서 임상시험 대상자의 신체검사는 지역 의사가 수행했으며, 참가자 식별을 확인하기 위해 제3자(IDology, GA, USA)의 온라인 신원 확인 방법이 사용됐다. 사전 동의 프로세스는 객관식 테스트 후 대화형 웹 기반 방법으로 진행됐고, 약물은 참가자에게 직접 배송됐다. 연구 결과 웹기반의 DCT 방법이 전통적인 임상시험과 효과와 안전성이 일치함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미국 바이오 회사인 바이오티슈(BioTissue)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락다운 상황에서 중증 당뇨병성 족부 궤양 치료를 위한 3상 확증(pivotal) 임상시험 개시하며 DCT를 적용했다.

DCT를 활용한 대규모 연구 사례는 또 있다. 약 1만5,000명의 대상자들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 DCT 연구 중 하나인 '어댑터블(Aspirin Dosing: A Patient-centric Trial Assessing Benefits and Long-term Effectiveness, ADAPTABLE)' 연구가 그것이다.

미국 환자중심결과연구소(PCORI, Patient Centered Outcomes Research Institute)는 심장 질환 환자들을 위한 최적의 아스피린 투약 용량을 평가하기 위해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평균 나이 67세의 심장 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해당 임상시험은 기관 방문이 없는 100% DCT로 진행됐으며, 메디데이터의 임상시험 플랫폼인 eConsent를 통해 임상시험에 대한 참여자들의 이해를 높여 임상시험의 마지막 과정까지 95%라는 높은 참여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DCT 관련 보고서를 펴낸 한국바이오협회는 "화이자의 톨터로딘부터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에 이르기까지 10년간의 세월은 DCT가 단순히 개념적 수준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고 기존의 임상시험 방법을 보완 또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DCT의 한계도 존재하지만, 장점은 신약개발 과정을 개선할 수 있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이러한 DCT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와 정부의 전향적 규제 개선 및 임상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규제선진화(ARICTT) 플랫폼
규제선진화(ARICTT) 플랫폼

국내서도 DCT 도입 움직임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의 변화, 특히 DCT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디지털헬스 관련 규제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선진화(ARICTT) 플랫폼을 구축했는데, 여기에는 DCT 관련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열린 ARICTT 심포지엄에서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허기영 교수가 DCT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100% DCT로 운영된 수행사례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해당 DCT 수행사례는 임상시험 대상자가 한 번도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원격, 화상이나 전화 및 웹사이트를 이용해 환자의 데이터를 얻는 모의 연구다.

해당 연구는 유산균이 변비에 어떤 효과를 보이는 지를 보려는 연구가 아닌 임상시험 절차에서 DCT를 활용했을 시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졌다. 현행법 상 전문의약품은 배송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중에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진행했다.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유산균+비타민C 복용군과 비타민C 복용군으로 환자군을 나누고, 임상시험 대상자는 전자동의 후 원격스크리닝으로 무작위 환자군 배정받아 건기식을 배송받았다. 이후 자택에서 대변 검체를 채취 후 이를 다시 연구기관에 보냈으며 연구자는 애플리케이션, 웹 등을 활용해 환자의 정보를 수집했다.

연구에선 임상시험 대상자들의 참여 후기도 받았는데, 이에 따르면 한 환자는 장점으로 "별도의 내원 없이 집에서 어플로만 참여하면 되는 것이 간단해서 좋았다"며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기분"이라고 했다.

또 개선점과 관련해선 "임상시험 일정이 헷갈릴 때 동의서를 확인해야 하는데 한 번에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불편했다"며 "외출 시에 깜박하는 경우가 있어 제때 복용을 못 한 적이 있다. 혼자 매일 챙기려니 빠지는 날이 있다"고 했다.

허기영 교수는 "(DCT 수행 시) 가장 어려움이 많았던 부분은 시험대상자의 순응도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비대면 특성으로 인해 보다 상세한 설명과 효율적인 관리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소회했다.

더불어 해당 연구를 주도한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유경상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 얻었던 장단점을 향후 국내 DCT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것"이라며 "이후 DCT가 제대로 이뤄질 때 이러한 요소들이 고려돼 성공적인 연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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