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임상시험 그리고 DCT①] 임상시험 새 트렌드로 부각
기존 임상시험 단점 보완…환자 모집, 비용 효과성 등 이점
2022년 미국 전체 임상시험 중 11%, 차지…26억달러 시장 형성

신약 개발에서 필수인 임상시험. 하지만 임상시험은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에선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른 게 분산형 임상시험(DTC)이다. DCT는 특히 이번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면서 그 효용성이 한층 부각됐다. 이에 해외에선 DCT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지만, 국내에선 그 적용이 요원하기만 하다. 이에 본지는 DCT의 특장점과 실제 사례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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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해 2020년 5월 29일부터 모니터링 룸 방문을 금지합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모 대학병원 임상시험센터에 올라온 공지다. 이처럼 코로나19 기간 이동 제한 및 격리로 인해 임상시험기관에 방문할 수 없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는 비단 국내 뿐만이 아니었다. 본지에서 2022년 4월 보도한 ‘상하이 봉쇄에 SK바이오팜·한올바이오 현지 임상 난감’이란 기사에서와 같이 글로벌 임상도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속속 발생했다.

대학병원 및 연구기관에서 대면으로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해 투약, 환자 진료, 자료 수집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직접 평가하는 기존 임상시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

실제로 글로벌 설문조사 기관 반슨 버른이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전역의 임상시험 업계 임원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보고서에선 거의 모든 응답자(99%)가 펜데믹이 임상시험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감염 위험, 의료진 업무 과중, 환자 병원 방문 못함 등을 부정적 영향의 요인으로 꼽았다.

또 2022년 코로나19가 임상시험에 대한 대한 영향을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135개 임상시험기관 참여) 결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신규 임상시험 개시율 감소(45%), 기존 임상시험 지연 또는 중단(40%), 인력 감축(47%) 등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각된 게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 DCT)'이다. ‘하이브리드’, ‘가상’, ‘원격’, ‘DtP(direct-to-patient, 임상시험 의약품 직배송)이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DCT는 웨어러블 기기 또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험약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등 대상자가 기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임상시험 지속이 가능한 임상시험 방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DCT를 임상시험 관련 활동의 일부 또는 전체가 연구자가 있는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실시되는 임상연구로 정의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 임상시험의 ‘고정관념’을 바꾸다

간단하게 말하면, 임상시험기관을 벗어난 임상시험이 DCT라고도 할 수 있다. 디지털 등 IT 기술의 발달이 이렇듯 새로운 형태의 임상시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DCT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환자 모집 용이 ▲임상시험 진행의 편의성 ▲비용 효과적 ▲데이터 유지 ▲내외적 리스크 감소 등 다양하다.

먼저 환자 모집의 경우, 다양한 임상시험 참여 방법으로 신속하게 목표했던 인원 모집이 가능하다. 디지털 광고, SNS, 환자 단체, 대상자 직접 광고 또는 대상자 레지스트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상자들이 관심 있는 임상연구를 확인하고 등록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모집된 환자는 기존 모집 환자들 보다 더 광범위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은 임상기관을 중심으로 거리가 한정적으로 제한됐으나 임상시험 대상자가 신청을 원격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 환자의 이동 제한 등의 문제를 가진 환자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및 등록이 임상시험 기간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원격 등록 및 원거리 대상자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은 대상자 모집 활성화 등이 용이할 것은 자명하다. 일례로 임상시험의 80% 가량이 초기 환자 모집 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규제 당국에서 임상시험을 승인받더라도 결국 임상시험 등록이 완료돼야 연구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DCT의 환자 모집 효용성이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DCT의 또 다른 장점은 임상시험 대상자의 참여도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임상연구업체인 CenterWatch 연구에 따르면, 기존 임상시험에서 시험대상자의 중도 이탈률은 평균 30% 정도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주요 임상시험에 들어간 시험대상자 일인당 비용의 중앙값이 4만1,000달러라는 것을 고려할 때, 중도 이탈을 막는 것은 비용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중도 이탈하는 주요 이유는 연구 장소로 이동하는 불편함이나 시험 설계 및 데이터 수집의 복잡성 등 임상시험 편의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DCT의 경우,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임상시험 대상자가 디지털 기기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연구자가 어디서든 임상시험 대상자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 기간 동안 기관 방문 횟수를 줄여준다.

더불어 DCT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안전성 등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원격 모니터링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연구자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방문이 없는 기간에도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임상시험대상자의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안전성 및 유효성 관련 데이터 관리를 할 수 있다.

즉, 안전성과 관련된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기존에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보고 및 방문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연구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해 약물 투여 중단 결정을 더 빨리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시험 설계를 개선할 수 있어 잠재적으로 더 나은 데이터 품질과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통합 임상 플랫폼 기술 기업인 메디데이터가 개발한 중앙집중식 통계 모니터링 시스템 경우, 시험대상자로부터 얻은 데이터가 디지털 데이터로 바로 플랫폼으로 이동해 수동 모니터링 작업이 필요 없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 인력은 'Remote Source Review'를 통해 근거 문서를 계속해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Remote Source Review를 사용하면 시험기관은 문서를 안전하게 업로드할 수 있고, 임상시험 모니터요원(Clinical Research Associate, CRA)는 시험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문서를 검토할 수 있다. 중앙집중식 모니터링은 데이터 이상치 발생 시 이를 CRA에 알리고, CRA는 근거 문서에 원격으로 접근해 검토할 수 있도록 한다.

글로벌 DCT 시장 규모 전망 출처: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DCT 시장 규모 전망 출처: 미래에셋증권

DCT 시장의 高성장, 그 효용을 반증하다

흥미로운 점은 DCT가 코로나19로 태동한 변화가 아닌, 느리지만 오래전부터 기존 임상시험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진행돼 왔고 그 노력들이 코로나19 촉발돼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GlobalData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기준 DCT를 활용한 임상시험 수는 전년 대비 13%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2020년 보다 57% 증가했다. 또 미국 전체 임상시험에서 DCT 비중도 2015년 3.8%에서 2022년 11%로 증가했다.

글로벌 DCT 시장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글로벌 DCT 시장 규모를 25.9억달러로 추정하고, 그 규모가 2026년에는 126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6년 기준 임상개발 시장의 18.6% 수준이다.

CRO 기업들은 DCT 흐름이 맞춰 M&A 및 파트너십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20억 달러 규모 ICON의 PRA 인수, 85억 달러 규모 EQT/골드만삭스의 Parexel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SPAC 상장한 Science37을 포함해 Thread, ObvioHealth, Lightship과 같은 스타트업도 대규모 펀딩을 유치했다.

미국 정부도 DCT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0년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임상시험 대상자와 연구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에 DCT를 포함시켰다. 또 미국에선 2020년 12월 분산형 임상시험과 연구 연합(Decentralized Trials &Research Alliance, DTRA)이 출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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