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술이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고 있어요.'

- 부친께 보낸 편지에서, 아들 조셉 리스터.

2019년 8월, 비 내리는 런던의 거리에서 리스터의 흉상을 만났다. 근처에 그의 집이 있었고, 길만 건너면 아내와 정답게 산책을 하던 리젠츠공원도 있다. 북서쪽으로 좀 더 가면 햄스태드묘지도 있다. 여기서 동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그가 다닌 런던대학교도 있고, 거기를 훨씬 더 지나가 템즈 강 쪽으로 가면 말년에 그가 일했던 옛 킹스컬리지병원도 있다.

먼 길을 돌아서 리스터는 런던으로 왔다. 런던 외곽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의사가 되었고, 에든버러와 글래스고에서 외과의사가 되었으며 그곳에서 소독법을 확립했다. 그 정도로도 충분했지만 다시 소독의 불모지인 런던으로 돌아와 소독법을 전파하고 생을 마감했다.

수술의 역사를 그만큼 극적으로 바꾼 사람이 또 있을까? 물론 그가 혼자 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손소독의 중요성을 주장한 비엔나의 젬멜바이스도 있었다. 파스퇴르의 병균론이 아니었으면 리스터도 소독법을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 그의 주장은 나중에 코흐의 연구로 미생물학적 근거를 뒤늦게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리스터의 석탄산 소독도 한계는 있었다. 효과는 탁월했지만 현장에 적용하기에 너무 번거롭고, 인체에는 유독했다(초창기의 의료행위나 약들 중 유해한 것들이 많았다). 환자는 일회성으로 소독을 받지만, 늘상 석탄산에 젖어 수술을 한다면 의사들은 본의 아니게 암에 걸렸을지도 모른다(석탄산은 1급 발암물질이다). 다행히 리스터는 장수한 편이었고 암에도 걸리지 않았다. 재빨리 무균법으로 대치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소독으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너무 강한 소독은 균을 죽이지만 인체에도 해롭다는 사실이 나중에 알려진다. 더하여 인체가 가지고 있는 소독제인 면역체계도 알려진다. 소독으로 균을 약하게 만들기만 하면 면역계의 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최초의 항균제 설파제(sulfa)의 개발로 이어진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방역국가’와 ‘소독사회’로 변신했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면역’의 중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앞으로는 ‘소독’과 ‘면역’이 군형을 이루고 합의점을 찾는 방역이 중요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스터를 한 문단으로 요약하면 이렇지 않을까? 수술이 현대화 하는 과정에서 마취법이 제일 먼저 도입되었다. 의사들은 맘놓고 과감한 수술을 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감염은 더 늘었다. 여전히 수술장은 묘지로 가는 관문이었다. 리스터는 소독법을 수술에 적용해 수술 후 감염을 해결했다. 물론 그가 쓴 석탄산은 유해했지만 이제 의사들은 감염 걱정 없이 수술했다. 이제 수술은 해 볼만한 것, 사람을 살리는 의술로 자리 잡았다.

- 이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의견이나 반론 혹은 오류에 대한 지적이 있으신 분들은 yosoolpiri@gmail로 연락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