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측, 해외 의료마케팅 전문가 통해 참여 의사 타진
제안서 제출 고민하는 병원도…"사우디 정부 공식 요청은 없었다"

네옴시티 가상도(사진 출처: 홈페이지).
네옴시티 가상도(사진 출처: 홈페이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NEOM CITY)’ 참여를 놓고 한국 병원들이 고민 중이다.

사우디 측이 한국 강연 경험 등이 있는 외국 의료마케팅 전문가를 통해 몇몇 국내 대형병원에 네옴시티 참여 의사를 타진했고 실제 검토에 들어간 병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 정부가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네옴시티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 탈피를 위해 약 1조 달러(약 1,300조원)를 투입해 서울 면적의 43배 크기 지역에 신도시를 설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도시 설립 계획인 만큼 도시 내 의료기관 설립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대형병원들이 네옴시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집권 이전부터 추진되던 사업으로 수년 전부터 네옴시티 내 병원 설립과 관련해 사우디 측과 접촉한 국내 병원도 있다. A병원이 그 중 하나로 당시 간부들이 사우디 출장까지 다녀올 정도로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확인된 상황은 조금 다르다. A병원 사례처럼 사우디 측과 개별 병원이 직접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정을 아는 외국 의료마케팅 전문가를 통해 국내 병원들과 접촉해 참여 의향을 묻는 식이다.

실제 움직이고 있는 인물은 외국 의료마케팅 전문가 K 씨다. 그는 한국 강연 등을 통해 인연이 있는 준 정부기관 관계자에게 ‘국내 병원 3곳의 컨텍 포인트와 연락처’를 물었고 이 관계자는 병원 동의를 거쳐 연락처를 K씨에게 전달했다.

K씨는 이를 토대로 3개 병원에 ‘네옴시티 참여 의사가 있으면 제안서를 제출해 달라’는 연락을 취했고, 실제 병원들 중 한곳은 제안서 제출 여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병원들의 상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네옴시티 참여를 결정했다고 알려진 서울 소재 B병원의 경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B병원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잘못된 정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하면서 몇 군데 기관에 인비테이션(invitation) 형식으로 연락이 갔는데 우리는 없었다”며 “알아봤더니 애초부터 인비테이션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공모 형태로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서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준 정부기관 관계자가 각 병원에 ‘K씨에게 병원 컨택 포인트와 연락처를 알려줘도 되겠느냐’는 연락을 취하면서 ‘정부가 병원들에게 네옴시티 참여 의사를 묻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알려지기도 했다.

사우디가 구상 중인 네옴시티가 인구 100만명 정도로 대규모고 아직 초창기라 구체적인 참여 계획 등을 논하기는 시기상조지만 적어도 네옴시티 측에서 한국 병원들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사우디 측이 공식적으로 한국 병원들의 참여를 요청한 적은 없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네옴시티에 한국 병원이 참여하는 것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기 때문에 사우디 정부에서 우리 정부를 통해 공식 제안을 할 경우 복지부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