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1998년12월, 국민건강보험법이 정기국회를 통과하여 1999년2월8일 법률 제5854호로 법이 공포된 데 이어 3월9일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설립위원회가 설립활동에 들어간지 만 1년4개월만인 2000년7월1일, 마침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고성을 지르며 탄생하여 새롭게 출범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복잡한 절차를 거쳐 출범을 하게 된 심사평가원의 탄생에는 그럴만한 필연적 의의가 과연 있는 것인가?

심사는 무엇이고 평가는 또 무엇인가? 심사평가원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구 길래 이렇듯 소란스럽게 출범을 하는 것인가?

이와관련 서울의대 김창엽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설립과 운영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첫째, 의학적 보호기능이 미흡했던 기존의 의료보험진료비 심사는 진찰, 검사, 처치, 약품 등과 같은 자원의 과다이용 등 양적인 면에서의 남용을 방지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의료보험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의료의 적정성 확보와 국민에 대한 의학적 보호 기능 미흡, 둘째,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합리성에 대한 문제의 끊임없는 제기, 셋째, 급격한 심사물량 증가에 비해 한정된 심사 인력으로 인한 과도한 심사물량 처리 및 인력과 시간의 제약으로 인한 심사의 전문성 확보의 한계 등 3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여 요양급여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시적 심사방법의 업무 체계로 개선함으로써 심사의 공정성, 전문성, 투명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여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기능적 구조인 심사평가원의 설립과 운영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동안 다보험자 방식으로 운영되던 의료보험 관리체계를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단일 보험자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사항이었던 진료비 심사의 공정성 및 전문성 확보와 관련한 보험자로부터의 독립된 심사기구의 설립이 국민건강보험법에 반영되어 현실화 된 것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인 것이다.

적정 수준의 보상을 위한 평가·심사

아닌게아니라 그 동안의 의료보험 관리방식은 의료보험진료수가가 정부의 물가관리 차원에서 계속 통제되면서 저수가, 저부담, 저급여의 악순환적인 상황으로 비현실적 요소가 누적되어 일반화된 점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우리 모두가 '국민건강호'라는 거대한 전국민적 함선을 타고 있다고 가정할 때 직능 구조상 다른 분야보다 의료계의 헌신적 역할을 장기적으로 보다 비중있게 요구해왔고 의료계는 이를 감수해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그 역할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최근, 의약분업 사태와 더불어 온 국민이 풀어야할 커다란 화두로 던져져 있고 평가원의 탄생과 향후 진로 역시 그와 무관치 않은데 과연 무엇을 어떻게 보상하고 받아야할 것인가가 또한 난제이다.

우선 우리 심사평가원 입장에서는 과거 규제 일변도의 업무 여건을 앞으로는 적정 수준의 보상을 위한 평가업무를 심사업무와 적절히 접목하여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보험급여의 적정성 평가 개념은 보험환자에게 실시한 진찰, 시술, 투약, 검사 등이 의학적으로 타당하였는지 여부와 비용효과 측면에서 효율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관리하는 것이며 그 수행방향은 우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급여기준 및 평가지표를 개발하여 심사와 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급여비용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료보험진료비 심사업무는 치료 위주의 의료에 대한 진료비 지급 수준에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사업무가 치료의학적 개념이라면 예방의학적 차원의 평가업무가 함께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면 적절한 진료 유도 및 나아가 불요불급한 국민의 의료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따라서 평가업무는 또 다른 하나의 정책적 규제가 아니라 의료계가 그 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개선의 계기로 반전시키기 위해 적극 발전시켜나가야 할 과업인 것이다.

심사평가원에 거는 기대

그러나 발전이라는 것이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찾아오는 손님이 아닌 것처럼 우리에겐 이제 모두 다함께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 나아가야 하는 지극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우리 심사평가원에서는 이미 미국 등 30여 선험국의 체험 및 경험 등에 대한 자료수집 및 견학도 추진하겠지만 우선 국내 전문학계와 관련단체 등에 충분히 자문을 구하고 의견을 취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여 그에 대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의료관리학교실 등 학계는 물론 대한의료질관리학회, 보건사회연구원, 보건산업진흥원 등과도 자문회의를 추진해나가고 있으며 이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의협, 병협, 치협 등에도 방문, 관련 학회 및 단체를 총 망라하여 자료수집 및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 심사평가원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곧 전문연구원을 모집하고 확고하게 설계를 마친 뒤 미래를 위한 보험급여의 평가사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닌 출발선에 서 있는 미력한 시점이긴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는 과거의 의료보험뿐 아니라 최근의 의약분업의 난제 등 곤경에 처해있는 의료, 의약, 건강보험의 정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공정성, 객관성

그러나 앞으로 심사평가원 혼자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수많은 난관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심사평가기구의 독립성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공정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료계와 보험자의 간섭을 받지 않는 중립적 위치 정립이 바람직한데 물론 일찍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의료계에서는 심사평가원의 사옥을 보험공단과 분리하고 운영 재원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학자와 전문가 측에서는 심사수수료 수입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건강보험공단과 전산시스템을 통합 운영하여 업무효율화를 기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산시스템은 보험료 징수, 급여비용지급, 급여사후관리 등 고유업무에 관련하여 운영해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심사평가원은 전산심사, 질병 및 상병과 관련한 각종 통계 생산 및 분석에 관련된 전산시스템이므로 무조건 통합하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관념을 지양, 기능적으로 효율화를 기하되 서로 연계시켜 상호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뿌려져 풍성하게 수확되기까지는 눈보라치는 겨울을 거쳐야하고 뜨거운 여름의 땀방울이 뿌려져야 하듯 심사평가원 발전을 위해 의료계, 공단, 정부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고통을 분담하고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보다 발전적인 합일점이 순리대로 차근차근 모색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명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담당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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