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사 중 60대 이상 무려 16.6%…의료계 원로들 “고령의사 문제 고민해야”

사회 전반적으로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고령의사’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그러는 사이 60대 이상 의사는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면허신고자 중 1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계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20% 이상인 경우 일컫는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에 초고령 의사사회를 맞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보건복지부 의사면허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6년도에 면허신고를 한 의사 중 20대는 8,131명, 30대 3만6,029명, 40대 3만1,217명, 50대 2만2,952명, 60대 1만364명, 70대 5,555명, 80대 이상은 3,854명이다.

면허신고 의사 11만8,102명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8%, 30대는 30.5%, 40대는 26.4%, 50대는 19.4%, 60대는 8.7%, 70대는 4.7%, 80대 이상은 3.2%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6.6%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Age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을 차지한 경우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라고 지칭하는 만큼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도 머지 않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5년간(2012년~2016년) 20대 의사 신고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1만499명, 9,548명, 9,100명, 8,588명, 8,131명)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고령으로 접어드는 60대(7,491명, 8,182명, 8,898명, 9,659명, 1만364명), 70대(4,720명, 4,972명, 5,159명, 5,365명, 5,555명), 80대 이상(2,312명, 2,582명, 2,986명, 3,413명, 3,854명) 의사 신고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추세로 2026년이면 우리나라 인구 중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보다 빠른 시간 안에 초고령 의사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고령의사 증가, 논의는 지지부진

하지만 고령의사 증가에 대비한 논의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11년 ‘의사시니어직능클럽’을 결성하고 은퇴의사의 사회활동을 돕는 조직을 만든 게 전부다.

당시 의사시니어직능클럽 결성을 주도했던 가톨릭의대 맹광호 명예교수는 “해묵은 문제지만 제대로 된 (고령의사에 대한)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클럽을 결성할 당시, 차관을 지낸 장옥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의욕을 보여 연구도 해보며 열심히 했지만 최근엔 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도 고령의사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다. 지난해 3월 발표한 ‘의료인 면허관리제도 개선방안’에 고령의사와 연관있는 일부 조항을 포함시킨 게 전부다.

복지부는 의료인 면허신고 규정을 강화하면서 뇌손상, 치매 등 진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체, 정신적 질환 여부를 반드시 신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진료가 어려운 질환을 앓고 있는 의사를 관리하겠다는 취지일 뿐 고령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라고 보긴 힘들다.

일하고 싶은 고령, 은퇴의사

고령의사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65세 이상이 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현장을 떠나게 되는 의사들의 상당수는 은퇴 후에도 환자를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2011년 의사시니어직능클럽에서 실시한 은퇴의사 활용을 위한 설문조사(65세 이상 의사 7,058명 대상)에 따르면 은퇴의사들은 급여와 상관없이 일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결과 은퇴 후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15.6%에 불과했으며, 실제 진료나 업무를 보지 않더라도 의사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85%에 달했다.

자원봉사 및 재취업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62.5%가 ‘희망한다’고 답했으며, 희망 근무 분야는 ‘일반 진료를 계속하고 싶다’는 응답이 39.6%, ‘건강검진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 20.6%, ‘건강증진 관련 업무에 종사하겠다’ 14.4%, ‘보건교육 및 상담 업무에 종사를 희망'하는 경우가 13.8%로 나타났다.

은퇴 후 희망보수를 묻는 질문에는 ‘무보수의 자원봉사를 하고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40%로 가장 많았으며, ‘무보수 및 보수 여부와 상관없다’고 답한 비율이 38%, ‘월 300만 원 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3.7%였다.

이에 연구자들은 “은퇴 의사들이 일반 진료 업무에 종사해 현역 의료인들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재교육 사업을 통해 은퇴의사들이 건강증진이나 보건교육 등의 사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전체적으로 89% 정도가 300만원 이하의 보수라도 일하고 싶다는 응답을 하는 것을 볼 때 실제 급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책 늦어질수록 깎이는 고령의사인식

고령의사와 관련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들에 대한 국민인식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의사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대로 조사한 연구는 없지만, 최근들어 사무장병원에 면허를 대여하는 고령의사들이 늘고 있다.지난해 1월에는 1931년생인 의사가 비의료인에게 면허를 대여했다가 급여비 환수 판결을 받는 판결이 나와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고령의사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의사도 있다”며 “고령의사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들이 각종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고령의사가 사무장병원 등 각종 불법행위에 연관됐다는 사실이 알려질수록 고령의사에 대한 국민인식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원로들, 고령의사 문제 빨리 논의해야

고령의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은가운데 의료계 원로들은 시급히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맹광호 명예교수는 “우선 의사 고령화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 분석이 필요하다. 실제 은퇴한 의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후 한국사회에서 고령의사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수 전 한국국제보건의료제단 총재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 의사들은 제대로 된 노후대책이 없다.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고령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저 나이까지 일하는 것은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해 솔직히 불편하다”며 “이제는 고령의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재정 전 의협회장은 “고령의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론화하기 위한 공청회가 필요하다.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모아 고령의사가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골든에이지 포럼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고령 문제를 다루고 있는 김일순 회장(연세의대 명예교수)은 “국내 인구구조를 보면 앞으로 고령사회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인들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노인들로 인해 젊은 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의료계에서도 고령의사들이 젊은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