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초' 대신 '등칡' 포함돼 신부전 유발…법원, 회사에 2억1222만원 배상 판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암 유발 우려로 판매 금지된 약재를 정상적인 한약재로 속여 판매한 회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한약재 제조 회사 B제약과 C제약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A씨에게 2억1,222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제약회사들이 청구한 항소를 기각했다.

2011년 9월 아이를 출산한 A씨의 남편한의사 J씨는 A씨의 산후조리를 위해 H씨가 운영하는 한약국에 한약처방전을 세 차례 보내 한약제제 제조를 부탁했다.

J씨의 부탁은 받은 H씨는 B제약과 C제약에서 구매한 규격 한약재를 사용해 J씨의 한약처방전에 따라 한약을 제조했다. 이들 한약에는 모두 ‘통초’라는 한약재가 포함됐다.

한약 복용 3개월 후 발열과 구토 등 몸에 이상을 느낀 A씨는 S대학병원에서에 내원했고, 검사결과 만성 신부전과 말기 신장질환 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통초였다. H씨가 제조한 한약에 사용된 통초가 실은 ‘등칡’이었던 것이다.

등칡은 쥐방울덩굴과 식물로 신독성성분인 아리스톨로킨산(aristolochic acid)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리스톨로킨산은 신조직에 유전자변이를 일으키고 아리스톨로킨산 투여용량에 따라 간질 섬유화를 동반한 만성신부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아리스톨로킨산을 함유한 약재는 비뇨기계통에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인체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B제약과 C제약은 판매가 금지된 등칡을 통초로 포장, 유통시킨 것이다.

상태가 악화된 A씨는 신세뇨관 괴사를 동반한 급성 신부전과 말기 신장질환 진단을 받았고, 결국 기존 신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에 A씨 측은 “B제약과 C제약이 제조한 한약재가 독성물질이 함유된 ‘등칡’으로 제조되는 명백한 결함이 있으며, 회사들은 한약재로 사용할 수 있는 통초와 아리스톨로킨산을 함유하고 있어 제조 및 유통이 금지되는 등칡을 명확히 감별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해 A씨에게 손해를 입혔다”면서 3억4,162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회사들의 제조물책임법상 손해배상과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A씨에게 일실수입 및 치료비, 위자료 등 총 2억1,222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은 “B제약과 C제약은 의약품 규격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제거하고 최소화해야 하는 고도의 위험방지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독성성분을 포함돼 유통이 금지된 등칡을 한약재 규격품인 것처럼 유통시켰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어 “A씨가 한약을 먹기 전까지는 신장질환의 과거력이 없었고 달리 다른 사유로 신장 질환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소견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A씨의 신장질환과 등칡으로 제조된 한약제제의 복용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B제약과 C제약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은 B제약과 C제약의 청구에 이유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고, 이후 회사들이 상고를 포기,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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