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흡한 정부 관리체계 지적…환자 건강권 확보 위해 제도적 지원 절실



고령화 사회로 야기되는 수많은 문제 중에 만성콩팥병이 화두로 떠올랐다.

고령화로 인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서 만성콩팥병 환자도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투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의 치료목표는 말기 진행을 얼마나 지연시키느냐이다. 말기에 가까울수록 의료비가 급증하는데 임상적 측면에서도 비용 측면에서도 말기 진행을 지연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환자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는 혈액투석은 원가보전율이 80%에 불과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질관리를 위해서라도 현실성 있는 수가 개선이 필요하고, 정부는 늘어나는 만성콩팥병 환자를 위해 예방책과 인공신장실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대한신장학회가 자체적으로 말기신부전 등록사업 및 우수 인공신장실 인증제를 운영하며 공백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실과 대한신장학회 주최로 ‘고령화 사회의 부담 만성콩팥병의 관리체계 구축 및 환자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환자도 늘고 진료비도 늘지만 정책은 제자리


대한신장학회 김성남 보험법제이사


‘만성콩팥병의 질병부담-건강보험공단의 만성콩팥병 환자 코호트 분석을 바탕으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차의과대학교 약학대학 손현순 교수는 “만성콩팥병으로 인한 투석환자수와 1인당 진료비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가 1,700만~2,000만 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0대 미만 환자들은 복막투석, 60대 이상 환자들은 혈액투석 비율이 높았다. 전체 환자 중 직장가입자의 비율은 약 50% 정도이며,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비율이 혈액투석의 경우 약 22.73%, 복막투석의 경우 약 15.88%로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신장학회 김성남 보험법제이사는 ‘만성콩팥병 평생관리 체계- 소외계층 환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정책제안’을 통해 소외계층인 의료급여 혈액투석환자의 건강권 확보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이사는 “국내 혈액투석 환자의 약 절반인 22%가 의료급여 환자다. 때문에 이들 치료에 있어 제도적 한계점은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라며, “의료급여 환자에 적용되는 투석치료 정액수가는 1회 14만6,100원으로 치료 원가에도 못 미칠뿐 아니라, 지난 12년간 조정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외계층 환자들이 신약이나 신기술 치료에서 소외되지 않고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수가 현실화 등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 늘어나는 만성콩팥병 환자 줄일 순 없나

이대목동병원 류동열 교수


토론자로 나선는 치료위주의 진료패턴을 예방위주로 바꿔 만성콩팥병 환자의 의료비 경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류 교수는 “투석 전 단계인 만성콩팥병을 적절히 치료해 말기신부전을 막는다면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조기발견, 적절한 시기에 신장내과 조기의뢰, 다학제를 통한 적절한 관리가 치료선순환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건강검진(소변검사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고, 특히 당뇨병 및 고혈압을 가진 고위험군 대상으로 검진을 시행하면 더 효율적이다.

결국 조기발견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류 교수는 “인센티브 제공 등의 방안을 마련해 적절한 시기에 신장내과에 환자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신장내과에 늦게 의뢰할수록 사망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지만 증상이 악화되기 전 의뢰할 경우 투석시작 전 6개월 간의 의료비를 31%가량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학제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다학제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 환자 생존율이 개선되고, 투석지연 효과를 통한 장기적인 의료비도 감소한다고 류 교수는 강조했다.

비용효과적인 투석 치료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했다.

의사와 환자가 적절한 투석시작 시기를 결정하고, 복막투석과 혈액투석 중 비용효과적인 투석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투석환자 진료지침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톨릭대 진동찬 교수는 현재 투석치료를 받는 말기신부전환자 관리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관리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신장학회가 말기신부전환자 등록사업을 하고 있지만 심평원과 연결돼 있지 않아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학회와 심평원이 공동으로 국립 투석치료관리센터(가칭)를 만들어 연중 말기신부전환자 등록, 자료공유, 투석치료 결과, 의료기관 평가, 평가연계비용 지불제를 도입해야 투석치료를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독일, 싱가포르, 홍콩, 대만처럼 국가적으로 인증제도 및 투석기기 및 장비 질관리에 대한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투석협회 손승환 이사장은 “인공신장실 설치기준이 필요하다. 그동안 공청회도 개최했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의료기관은 과당경쟁, 불법행위, 부실운영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환자는 노동력저하, 경제적부담과 소외감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재정부담과 질관리 소홀의 문제가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싱가포르는 투석센터 설립 시 허가를 받아야 하며 홍콩과 대만은 인증을 받는다. 미국은 허가와 인증을 모두 시행 중이다.

이들 국가는 인공투석실 관련지침이나 법규는 물론이고 인력기준과 투석기기 및 장비의 질 기준도 마련돼 있다. 일본은 일본투석학회가 권고안을 내놨고 투석전문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아직까지 인공신장실의 시설, 장비, 인력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인공신장실 설치기준 마련은 투석환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복지부 “의료보장 충분치 않은 것 사실, 해결 위해 노력 중”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아직까지 의료보장이 충분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전체적인 보장성도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다. 신부전 환자에 대해서는 대체로 85%가량 보장되고 있다. 그래서 약제, 복막투석 등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마이크로글로불린 급여기준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데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일부 미세적인 부분에서 개선하지 못한 것은 보험영역에서 빠르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인공투석실의 질관리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정 과장은 “아직까지 관리기준을 정확히 만들고 평가할 역량이 부족한 것 같다. 의료기관이 받아야 할 평가가 굉장히 많은데 (복지부가) 많은 기관을 단기간에 평가할 역량이 아직 크지 않다”면서 “전체적인 방향은 질 관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고 제대로 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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