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배경 파악 분주…여전히 리베이트와 약가 특혜 의견 엇갈려
지난 2014년 화이자제약 '잴코리' 로비의혹도 재조명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리베이트가 아니라고 밝힌 만큼 심평원이 제약사로부터 로비를 받고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급여등재와 관련한 사항인지는 업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급여등재와 관련한 사항이라면 회의 안건과 급여평가위원회참석자 명단을 알기 위해 상근위원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조심스런 추측이다.
급평위 명단은 원칙상 철저히 비공개이고 상근위원직 정도가 공개될 뿐이다. 이는 기업이 급평위 결정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루트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제약사들이 위원명단을 입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급평위와 관련해 한 차례 문제가 됐던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한국화이자제약의 표적항암치료제 잴코리 사건이다.
지난 2014년 한국화이자제약 직원은 표적폐암치료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의 급여등재를 위한 약제급여평가회의가 개최되기 전 회의에 참석예정인 급평위원에게 잴코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다며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해당 문자를 받은 위원은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회가 추천한 3인 중 2인이었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해당 사실과 문자를 공개했다. 심평원에도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심평원은 부랴부랴 해당 안건을 그날 회의에서 제외했고 한국화이자제약도 로비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시 회의에서 잴코리 안건은 제외됐으나 곧바로 그 다음 회의에서 안건으로 올라 급여등재됐다.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건강보험가입자포럼 관계자인 경실련 남은경 국장은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심평원은 급평위 인력풀에서 무작위로 연락을 한 것 같다고 했지만 우리가 추천한 3인 중에 해당 회의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2명의 위원에게만 정확히 문자가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약사들이 급평위원들에게 로비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로비 정황을 포착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 뒤로도 심평원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느낌이었다"며 "당일 회의에서는 잴코리 안건이 빠졌지만 곧바로 다음 회의에서 급여등재 결정이 났다”고 했다.
물론 잴코리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 쓰여야 하는 약이었고, 실제로 다른 약이 듣지 않는 환자가 잴코리를 복용하고 생명을 연장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급여등재 자체가 문제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투명해야 할 급여등재평가 과정에서 형평성에 문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로비의혹이 불거졌던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특혜의혹과 관련한 수사라면 업계가 예상하는 것보다 큰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제약업계는 이번 수사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휴온스를 비롯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제약사는 심평원에 로비를 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어 수사의 방향을 알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오리무중이다. 들리는 설은 많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야기는 아직까지 없다. 관련된 인물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리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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