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통상적인 수술에서 발생한 실수보다 과실 정도 더 중해”

환자가 과거 조영제에 대한 부작용이 있었음을 간과하고 조영제를 투여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 등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부산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CT 촬영에 앞서 의사 면허 없이 조영제 투여량과 투여방법을 단독으로 결정하고 조영제를 투여한 방사선사 B씨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 벌금 500만원을 주문했다.

이 사고로 사망한 H씨는 지난 2011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정기 검진을 위해 조영제를 투여하는 CT검사를 마친 직후 조영제에 의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by contrast media)로 인해 의식을 잃고 쓰려져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병력이 있었다.

해당 정보는 C병원 진료정보시스템에 등록됐고 의료진이 H씨 이름을 검색하면 조영제 부작용이 있음을 경고하는 팝업창이 떠 즉시 이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C병원 외과 교수이자 H씨 주치의로 근무하던 A씨 등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H씨에게 조영제 투여가 필요한 CT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고 이로 인해 H씨는 다시 조영제 부작용이 발생, 다발성 장기 심부전으로 결국 사망했다.

이에 검찰은 “A씨 등이 H씨의 조영제 부작용 등 과거 진료 경력을 검토해 다른 대체수단을 제시하거나, 부득이하게 조영제를 투여하는 CT 검사를 시행하더라도 조영제 부작용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했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A씨 등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A씨는 자신의 과실로 인해 치료나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가 아닌, 정기점진을 받으러 온 건강한 환자를 사망하게 하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번 사고의 경우 병원 측에서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팝업창을 띄워 경고까지 해준 상황이었다”며 “A씨가 진료기록을 조금 더 꼼꼼히 보고 신중하게 처리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통상적인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보다 과실 정도가 훨씬 더 중하다”고 판단했다.

B씨에 대해서는 “B씨가 방사선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업무를 수행했고, 그러면서 팝업창에 경고를 보고도 의사 등과 상의하지 아니한 채 의사의 지도나 감독 없이 조영제를 투여하는 바람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다만 의사인 A씨가 경고사항을 확인하고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믿고 조영제를 투여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참작,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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