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4세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의사 무죄 확정

환자가 진료 행위 중 성적 수치심을 느꼈더라도 이를 꼭 의사의 추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3년 4월경 A씨는, 변비 증상으로 자신이 근무하는 소아과에 내원한 B양(당시 14세)을 진찰하겠다며 속옷 안쪽까지 불필요하게 손을 넣어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다른 여학생 2명의 체온을 측정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학생들의 무릎에 고의로 갖다 댄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 법원은 A씨의 혐의를 인정, 벌금 1,0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복부 촉진 과정에서 팬티 안쪽으로 손이 들어오자 당황한 B양이 몸을 일으켰음에도 A씨가 ‘불쾌한 기분이 들었냐’고 묻거나 촉진 경위를 설명하지도 않은 채 다시 누우라고 했다”면서 “아무런 설명 없이 다시 팬티 안으로 손을 넣은 점과 B양이 학교 선생님에게 불쾌감을 호소하고 대책을 상담한 사실 등을 종합했을 때 A씨의 행위가 B양의 의사에 반한 행위이면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일으키게 한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른 여학생 2명을 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병원의 의자 구조와 팔다리가 짧은 A씨의 신체 특성을 고려할 때 정상적인 진료를 하다가 일어난 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고, 항소심은 전문 감정위원의 소견 등을 반영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법원은 “A씨의 진료실이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고, A씨의 행위도 일반적인 복부 촉진 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의 행위가 진료에 필요한 행위였다면 이로 인해 환자가 다소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치골접합부위도 하복부 진찰을 위해 당연히 촉진 대상이 된다’는 전문 감정위원들의 의견 등을 종합했을 때 진료 경험이 많지 않던 A씨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B양과의 신체접촉을 조심하고 주의하기보다는 진료행위에 충실해 오해를 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며 A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이뤄지는 의사의 행위는 환자의 인식에 따라 추행으로 오해되거나 비판받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 행위가 치료와 무관하거나 치료 범위를 넘어 성적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 아래 이뤄진 추행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검사의 증명이 유죄 확신을 갖기에 충분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비록 그 전체적인 치료과정에 다소 석연치 않은 면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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