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비뇨기과 원장 자살 사건 계기로 의료계 반감 커져

새해 벽두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방문확인 때문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공단 방문확인 대상에 올랐던 의사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도 폐지를 요구할 정도로 의료계의 반감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방문확인은 민원제보, 요양기관 관련자 신고, 급여사후관리 등으로 요양기관이 청구·지급받는 요양급여 비용 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경우 공단이 요양기관을 방문해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를 말한다.

공단 지역본부장은 방문확인 후 부당금액이 확인되면 자체환수하거나 보건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공단이 밝힌 방문확인 목적은 가입자의 수급권 및 건전한 의료공급자 보호, 건전한 요양급여비 청구 풍토 조성으로 보험재정 누수 방지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공단 방문확인을 두고 강압 조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안산에서 비뇨기과의원을 운영하던 원장 J씨가 사마귀 제거 비용을 이중 청구한 혐의로 현지조사를 받은 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조사 개선 요구가 거세게 일었고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 지침을 개정했다.

그런데 5개월여 뒤인 지난 12월 29일 강릉에서 비뇨기과의원을 운영하던 원장 A씨가 자살하는 비극이 또 일어났다. A씨도 안산 비뇨기과의원이 현지조사를 받았던 비슷한 이유로 공단 방문확인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분노했다.

이번에는 제도 개선 요구에 그치지 않았다. 공단 방문확인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한의사협회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나오고 있다.

공단 방문확인에 대해 쌓였던 의료계의 불만이 이번 사건을 통해 폭발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공단이 방문확인 시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을 무시한 채 과도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표적 조사 논란이 일었던 국가건겅검진 당일 실시한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방문확인이 대표적이다.

공단은 지난해 부산과 울산, 경남에 이어 대전 지역에서도 검진 당일 청구한 대장내시경 검사 진료비에 대한 방문확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의료기관과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전체 환자의 자료를 요구하는 등 SOP를 지키지 않은 사례들이 발견돼 의료계의 반발을 샀다.

당시에도 의료계 내에서는 “공단이 실시하는 방문확인은 전면 거부하자”는 말이 나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단 방문확인 대상에 올랐던 의사가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의협은 관련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지난 2일 “공단의 방문확인부터 현지조사 의뢰까지의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엄중한 문책 등의 조치를 취해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책임지는 모습을 다해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한 급여기준의 대대적인 혁신 및 공단 방문확인 제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도 “부당청구 가능성이 높다는 사유만으로 실시하는 공단의 현지조사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복지부 실사와 중복되므로 방문확인 권한을 한 곳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은 어차피 복지부 현지조사라는 제도가 있으므로 조사기관을 일원화하고 공단의 무분별한 방문확인은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공단은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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