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관련 고시 개정…여러 전문의가 해외연수의사 한명 지도 가능

국내 의료 해외진출 시 네트워크 확대 목적…임상기회 확대·환자안전 사이 적정선 찾아야

국내에서 연수받는 해외의사들의 임상 참여 기회를 늘리는 방안이 추진돼 주목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3년 해외연수의사가 국내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인 의사, 치과의사의 국내연수 중 제한적 의료행위 승인에 관한 고시’를 제정한 데 이어 최근 참여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하고 나선 것.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된 개정 고시에 따르면 앞으로는 연수의사 교육을 책임지는 연수지도전문의 부재 시(해외 학술대회 참석 등) ‘연수협력전문의’가 그 역할과 책임을 대행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는 연수지도전문의 부재 시 제한적 의료행위라 하더라도 연수의사의 임상 참여가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연수협력전문의(연수지도전문의와 같은 과)를 통해서도 의료행위를 가능하도록 해 임상 기회가 줄어들지 않도록 했다.

여러 전문의들 밑에서 다양한 임상경험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회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왜 국내에 연수 온 외국의사들의 임상 기회를 늘리려 하는 것일까.

복지부가 고시를 개정하고 나선 것은 국내 의료의 해외진출을 돕고자 하는 데 있다.

연수의사가 할 수 있는 제한적 의료행위

우선 복지부는 지난 2013년 ‘외국인 의사치과의사의 국내연수 중 제한적 의료행위 승인에 관한 고시’를 마련했다.

외국의사의 국내 연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직접 임상에 참여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참관이나 견학 중심의 연수가 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한적 의료행위란 ‘외국의사가 연수의료기관(병원급 의료기관 중 연수를 실시하는 기관) 내에서 환자 동의 및 지도교수 참관 하에 허용된 의료행위’를 의미하는데, 특정행위를 고시에 명시한 것이 아니라 연수의료기관에서 신청하면 복지부에서 승인하는 식이다.

연수의사가 제한적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교육을 3개월 받은 후 연수의료기관이 연수주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신청, 이를 복지부가 제한적 의료행위로 승인하면 가능하다. 최대 1년 제한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하다.

다만 연수의사는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3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당연히 대상이 되는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그동안은 제한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돼도 실제 임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연수의사가 해당 행위에 참여할 때 반드시 ‘연수지도전문의’가 있어야 했다.연수지도전문의가 해외학회에 참가하는 등 의료기관을 비우면 해외연수의사의 임상 참여도 자연스럽게 중지되는 시스템인 셈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복지부는 연수지도전문의 외 연수협력전문의제도를 신설, 연수지도전문의가 없을 때도 연수협력전문의가 있다면 연수의사가 제한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가 연수의사를 챙기는이유

복지부가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까지 연수의사의 임상기회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국내 의료의 해외진출 확대라는 명제가 있다.

국내 의료가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에서 진출을 돕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해외의사의 국내 연수 시 임상기회를 확대해 발전된 의료기술도 보여주고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 우리나라에서 실력있는 의사들이 미국과 일본 등으로 연수를 떠나 그 나라의 최신 의료기술을 배우며 지금까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복지부 해외의료총괄과 관계자는 “한국의료가 해외로 많이 진출하는데, 해외에 나가보니 가장 키 포인트가 외국의사들과의 네트워크”라며 “해외 의료인력이 국내에 와서 연수하면 그 네트워크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초창기에 미국에서 연수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료수요가 많은 중진국에서 한국으로 연수오려는 의사가 많다. 이번 고시 개정은 이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해외연수의사를 교육하는 의료기관의 요청도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에 따라서는 이미 과 내에서 돌아가면서 연수의사 교육을 하는 곳도 있지만 어떤 곳은 관련 규정에 없어서 지도전문의가 없을 때는 교육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민원이 있었다”며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시 개정을 위해 5~6개월 정도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며 “연수심의위원회와 관련 의료기관이 수시로 접촉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 의사만 활용

하지만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제한적 의료행위제도를 활용해 국내 연수를 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는 정부 간 협력을 통해 국내연수가 활발해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의사들만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고시가 만들어지고 실질적으로 2014년부터 제한적 의료행위제도가 시행된 후 현재(2016년 12월)까지 총 52명의 의사가 이 제도를 활용해 국내에서 제한적 의료행위를 했는데, 이들 모두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의사다.

이들이 제한적 의료행위를 시행한 기관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오는 의사들에게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제한적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개월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민간에는 이런 과정을 포함하는 연수프로그램이 없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정부 간 협정을 통해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수의사 임상 확대, 괜찮을까

국내 의료의 해외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측면에서 연수의사의 임상기회를 확대하는 이면에는 적은 부분이라도 국내 환자들을 연수의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환자 진료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연수의사가 참여하는 것이 안전상 문제는 없는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연수의사가 제한적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 동의가 필요하지만 동의와 안전은 별개 문제다.

연수의사가 환자 진료를 모두 맡아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전문의 판단에 따라서는 꽤 많은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해외연수 의사에게 어느정도까지 임상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지는 해당 의사의 역량을 평가해 지도전문의가 결정한다”며 “역량이 높을 경우 많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해외연수의사의 진료 참여 범위를 어느 부분까지만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수의사가 제한적 의료행위를 어디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고시에 명시할 순 없다. 개인별 역량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지도전문의 판단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환자 동의에 시술범위까지 포함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집도 자체는 당연히 한국의사가 하고 해외연수의사는 조력자 개념으로 참여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안전과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은 지도전문의가 지게 된다. 지도전문의 부재 시 연수협력전문의와 임상에 참여했다고 해도 책임은 지도전문의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연수의사 챙기기와 환자안전, 적정선 찾기 필요

복지부가 고시까지 개정하면서 연수의사의 임상 참여 기회를 늘려준 것은 국내 의료의 해외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그보다 앞서 국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의사만 활용하고 있는 제한적 의료행위를 더 많은 국가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도 환자안전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외 국가에서 민간 의료기관과 협력해 수행하는 연수에서도 제한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제한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과정을 너무 힘들게 하면 실효성이 없고, 너무 쉽게 하면 외국인 의사를 정밀하게 검증할 수 없다.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의료의 해외진출도 중요하지만 환자안전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여러 의료전문가와 논의하고 있다”며 “협의를 거쳐 조금씩 일을 진전시켜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연수의사의 제한적 의료행위 시행 기회를 넓히려는 복지부의 계획은 이제 막 시작됐다.

복지부의 계획대로 해외연수의사의 임상 경험이 확대된다면 그만큼 이들에게 몸을 맡기는 환자들도 많아지게 된다.

복지부가 해외연수의사의 임상기회를 효율적으로 확대하면서 국내 환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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