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련 환경 기대된다” VS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 것”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특별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전공의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법 시행 후 이전보다 나은 환경에서 수련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한편,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공의들의 업무량을 줄여줘야 한다는 점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부터 전공의 과정에 들어가는 A대학병원 인턴 B씨는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 선배들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며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주 80시간 근무가 내년부터 시작돼,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으로 정해졌으니 어떻게든 지켜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만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안착하느냐가 문제인데, 정부와 수련기관들이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전공의특별법이 정착하려면 전공의들이 맡고 있는 업무의 절대량이 줄어들어야 한다”며 “환자 진료나 케어가 아닌 잡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많은데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수련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열악한 수련환경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C대학병원 D전공의는 “법이 정한대로 지켜진다면 기대할만 하지만 실제로 지켜질 리가 없고, 업무부담이 줄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시행돼 봤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공의 TO는 갈수록 줄고 있지만 업무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 법을 시행하려면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병원에서 이런 부분은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윗년차가 되면 업무가 줄었다. (전공의특별법 도입 후) 당장은 수련시간이 제한돼 일이 줄어드는 것 같겠지만, 연차가 올라가도 업무강도가 유지돼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법이 올바로 시행되길 희망하지만 전공의들의 전반적인 로딩을 줄지 않은 상황에선 법이 유명무실해질 것 ”이라고 말했다.

2차병원에서 소수 인원으로 수련받는 전공의들의 경우 업무량은 유지되면서 월급만 줄어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2차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E씨는 “전공의가 한 명 밖에 없는 과는 대신 ER콜을 받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업무량은 유지되고 월급만 적게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2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에게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 기동훈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전공의특별법이 규정된대로만 잘 지켜진다면 현재의 전공의 수련환경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법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보건복지부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해 수련기관의 질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시간 제한은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그 사이 병원들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입원전담전문의 등 의료 인력 뿐 아니라 행정직 인력도 보충해 전공의들에게 부과된 잡무 등 업무 부담을 덜어 줘야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공의 근무시간 제한 규정과 관련해 입원전담전문의제까지 빠르게 정착해야 하는데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병원들도 부족한 의료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PA인력 고용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공의특별법은 지난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시행령까지 통과됐다.

시행령은 수련병원의 장과 전공의 간 체결하는 수련계약에 ▲수련규칙 및 보수 ▲수련계약 기간 ▲수련 장소 ▲수련 시간 ▲수련계약의 종료·해지 ▲업무상 재해 등의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했다.

또 수련병원 등으로 지정받으려는 자는 복지부장관에게 지정 신청을 하고 장관은 지정기준 적합 여부, 수련환경평가 내용, 업무수행 능력 및 재정 능력 등을 고려해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련병원은 인턴 수련병원과 레지던트 수련병원으로 구분해 지정 기준을 정하고 의료기관별, 수련전문과목별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전문의, 시설, 장비, 진료실적 등을 갖추도록 했다.

아울러 수련환경평가 결과 2년 연속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나 수련환경평가 관련 자료 제출 또는 조사를 고의로 거부, 방해할 경우 지정이 취소된다.

시행령은 이외에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 ▲수련규칙 미준수 시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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