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연구 용역에 '현 심사시스템, 의료기관 부당청구 방관' 전제 깔려...공단 기능 ↑·심평원 역할 ↓ 골자

현 진료비 심사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실시간으로 진료비를 청구하도록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청구, 심사에 관여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위해 외부기관에 의뢰한 연구용역으로, 사실상 공단과 심평원의 업무를 통합하고 재조정 해야한다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충북대 산업협력단이 수행한 '건강보험 진료비 부당청구 방지를 위한 심사체계 심층 평가'라는 제목의 최종 보고서는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업무 및 사후관리체계를 점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단은 앞으로 건강보험 부당청구로 인한 재정 누수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 중심에 진료비 심사업무 체계의 비효율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현재의 ‘진료비 청구·심사체계’는 요양기관이 사전에 진료비의 삭감 또는 조정될 것을 감안해 편법으로 청구하는 행태가 있어 부정적 청구를 방지할 수 없다고 봤다.

심평원이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의 청구건을 실제 진료건이라고 전제하고 심사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급여 심사지침에 예외조항을 둬서 일괄적이고 표준적인 심사가 어렵고, 청구 전산프로그램을 이용한 업코딩(Upcoding)으로 부당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감안해 볼 때 연구진은 2013년 기준으로 6,800억원에서 1조9,200억원, 2014년 기준으로 1조7,2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의 건강보험 급여비가 추가로 지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비해 심평원의 지표연동관리제, DUR 점검, 상병전산심사 등은 사후관리기전으로 부족하고 공단에게는 조사 권한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업코딩으로 2조 넘게 과잉지출...RTS로 정찰효과

때문에 연구진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전문심사를 강화하고 RTS(Real Time System)를 도입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구체적으로 부당청구를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의 전산 청구프로그램 인증을 강화하고, 병의원의 청구 오류시 책임 부여, 심사 예외기준 적용 금지, 급여 허용범위 법제화 등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현행 행위별수가체계에서 RTS의 전면 확대가 최상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RTS는 진단-의무기록-청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2,920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진료정보교류시스템, 원격의료시스템 등과 RTS가 맞물리면 예산절감 및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RTS가 도입되면 업코딩 등 부당청구액을 연간 2조~3조원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진료정보 교류시스템까지 더해지면 감염병 확산 등을 추적할 수 있고, 요양기관의 경영정보를 분석해 수가협상 등에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심평원과 공단의 전산을 공유하는 방안까지 더해지면 부당청구로 인한 진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신 양 기관을 완전 통합하는 것이 아닌 기능은 유지하되 전산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결론은 심평원 삼킨 공단?...심평원 "현실성 떨어져"


구체적인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양 기관의 전산을 완전 공유하는 방안(1안), 공단의 가입자 정보 등을 심평원에 이전하는 방안(2안), 공단이 청구와 심사를 하되 전문심사만 심평원이 하는 방안(3안) 등이다.

1안은 양 기관이 청구부터 자료를 모두 공유하고 심사 후 줄 단위 삭감, 조정내역도 공유하는 것으로 심사기준을 높이고 부당 및 허위청구를 빨리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2안은 현재의 진료비 청구심사 체계는 유지하되 공단의 자료를 심평원에 주고 심사내역은 공단이 필요하면 주는 안이다.

3안은 공단이 심평원의 청구자료를 모두 받아 사전점검, 전산심사를 하는 것으로 그동안 공단이 주장해 왔던 방안이다.

이때 심평원은 전문심사만 전문인력을 채용해 심사하도록 했다. 또한 공단에게 복지부의 현지조사 권한을 위임해 행정력을 강화토록 하고, 전자건강보험증 도입 등의 부가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그밖에 연구진은 비급여 증가 등에 대비해 총액계약제를 도입하고 부적절한 청구를 하면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공단은 최근 소비자단체와 만나 진료비 청구심사 지급시스템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2017년에 기관간 기능조정을 계획하고 있어서 그 차원에서 심평원과 공단의 업무영역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며 “진료회송시스템과 실시간 청구시스템을 활용하는 안과 통합 DB를 구축하는 안 등이 나와 이 취지를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RTS 도입은 개인정보 보호 논란과 막대한 비용부담, 의료기관 권리 침해 등의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업코딩은 의학적 필요성과 건강보험의 급여기준이 불일치가 주요 원인으로 모든 경우를 의료기관의 경제적 이득을 위한 부정수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당 부당청구 금액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보고서 내용을 검토하는 단계이지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보건의료기관의 기능조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할 계획으로 최종 방안은 논의가 완료된 시점에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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