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쇼와 병원은 2017년 eICU를 도입할 예정이다. 쇼와 병원에서 eICU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고령인구의 증가, 중환자 전문의와 간호사 부족, 도시와 농촌 지역의 의료 자원 불균형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eICU 도입으로 기대되는 효과와 구체적인 준비 과정에 대해 쇼와 병원의 히로시 오타케(Hiroshi Otake)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쇼와 병원은 왜 eICU 도입을 결정하였나?

현재 일본의 중환자실 운영체계와 쇼와 병원의 중환자실 시스템에 대해 살펴보고, 쇼와 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eICU를 도입하게 된 배경과 기대하는 효과,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다. 참고로, 미국에선 2011년 이미 정부 차원에서 eICU의 효과와 그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일본의 의료기관 현황과 특징

일본은 면적 378,000km2의 작은 나라지만 인구는 미국의 절반 정도인 1.27억명으로 국토면적 대비 인구가 많은 편이다. GDP는 미화 4.8조 달러이나 국가 부채도 8조 달러로 GDP보다 훨씬 많다. 또한 국민 1인당 의료비는 4,752 달러로, 이는 한국의 두 배, 중국의 10배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현재의 의료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의료비를 절감해야 한다. 의사수는 30만명이고 이 중 80%가 남성이며 간호사 150만 명으로 94%가 여성이다.

쇼와 병원은 도쿄에 있으며, 도쿄에는 일본 전체 인구의 10%(1,360만명)가 살고 있어 인구 밀도가 높다. 쇼와 대학은 1928년에 설립되어 약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총 8개의 병원과 의학대학, 치의학대학, 약학대학, 간호대학을 운영 중이다. 도쿄 내 쇼와 대학병원의 815병상, 근처 쇼와 이스트(Showa East) 대학병원의 200여개의 병상을 합해 총 1,000 병상을 운영 중이다. 또한, 쇼와 대학의 교토 토요스(Koto Toyosu) 병원은 2020년 개최되는 도쿄 올림픽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센터로, 도쿄의 쇼와 대학병원과 교토 토요스 병원의 중환자실을 원격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에는 총 8,480개의 병원이 있다. 이는 미국 전체 병원수보다 큰 숫자로 좁은 면적에 이렇게 많은 병원이 있는 것은 소규모의 병원이 대다수이며, 규모가 큰 병원은 적다는 뜻이다. 일본 전국에는 약 700개의 중환자실이 있는데, 간호사 대 중환자의 비율은 1:2이며 중환자실에 최소 의사 1명이 주 7일, 24시간 상주해야 하는데 소수의 중환자 전문의(Intensivist)가 있으나 대부분 마취의학 전문의(Anesthesiologist), 응급의학 전문의(Emergency physician), 심장내과 전문의(Cardiologist) 등이 중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중환자실 진료 외에 전문과 진료를 대부분 병행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내에 중환자의학(Critical Care Medicine)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의과 대학은 1~2개뿐으로 매우 드물다.

일본의 중환자 관리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가?

일본의 연간 전신 마취 건수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마취과 전문의도 증가하고 있으나, 마취 건수 증가량에 미치지 못해 마취과 전문의 1인당 전신 마취 건수는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전체 의사 중 마취과 전문의 비율은 3.8%로, 미국의 7%에 비해 턱없이 낮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전신 마취가 필요한 환자 수에 비해 마취과 전문의는 매우 부족한 실정으로 수술실 외 다른 환자를 담당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본은 중환자 의료 자원 역시 부족하다. 일본은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였고 의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치료가 까다로운 고위험군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여 중환자 관리가 필요한 환자가 크게 증가하였으나, 중환자 전문의나 간호사의 증가는 이에 비례하여 미약한 실정이다. 특히 야간과 휴일에 중환자 전문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일본에는 현재 총 1,400명의 중환자 전문의가 있는데, 이들이 전국 700개의 중환자실을 모두 담당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중환자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중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러한 경향은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이 더욱 심하다. 쇼와 대학병원은 도쿄와 요코하마에 총 4곳의 병원을 운영 중인데 마취과 전문의 60명으로 병원 4곳의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환자실을 ‘폐쇄형 중환자실(closed ICU)’가 아닌 ‘개방형 중환자실(open ICU)’로 운영하고 있다. 폐쇄형 중환자실은 중환자실 소속의 전담전문의가 주치의로서 치료에 관한 결정뿐만 아니라 입, 퇴실까지 담당하는 경우로, 개방형에 비해 중환자 생존율이 높고, 재원일수가 짧아 더 효율적인 관리 형태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중환자 전문의의 부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폐쇄형 중환자실을 운영하기는 매우 어렵다.

eICU의 개념과 역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2년 전 eICU(tele-ICU)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병원의 eICU를 보고 반드시 일본에도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ICU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중환자실들을 연결하여 중환자 그룹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관리할 수 있다. 또한 eICU와 병동의 의료진들 간의 협진을 통해 치료의 질을 높이고 중환자 관리체계를 표준화 시킬 수 있으며, 치료 과정의 투명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8년 eICU가 도입된 후 2016년 현재 전체 중환자실의 13%가 eICU 시스템을 이용해 중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면 쇼와 병원의 eICU 도입에 따른 변화와 기대 효과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쇼와 병원에 eICU를 도입하기 위해 그 필요성과 임상적 효과에 대해 경영진을 설득해야 했다. 또한 eICU 도입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다른 의료진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eICU에서 근무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의와 간호사는 어떻게 채용할 것인지, eICU를 일본에 도입할 때 국내 실정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등 많은 점을 고민했다. eICU 도입 후 가장 즉각적인 기대효과는 야간 의료 서비스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JAMA 연구에 따르면, 저녁 8시에서 새벽 8시 사이 입원한 중환자의 사망률은 16.1%였으나, eICU 도입 후 동시간대 입원환자의 사망률이 12.7%로 크게 감소하였다 (JAMA, 2011). [그림]

4개의 병원 중 우선 쇼와 대학병원과 교토 토요스 병원의 중환자실들을 eICU와 연결시킬 예정이다. 2017년 2월까지 eICU 도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10월부터 eICU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 사이 8개월 동안 의료진의 업무분장과 운영체계를 새롭게 준비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의료진이 eICU 도입에 동의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아직도 eICU 도입에 회의적인 동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설득하여 운영에 반드시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 병원 중환자실의 실제 업무과정이 문서화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팀원의 업무범위와 직급, 그에 따른 급여 등을 문서화하고 표준화 하여 각 중환자실마다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eICU 시스템을 위해 개선할 사항을 꾸준히 모색하고 변화해야 할 것이다.

결론

일본의 중환자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중환자 전담의와 간호사는 여전히 부족하다. 일본의 중환자 전문의는 총 1,400명이지만 700여 개의 중환자실이 있다 보니 실제로 많은 중환자실이 중환자 전문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쇼와 병원은 정부 지원 하에 아시아 최초로 eICU를 도입할 예정으로 이를 통해 현재의 인력으로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에서는 아직 eICU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험 급여가 인정되지 않으나 앞으로 그 효과를 입증하여 eICU에 대한 의료 보험 급여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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