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 원장의 미래 의료를 만나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앱이 나오고 있다. 헬스케어에서도 식단 관리, 걸음 수 측정에서부터 당뇨 관리 등 여러가지 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중 적지 않은 수가 의료기관에서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병원에서부터 전문병원, 동네의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앱을 내놓고 있다. 병원 홍보 목적의 단순한 앱이 많지만, 건강관리용 앱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의료기관에서 만든 앱 가운데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앱은 거의 없다.

그렇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앱을 만들 때 사용자보다는 의료기관 입장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용자 친화적인 헬스케어 앱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업계에서 제법 유명한 헬스케어 앱 회사 사장에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제가 헬스케어 앱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어기지 않은 원칙이 하나 있는데 매주 앱을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자 이해 증진 팀을 별도로 두고 앱 사용 기록은 물론 사용자를 회사로 불러 인터뷰를 하는 등 최대한 편하게 앱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지속적으로 연구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을지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앱 회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은 소비자 행동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앱을 개선해 나가는 것인 셈이다.

이런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의료기관 차원의 노력으로 따라가기 어렵다. 병원에서 앱을 만들 때 현업 직원들을 차출해 태스크포스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원래 하던 업무를 유지하면서 가외 일로 앱 개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대기업에서도 쉽지 않다. 복잡한 의사 결정 구조에서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는 점을 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많은 대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 앱에서 정답은 없다. 앞서 언급한 회사 사장도 아직 정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가외 시간에 앱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하고 있는 의료기관들 보다는 훨씬 빠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을 원한다면 독자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과 손잡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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