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의 직언직설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 속에 전 국민들이 관심을 갖게 된 약물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비아그라, 또 하나는 의사들도 해당 분야 전공이 아니면 잘 모를 에토미데이트이다.

비아그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발기부전 치료제이다. 원래 혈관확장제로 개발되던 약의 일종의 부작용이었는데, 이것이 주된 치료 효과로 쓰이게 됐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혈관 확장 효과는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에게 처방이 되기도 하는 약이다. 문제가 되자 청와대가 내 놓은 해명은 고산병 예방제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야생의학 교과서들에서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은 고산병 예방 약물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이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가 나오면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하나의 연구가 즉시 치료 지침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산병 예방 목적으로 구매를 했다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에토미데이트는 일부 유명 인사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알려진 프로포폴과 유사한 약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에토미데이트는 하얀 액체 형상으로 통칭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프로포폴과 유사한 형상이긴 하다. 하지만 마취유도제로 쓸 수 있다는 공통점 이외에는 다른 점이 더 많은 약이다. 환자의 기도를 보호해야 하거나 호흡이 원할하지 않을 경우 인공 호흡을 시키기 위해 기관내 삽관을 시행하는데 이 때 환자를 빠른 시간 내에 진정시켜야 한다. 이 때 응급의학과 의사가 선호하는 약물이 바로 에토미데이트다.

빠른 작용 시간과 불필요하게 길지 않은 지속 시간, 적은 부작용 등 응급 상황에서 선호할만한 장점들을 고르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라면 충분히 비치할 수 있는 약품이다.

두 약물 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약이고, 약품에 대한 청와대 의무실의 해명에 기본적으로 크게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물론 백옥 주사 같은 약물들의 필요성은 전혀 동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은 의학 전문가인 청와대 의무실장이나 주치의가 자신의 전문가적인 소견과 양심에 따라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의사들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임에도 국회나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항상 밀려나며, 학문적인 견해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항상 앞서게 되는 현실을 겪다보면, 의무실장의 합리적인 주장도 다른 외부의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깊게 따질 것도 없이 일선 부대에서 복무한 군의관 출신 의사들에게 물어 보면, 자신의 전문적인 소견이 지휘관에게 밀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밤새 이야기해 줄 것이다. 국정 농단의 시작은 전문적인 보좌진을 배제하고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측근의 말에 따라 국정을 운영한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다.

하지만 그 정도는 다를지라도 과연 우리는 합리적인 전문가의 의견을 얼마나 존중해 주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 좋은 쓴소리보다는 그냥 달콤한 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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