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환자에 위장염약만 처방…인천지법, 2500만원 배상 주문

사망 가능성이 높은 말기 위암 환자를 위장염으로 진단한 의사에게 법원이 환자의 생명 연장 기회를 놓치게 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방법원 제16민사부는 위암으로 사망한 A씨의 유족 B씨가 E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료진이 유족에게 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2012년 9월 경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E병원에 내원한 A씨는 복부 CT 검사 및 혈액검사를 통해 위장염 소견을 받았다. 이에 E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입원을 권유했으나 A씨는 이를 거절했다.

2013년 3월 경 A씨는 다시 E병원에 내원해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위 내시경과 혈액검사, 위 조직검사를 시행해 받은 결과 미란성 위염과 만성 위염으로 진단받아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A씨의 상태는 크게 차도가 없었다. A씨는 약을 복용한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E병원 의료진은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2013년 9월 S대학병원으로 전원된 A씨는 그 곳에서 시행한 위 내시경과 조직검사 결과 보르만 4형(borrmann type 4)의 진행성 위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A씨는 S대학병원에서 2013년 1월 경 부분적 위절제술을 받고 치료를 지속하던 중 2015년 4월 26일 사망했다.

A씨의 유족 B씨는 소장에서 “A씨가 E병원에 내원한 이후 소화불량,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했으므로 D씨는 단순한 위염으로 판단해 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 위암으로 의심하고 치료를 했어야 했다”며 “의료진이 제때 위암을 발견하지 못해 A씨가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해 사망했으므로, 의료진이 재산상·정신적 손해 2억143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E병원 의료진은 “보르만 4형 위암은 내시경 검사나 조직검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유형으로 병원에서 실시된 CT 검사,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에서 위염, 위궤양 소견만 확인됐을 뿐 위암을 의심할 만한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진이 A씨의 위암을 발견하지 못한 점에 과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 설령 의료진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보르만 4형 위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A씨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과음과 흡연으로 인한 위암 발병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의료진의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법원은 E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13년 3월경 실시된 A씨의 조직검사 결과 비정형 세포라는 세포이상이 관찰됐고, CT 검사에서 두꺼운 위벽이 확인돼 종양으로 의심할만한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의료진은 A씨의 증세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거나 적어도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킬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음에 따라 위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E병원에 다시 내원했을 때 위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보르만 4형 위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말기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 극히 낮으므로 A씨가 위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이러한 과실이 없었더라면 A씨가 위암에 관한 치료를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었고, 나아가 그 치료를 통해 다소나마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을 것”이라며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그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고, 이로 인해 A씨와 B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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